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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김포공항에서 도착한 ITF 태권도 시범단이 취재진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김포공항 | 김용일기자 kyi0486@sportsseoul.com

[김포공항=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북한 태권도팀이 들어온다는데….”

김포공항 국제선 입국장 내 수많은 취재진이 몰려있자 지나가던 일반 시민 몇 명이 기자에게 “누가 들어오는 것이냐”고 물었다. “북한 주재의 태권도 단체가 시범단을 이끌고 온다. 이들은 내일(24일)부터 무주에서 열리는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 방문해 시범공연 등을 할 것”이라고 친절하게 설명해줬다. 이들 뿐 아니라 적지 않은 시민이 10년 만에 방한하는 북한 주재 국제태권도연맹(ITF) 시범단의 입국 장면을 보기 위해 몰려들었다.

세계태권도연맹(WTF)은 24~30일 무주에서 열리는 세계태권도선수권에 ITF가 태권도 시범단을 보내기로 했다면서 명예총재를 맡은 장웅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을 비롯해 리용선 총재, 황호영 수석부총재 등 북한 국적 인물만 32명이 오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 2007년 이후 10년 만에 방한이다. 이들은 8박9일의 일정으로 4차례 시범 공연을 한 뒤 내달 1일 북으로 돌아간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첫 남북 체육 교류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신임 장관을 비롯해 정부 측 인사들은 내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북한의 참가를 끌어내기 위해 다각도로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 또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 성화 봉송 지역에 북한을 포함하는 등 다양한 교류 사업을 추진 중이다. 세계선수권 기간 ITF 수장들과 직접 만나 협상할 의지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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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F 시범단 입국에 맞춰 경찰 1개 병력이 출동했다.

어느 때보다 관심이 큰만큼 ITF 일정동안 동행하며 안내를 맡은 WTF 측도 매우 예민해있다. 가뜩이나 대회를 앞두고 ‘웜비어 사태’와 맞물려 북한과 미국간의 갈등이 존재한다. 그 사이 문재인 대통령도 북한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등 불안한 정세여서 더 그랬다. 한 관계자는 “현재 (정치적인) 상황도 상황이지만, 북측의 방문은 늘 변수가 많아서 (입국하기) 전날 잠을 못잘 정도였다. 우선 시범단이 고려항공 편으로 베이징에 확실히 도착했는지가 관심이었는데 다행히 계획대로 이동했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혹시나 김포공항에 입국할 때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되기에 통일부 측과 협조해 보안 등에 매우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예상은 했지만 뜨겁고 살벌한 입국장 분위기였다. 전날 평양에서 베이징에 도착한 ITF 시범단은 23일 KE2852편을 이용, 오후 3시5분 도착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베이징에서 1시간정도 연착돼 출발했다. 김포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4시16분께였다. ITF 시범단이 탑승한 비행기가 착륙했다는 얘기가 들려오자 경찰 1개 중대가 입국장에 에워싸 외부 접근을 막았다. 이때 한 북한 출신 중년 여성이 “동포를 보려고 왔다”며 입국장 가까이 달려들어 경찰이 막아서는 등 소동이 발생했다. 이 여성은 한국에 온지 6년째인데 북한 인사들이 한국에 올 때마다 공항에 자주 나타난다고 한다. 현지 보안 요원과 경찰이 다가가 저지하긴 했으나 애초 ITF 입국 전 몇몇 시위 조직이 공항에 온다는 얘기가 들려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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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F 시범단이 WTF 소속 어린이 시범단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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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취재진과 인터뷰하는 리용선 ITF 총재.

ITF시범단은 착륙 1시간이 지난 5시18분께 입국장 게이트에 등장했다. 앞서 함께 비행기에 탑승한 일반 시민들을 먼저 빠져나가게 하고 뒤늦게 32명의 시범단이 나왔다. WTF는 어린이 시범단과 함께 ITF 관계자들에게 꽃목걸이를 건네면서 반갑게 맞았다. 리용선 총재와 장웅 위원은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고 인사했다. 기념 촬영을 한 뒤 취재진과 인터뷰를 했는데, 예상보다 적극적이었다. 이전처럼 취재진과 접촉을 꺼려하지 않았다. 가뜩이나 올림픽 등 남북이 어우러진 이슈가 많은 가운데 장웅 위원이나 리 총재가 쉽게 인터뷰에 응하지 않으리라는 예상도 나왔다. 리 총재는 “우리 민족의 자랑인 태권도를 통해 통일 발전, 나아가 태권도를 통합해 민족에 이바지하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장웅 위원은 “나는 공화국의 IOC 위원으로 온 사람”이라며 “10년 전에 올 땐 ITF (총재 자격으로) 시범단과 같이 왔지만 이번엔 IOC 위원 자격으로 초청을 받았다”고 말했다.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와 남북 단일팀, 마식령 스키장 활용 등 문제에 대해서는 “그 부분은 NOC(국가올림픽위원회)에서 결정할 일이다. IOC 위원인 나는 이 문제에 대해서 가타부타할 입장이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측에) 뜻은 전달하겠지만 이 부분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논의할 위치는 아닌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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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웅 IOC 위원이 최근 남북 체육 교류 내용과 관련해 답변하고 있다.

착륙이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이날 시범단은 애초 무주에서 예정된 조직위 위원장 주최 만찬 참석 일정을 전격 취소했다. WTF는 “대체 일정은 보안이라서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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