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열

[LA = 스포츠서울 칼럼니스트] 162경기의 대장정을 펼치는 메이저리그는 부상과의 싸움이다. 부상을 최소화하는 팀이 결국은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게 된다. 선수도 부상만 없으면 기대치에 충족하는 성적에 근접할 수 있다.

4월에 LA 다저스의 사실상 에이스 구실을 한 좌완 류현진이 5월 첫 등판에서 사타구니 부상으로 교체됐다. 류현진은 3일(한국 시간)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체이스필드에서 벌어진 지구 라이벌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경기에서 2회 1사 후 7번 타자 데븐 마레로에게 2구를 던진 뒤 왼쪽 다리를 절어 심상치 않은 부상임을 알렸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과 네이트 루세로 트레이너가 마운드에 모여 통역을 통해 상태를 물어봤고 곧바로 구원 페드로 바에스와 교체됐다. 1.1이닝 1안타 1볼넷 2삼진. 방어율은 2.12가 됐다. 투수 출신인 SNLA 해설자 오렐 허샤이저는 “상태를 봐서는 부상자명단에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4월에만 3승을 거두며 어깨 수술 후유증에서 완전히 벗어난 류현진에게는 ‘호사다마’다. 선수들의 사타구니 부상은 거의 예외없이 DL(Disabled List)에 등재됐다. DL에 등재될 경우 보름 이상 마운드에 설 수 없다. 자칫 시즌 전 목표로 세웠던 규정이닝 달성도 어려울 수 있다. 규정이닝은 프리에이전트 시장에서 몸값을 크게 좌우한다.

다저스는 엎친데 덮친 격이다. 로버츠 감독은 이날 4월내내 호투한 류현진의 등판을 앞두고 “오늘이 연패를 끊는 날이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다저스 전담 라디오 KLAC의 캐스터 찰리 스타이너도 “류현진은 4월에 사실상 에이스 구실을 했다”고 소개했다. 결국 류현진의 이탈은 믿을 만한 선발 부재로 이어져 한숨만 나올 지경이다. 투타의 엇박자와 불펜진의 난조로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는 7경기 선발 등판에 1승4패(방어율 2.86)에 머물고 있다. 4월 4패는 커쇼의 생애 처음이다. 지난해 16승3패 방어율 2.72로 다저스 마운드의 핵으로 떠오른 알렉스 우드는 올해 3패 4.11로 부진하다.

류현진은 2013년 메이저리그 입문 후 총 7차례 DL에 올랐다. 2014년 4월28일-5월21일 어깨 염증으로 처음 DL에 등재됐다. 이어 8월14일-31일까지는 엉덩이 부상으로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2014년 14승7패 방어율 3.38의 빼어난 성적에도 152이닝으로 규정이닝을 채우지 못한 게 두 차례 DL 때문이었다. 2015년에는 스프링트레이닝에서 어깨 고장을 일으켜 수술로 3월27일부터 한 시즌을 통째로 DL에 있었다. 2016년에도 어깨 수술 후유증으로 4월3일-7월7일 DL로 시즌을 시작했다. 한 경기에 잠깐 선발로 등판했으나 왼쪽 팔꿈치 건초염으로 7월19일부터 다시 DL에 올라 시즌을 마감했다. 어깨 수술 후유증에서 벗어난 2017시즌에도 두 차례 DL에 올랐다. 지난 시즌 DL은 KBO 리그의 등록 말소처럼 DL을 활용한 성격이 짙다. 메이저리그는 노사단체협약에 따라 2017시즌부터 DL 기간을 15일에서 10일로 줄였다. 구단은 5월1일-11일 엉덩이 타박, 7월4일-24일 다리 타박으로 DL에 올렸다.

류현진은 경기 후 “2년 전 같은 부위에 사타구니 부상을 입어 1개월 가량 휴식을 취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구단은 4일 MRI를 찍을 찍을 예정이다. 경기 후 로버츠 감독은 부상 정도에 대해 “낙관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혀 DL 기간이 더 길어질 우려도 있다.

한편 다저스는 선발 류현진이 교체된 뒤 그동안 부진을 면치 못했던 불펜진이 7.2이닝 동안 1실점으로 애리조나 타선을 틀어 막아 2-1로 승리하며 힘겹게 4연패 사슬을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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