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NK 엔터

[스포츠서울 조성경기자] “배우든 매니저든 나만의 수식어를 찾아야 합니다.”

톱스타 임수정이 속한 YNK엔터테인먼트는 아직 만 1년도 안된, 신생 중의 신생 매니지먼트사다. 그럼에도 업계 관계자들에게는 물론 배우 지망생들에게까지도 이름이 꽤 알려졌다. ‘임수정 소속사’로 입소문이 난 것일까. 임수정 뿐 아니라 SBS ‘푸른 바다의 전설’을 앞두고 있는 라이징스타 신혜선과 올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춘몽’의 히로인으로 두각을 보인 샛별 이주영 등 다양한 포지션의 배우 총 4명을 영입하며 알차게 회사를 꾸린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소속배우의 이름값보다는 양성민-김민수 공동대표의 남다른 이력이 YNK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주요 요인으로 보인다.

YNK 엔터
YNK 엔터테인먼트의 양성민(왼쪽)-김민수 공동 대표.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지난해까지 3년간 CJ E&M의 TAR(Talent Artist Relations)/캐스팅팀에서 각각 팀장과 과장으로 영화와 드라마의 출연진은 물론 MAMA와 같은 대형 이벤트의 셀러브리티 캐스팅 업무를 맡았던 두 사람은 ‘(스스로 빛나는) 배우를 찾습니다’(2015)라는 제목으로 배우들을 위한 지침서를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 엮어냈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10월부터 10차례에 걸쳐 서울 CGV대학로에서 ‘배우토크’를 진행, 배우를 섭외하는 것은 물론 직접 패널로 나서면서 배우를 꿈꾸는 이들에게도 제법 얼굴을 알렸다. 또한, CJ E&M을 퇴사하고도 CJ E&M의 영화와 드라마, 예능 등의 캐스팅 업무를 전담하기로 해 관계자들의 관심이 높다. YNK는 지난달 인기리에 종영한 tvN ‘혼술남녀’의 출연진을 비롯해 4일 첫방송하는 tvN ‘안투라지’는 주인공부터 카메오까지 전부 캐스팅했다. 현재는 영화 5편의 캐스팅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배우 매니지먼트와 캐스팅을 병행하며 회사의 내실을 다지고 있어서인지 직접 만나본 두 대표들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깔려있다. 또, 동갑내기인 두 사람은 서로를 소울메이트라고 표현할 정도로 사업파트너 이상의 남다른 믿음을 보여 눈길을 끌기도 했다.

YNK 엔터
YNK 엔터테인먼트의 양성민 대표가 회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어떻게 YNK를 차리게 됐나

양성민(이하 양)=2010년 CJ E&M 영화 홍보를 하면서 엔터 쪽으로 발을 들이게 됐고, TAR 업무로 배우나 아티스트들의 성장을 지원하다가 캐스팅팀이 되면서 셀럽들과 네트워크가 생겼다. 자연스럽게 배우들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내가 2013년 우리팀으로 스카우트한 김민수와 늘 ‘우리가 매니지먼트를 하면 어떨까’ 이야기하면서 계획을 세우게 됐다. 우리가 하면 남다르게 할 수 있지 않을까 했다. 하게 되면 다른 회사와 다르게 만들어보자고 고민해오다가 생각보다 빨리 기회가 와서 지난 3월부터 하게 됐다.

김민수(이하 김)=난 2000년부터 매니저 일을 해왔는데, 무수히 많은 매니지먼트사와 매니저들을 봐왔다. 그 회사들의 장점과 단점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내가 회사를 만들면 어떨까 생각했다. 또, 나라는 사람은 매니저로 오래 일해 현장은 좀더 잘 알지만, 큰 그림을 그리는 건 잘 못한다 생각했다. 그때 양성민이라는 친구를 CJ E&M에서 만나면서 이야기를 하는데, 내 단점을 채워줄 수 있는 사람이겠다 싶었다. 친구로서 잘 맞는 면도 있지만, 사업파트너로서도 너무 완벽하게 내 단점을 커버해줄 수 있겠구나 했다. 내게 없는걸 많이 가졌고, 회사를 차리는데 있어서 내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사람이라 생각했다. 지금 양 대표는 CJ라는 큰 기업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만큼 기업형 마인드로 큰 틀을 짜고 아이디어를 낸다면, 나는 현장의 일을 원활하게 돌아가게 하고 일이 좀더 현실가능성 있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다른 회사와 어떻게 다른 회사인가

