문상열

[LA = 스포츠서울 칼럼니스트] KBO 리그는 극심한 ‘타고투저’를 겪고 있다. 수 년 동안 이어지고 있다. 타자는 강해지고 스트라이크존은 첨단 시설의 감시로 매우 타이트하다. 스트라이크존을 조금만 벗어나는 판정이 나오면 팬들은 용서하지 않는다. 어지간해서는 심판이 배겨나질 못한다. ‘타고투저’ 현상은 야구의 아기자기한 맛마저 빼앗아 버렸다. 스몰볼이 설 땅을 잃게 된다.

메이저리그도 최근 ‘타고 투저’다. 지난해 MLB 전체 방어율이 4.35로 치솟았다. 최근 7년 사이 2012년 4.01을 제외하고 처음 4점대 방어율이 기록됐다. 올해도 14일(한국시간) 현재 4.14로 높다. 그러나 팀타율은 변동이 없다. 지난해 평균 팀타율은 0.255였다. 2011시즌 0.255, 2012시즌 0.254, 2013시즌 0.253, 2014시즌 0.251, 2015시즌 0.254, 2016시즌 0.255다. 팀 타율은 꾸준한데 방어율이 치솟았을 뿐이다.

방어율 상승은 홈런 때문이다. 급기야 투수들은 볼에 문제가 있다는 제기를 했다. 이에 대해 롭 맨프레드 커미셔서는 볼에는 전혀 이상이 없다며 투수들의 주장을 일축했다. 지난해 아메리칸리그에서는 팀 평균 211개의 홈런이 터졌다. 지명타자가 없는 내셔널리그는 196개다. MLB 평균은 204개다. 역대 최다 6105개의 홈런이 하늘을 수놓았다. 역대 리그 시즌 평균 홈런 200개 이상은 처음이다. 2011년 152개, 2012년 164개, 2013년 155개였다. ‘투고타저’가 심했던 2014년에는 140개에 불과했다. 2015년 164개, 2016년 187개로 상승하더니 지난 시즌 200개를 넘었다.

타자들의 홈런은 삼진과 비례한다. 지난 시즌 홈런 50개 이상을 작성한 타자는 2명이다. 뉴욕 양키스 루키 애런 저지 52개, 오프시즌 마이애미 말린스에서 양키스로 트레이드된 지안카를로 스탠튼 59개 등이다. 루키 역대 최다 홈런을 때린 저지는 삼진도 최고였다. 208개의 삼진을 기록했다. 스탠튼은 시즌 최다 홈런을 때렸지만 삼진은 163개로 매우 정상이었다. 그러나 양키스로 이적한 올해 초반엔 기록적인 삼진 퍼레이드를 벌이고 있다. 뉴욕이라는 심리적 압박감이 나타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스탠튼은 현재 총 55개로 MLB 2위다. 지난 4월 6일 이후 두 차례나 한 경기 삼진 5개의 치욕을 맛봤다. MLB 기록이다.한 시즌에 한 경기 5삼진을 두 차례 이상 당한 경우는 스탠튼을 포함해 1964년 신시내티 레즈 데론 존슨과 1998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레이 랭포드 뿐이다. 통산 238개의 홈런을 날린 랭포드는 한 경기 5삼진을 3차례 당했다.

슬러거에게는 삼진이 필수다. 텍사스 레인저스 추신수의 경우 출루율이 높은 타자임에도 삼진 수치가 매우 높다. 출루율이 높다는 것은 선구안이 좋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통산 7차례 세자릿수 삼진을 기록했다. 그만큼 현 MLB 투수들의 구위가 뛰어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명예의 전당 회원인 토니 그윈(작고)은 MLB 20년 동안 8차례 타격왕에 오른 히팅 머신이었다. 콘택트 히터의 상징적인 인물이다. 한 시즌 최다 삼진이 1988년 40개다. 1만232타석에 삼진은 고작 434개였다. 평균 23.6 타석에 삼진 1개 꼴이다. 그러나 그윈은 홈런 135개에 그쳤다. 그윈을 포함해 ‘철인’ 칼 립켄 주니어, ‘더 맨’ 스탠 뮤지얼 등 MLB의 전설들은 한 경기 3삼진을 통산 한 차례만 허용했다. 통산 3630개의 안타를 친 뮤지얼은 홈에서 1815개, 원정에서 1815개의 안타를 작성한 완벽한 타자였다.

양키스의 전설적인 강타자 조 디마지오는 1941년 한 시즌 동안 홈런 30개에 삼진은 단 13개에 불과했다. 현 MLB 타자들의 삼진 추세는 ‘모 아니면 도’격이다. 아메리칸리그 MVP를 3차례 수상한 디마지오는 MLB 역사상 ‘손과 눈의 조화(Hand-Eye Coordination)’가 가장 뛰어난 타자로 꼽힌다. 통산 361개의 홈런에 삼진은 369개에 불과했다. 홈런 1개에 삼진 1개 꼴이다. 스탠튼은 현재 홈런 277개, 삼진 1195개다. 홈런 1개를 위해 삼진 4.3개가 뒷받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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