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호 염기훈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을 앞두고 발끝 감각을 세우고 있는 이근호(왼쪽)와 염기훈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도쿄=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10년 전 우승 감격을 재현한다.

사상 첫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2연패에 도전하는 한국의 창은 베테랑 공격수 염기훈과 이근호다. 올시즌 K리그 클래식에서 골과 도움으로 날카로움을 더했던 둘의 공격력이 일본 도쿄에서 폭발해야 ‘신태용호’의 우승 목표도 현실에 점점 다가갈 수 있다. 동아시안컵에 대한 달콤한 추억까지 곁들여 둘은 이번 대회에서 새 전성기를 열어젖히고자 한다.

염기훈과 이근호는 이번 동아시안컵에 참가하는 23명(훈련 멤버 김민재 제외) 중 나이가 가장 많다. 염기훈은 1983년생으로 올해 한국나이 35살에 이른다. 1985년생 이근호도 어느 덧 30대 중반에 접어들어 염기훈 다음 고참이 됐다. 동갑내기 선수들이 은퇴를 했거나 대표팀을 떠난지 오래됐으나 둘 만큼은 신태용호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됐다. 염기훈은 K리그에서 꾸준히 활약하며 “나이를 따지지 않고 대표팀에서 활약할 선수들을 뽑겠다”는 신태용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근호는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의 고별무대가 됐던 지난 6월 카타르전에서 다부지게 뛰어다녀 한국 축구 특유의 근성에 목마르던 국민들의 지지를 받았다.

둘 모두 ‘신태용호’에서도 입지를 어느 정도 확보하고 있다. 이근호는 4-4-2 포메이션의 투톱 멤버로 나서 손흥민의 콤비가 됐다. 염기훈은 유럽파까지 합류할 경우 주전보다는 교체로 나서고 있지만 국내 최고 수준의 왼발 크로스와 킥으로 2010년 남아공 대회 이후 8년 만의 월드컵 무대 승선에 바짝 다가섰다. 이번 대회엔 손흥민과 권창훈, 황희찬 등 유럽파 공격자원이 없다. 이에 따라 이근호는 진성욱, 김신욱 등 스트라이커들과 공격 최전방에서 골잡이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염기훈도 선발 왼쪽 날개로 나서 중국과 북한, 일본의 수비라인을 흔든다.

동아시안컵과의 인연도 각별하다. 둘 모두 거의 10년 전에 열린 지난 2008년 2월 중국 충칭 동아시안컵을 통해 국가대표로 본격 도약했다. 염기훈은 충칭 대회에서 북한전과 일본전에 연속골을 터트려 허정무 감독이 이끌던 당시 대표팀의 우승 과정에 일등공신이 됐다. 이 대회를 계기로 남아공행 청신호를 밝힌 것은 물론이다. 이근호 역시 당시 3경기에 모두 나서 염기훈과 젊은 공격 라인을 꾸렸다.

둘은 지난달 29일 울산 전지훈련부터 컨디션 조절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대표팀에 새로 부임한 스페인 출신 하비에르 미냐노 피지컬 코치와의 궁합도 좋다. 미냐노 코치는 선수들이 피곤하거나 부상 위험이 있을 경우 푹 쉬게 하는 스타일인데 베테랑 선수들인 둘에게 특히 효과가 좋다고 한다. 이근호는 울산 전훈 때 충분히 쉬었다. 염기훈도 7일 일본 도쿄에서 진행된 신태용호의 현지 첫 훈련 때 컨디션 조절을 위해 숙소에서 재충전했다. 중국전을 앞두고 투지와 노련미 넘치는 둘의 상승세가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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