양=우리가 표방하는 회사는 배우를 위한 전문가 집단이다. 매니지먼트사가 대형화 되고 아티스트에 따라 휘청대는 매니지먼트사가 많은데, 우리는 그러지 않기 위해 배우에게 정말 필요한 사람이 되는 전문가 집단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차별화된 포인트라면 비주얼디렉터를 영입했다는 점이다. 다른 회사에서는 매니저와 스타일리스트가 담당하는 일인데, 패션에디터로 10년간 일한 친구에게 맡기면서 좀더 전문성을 높였다. 배우의 전략과 방향을 잡는데에도 비주얼디렉터가 있는게 큰 도움이 되고, 배우도 좋아하더라. 또, 기자로 일한 친구들을 영입했는데, 이들에게는 캐스팅디렉터 또는 아티스트의 컨셉추어 같은 기능을 해주길 기대했다. 배우가 어떤 방향으로 성장해야할지, 장기 플랜은 어떻게 만들어갈지, 또한 세밀한 전략은 어떻게 짤지 고민하고 움직여주길 부탁했다. 기자의 경험을 살려서 캐스팅이든 뭐든 배우에게 필요한 전문가가 되어주길 부탁했다. 각자에게 영역을 제한하지 않고 더 큰 비전을 주려한다. 매니저들에게도 그냥 매니저 로서는 경쟁력이 없고, 캐스팅디렉터도 어떤 캐스팅디렉터인지가 중요하다. 그 앞에 수식어가 중요하다. 시나리오를 잘 보는 매니저, 중국어를 잘 하는 매니저 등. 누구의 매니저인 것은 중요하지 않다. YNK가 양&김이기도 하지만, ‘You never know’(앞일은 누구도 모른다는 뜻)의 약자이기도 하다. 업무의 영역 제한을 두고 싶지 않은 만큼 회사도 마찬가지다. 캐스팅과 매니지먼트 외에 새로운 일도 하려고 계획하고 있다. 직원들에게 YNK만의 DNA를 만들자고 했다.

YNK 엔터
YNK 엔터테인먼트의 김민수(오른쪽) 대표와 양성민 대표가 스포츠서울과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김=하지만 사실 처음에는 정말 똥 오줌 못가렸다. 이제 겨우 아장아장 걷는 수준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인건비 안 아끼고 전문가 집단을 만든다는 차원에서 꾸린 구성원이다보니 팀워크를 만들기까지 정말 힘들었다. 우리가 잘 하고 있는건가 정말 많이 이야기했다. 그러다가 6개월쯤 지나니까 이제 각자 뭐를 해야할지 아는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나도 (이병헌의 소속사인) BH엔터테인먼트(대표 손석우)의 창립멤버였는데, 손석우 대표는 처음에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다.

-그런 YNK의 색깔에 맞는 배우는 어떤 배우인가

양=누구나 판단 기준은 다르겠지만, 배우만의 고유한 매력이 있는 배우를 찾고 있다. 꼭 스타성이 있는 배우를 해야겠다는 생각도 없고, 돈을 정말 잘 버는 배우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배우로서 작품을 잘 하고 인정받으며 오래 갈 수 있는 배우를 찾는다. 또 그런 마인드의 배우와 함께 하고 싶다. 감사하게도 기성배우들 중에서 오고 싶어했지만, 우리가 마다하거나 아예 미팅도 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당장의 수익을 생각하면 받아야 하지만 YNK의 색깔에 맞는 배우를 받고 싶었다. 전직원이 마음에 들어하는 배우여야 한다. 모두가 함께 일해야 하는데 같이 일하고 싶지 않은 배우와 하고 싶지는 않았다.

김=신기하게도 양 대표가 좋다고 하면 나도 좋더라.내가 최종결정권자라는 의미가 아니라 나는 양 대표가 괜찮다고 하는 배우만 만나봐도 되겠다는 생각이다. 양 대표가 부지런해서 나보다도 10배는 더 많은 배우를 만나고 다니고, 그중에서 한명 괜찮다고 말하는 거니까 그때 나도 만나보면 된다. 이주영이 그랬다. “너무 좋았다”고 해 같이 만나보니 아니나 다를까 15분만에 계약을 결정할 정도로 좋았다. 새 식구를 들이는 건 한 사람이라도 반대하면 안 하는데, 양 대표가 그동안 캐스팅과 TAR업무를 많이 해서인지 신인배우 영입에 있어서는 반대할 일이 거의 없다. 또, 매니저를 오래 하면 자기 취향대로만 가는 경향이 있다. 작품도 내 취향, 배우도 내 취향대로 하게 된다. 열심히 일해도 취향이 트렌드와 안 맞으면 (흥행이) 잘 안되는데, 양 대표는 취향이 아니라 시야가 넓어서 배우 영입에도 좋다.

-여러 모로 참 이상적이다. 간절함은 좀 없어 보이는데

양=몇개월 전이었으면 좀더 간절함이 있었을 것이다. 계획했던 게 잘 안되던 때다. 스타배우와 전속계약을 이야기하다가 어그러지기도 했다. 무기력했다. 누구나 간절하다. 그러나 조급함을 버리자고 했다. “CJ 작품들을 캐스팅도 하고 있는데, 왜 그렇게 (소속) 배우는 별로 없어?”라고 물을 수도 있지만, 우리는 내년 내후년을 보고 있다. 근거없는 자신감일수도 있지만, 눈높이가 높다. 한편으로 걱정도 되지만, 그렇게(눈높이대로) 되기 위해 노력한다. 원오브뎀(One of them)이 되는건 싫다. 굉장히 작은 신생 회사지만, 우리가 남들과 비교하고 싶지 않다. 우리가 몇년 후에는 다른 회사가 될거고, 이미 신인들 사이에서 오고 싶은 회사가 됐다.

-캐스팅 작업이 믿는 구석이 되고 있지는 않나

양=캐스팅으로는 수입이 나니까 매니지먼트 일을 어느 정도 뒷받침하는 것도 사실이다. CJ의 캐스팅과 관련해 연간계약을 맺었다. 현재 CJ E&M에는 예전에 내가 몸담았던 캐스팅팀은 없다. 그렇다고 캐스팅이 꼭 돈이 되는 것도 아니다. 친분 관계로 하는 경우도 있어서 “돈도 안되는데 그렇게 해주냐”는 말을 듣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나를 믿고 캐스팅을 맡기는 사람들에게 헌신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분들의 요청에 잘 응해야 우리 회사가 인정받고 자리를 잡는다고 생각한다. 여기저기서 캐스팅을 알아봐달라고 하면 오지랍이지만 다 하려고 하고 있다. 그분들이 다 자산이다.

YNK 엔터
YNK 엔터테인먼트의 김민수(오른쪽) 대표와 양성민 대표가 손을 맞잡고 의욕을 다지고 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아무리 서로 좋다 좋다 해도 갈등이 전혀 없진 않았을텐데

김=문제가 생기면 우리 둘이서 바로바로 해결하자 생각했다. 우리 둘다 완성된 사람도 아니고 그런 회사도 아니니까. 저희가 첫 워크숍을 갈때 가는 차에서 약속 하나를 했다. ‘서로 계약서를 쓴 것도 아니고 신뢰 하나만으로 가지고 가는데, 우리 둘의 문제는 우리 둘이 해결하자’고 약속했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10년 넘게 일했고, 성격도 많이 다른데 분명히 부딪칠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직원이나 다른 사람에게 “아 저 사람 왜 저래” 하며 얘기하지 말고 우리 둘이 해결하자고 약속했다. 그렇게 우리는 한시간 두시간 이야기 하게 되면 누군가는 사과를 하게 되고, 끝나고 나면 아무일도 아닌 일이 된다.

양=남들은 걱정을 많이 했다. 한팀에서 팀장, 과장으로 함께 일하던 것과는 많이 다를거라고. 실제로 갈등도 있긴 했다. 그러나 항상 갈등이 깊진 않고, 의견의 차이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것도 다 덮을 수 있는 믿음이 있다. 사업이 아니더라도 평생 같이 갈 수 있는 친구라는 믿음이다. 회사 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비밀까지 다 터놓을 수 있는 소울메이트를 나이들어서 만났다는 것도 신기하다.

조성경기자 cho@sportsseoul.com

사진|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