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화
[스포츠서울=김도훈기자]이상화. dica@sportsseoul.com

‘여자 빙속 우사인 볼트’가 돌아왔다. 이상화(27·스포츠토토)가 평창 올림픽을 2년 앞두고 세계 정상에 다시 올라섰다. 그가 건재를 과시하면서 한국 동계스포츠 사상 첫 올림픽 개인 종목 3연패 달성 확률도 점점 높아졌다.

◇압도적 레이스…위기설 잠재우고 ‘볼트’로 돌아왔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압도적 레이스였다. 올 겨울 내내 자신을 감싸던 위기설을 한 방에 잠재웠다. 이상화는 14일(한국시간) 러시아 콜롬나에서 열린 2016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500m에서 1~2차 레이스 합계 74초859로 우승했다. 2012년과 2013년 이 대회 500m를 연속 제패했던 이상화는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가 열리지 않는 해인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어 3년간 세계 정상을 유지했다. 지난해 컨디션 난조와 왼 무릎 부상 등으로 4위까지 내려가는 시련을 겪었으나 철저한 준비 끝에 왕좌 탈환을 일궈냈다. 2위를 차지한 브리트니 보(미국·75초653), 3위 장훙(중국·75초682)과 거의 0.8초 이상을 벌린 압승이었다.

이상화는 강점이었던 초반 스타트를 유지하면서 약점으로 지적된 후반 스퍼트를 보완,시상대 맨 위에 올랐다. 이상화는 올시즌 월드컵 시리즈에서 자신과 함께 금메달 4개씩을 나눠 가져 라이벌로 떠오른 장훙과 이날 1~2차 레이스를 연달아 뛰었다. 두 차례 모두 초반 100m를 10초29에 통과, 참가 선수 24명 중 가장 빠른 기록을 연거푸 작성한 이상화는 100~500m 구간을 1차 레이스 27초19, 2차 레이스 27초14로 각각 끊으며 결승선을 지났다. 초반 100m를 각각 10초80, 10초78로 통과한 장훙은 후반 이상화를 따라잡기 위해 내달렸으나 역부족이었다. 1차 레이스에선 26초98에 그쳤고, 2차 레이스에선 아예 이상화와 같은 27초14를 기록했다. 결국 보에게도 뒤지며 동메달에 머물렀다.

이상화의 이날 두 차례 레이스는 2009년 월드컵 6차 대회에서 예니 볼프가 기록한 코스레코드 37초51을 7년 만에 깨트린 것이다. 그는 또 이 대회 통산 메달 6개(금3·은2·동1)를 따내며 왕베이싱(중국·은1 동5)이 갖고 있는 종목별 세계선수권 여자 500m 최다 메달과 타이를 이뤘다. 이상화는 이날 우승 직후 ‘절치부심’했던 지난 1년을 떠올렸다. “지난해 대회에선 올림픽이 끝나고 운동을 많이 못 해서 메달을 따지 못할 거라 예상했었다”고 털어놓은 그는 “오늘 우승하고 다시 정상에 올라 기분이 좋다. 빼앗긴 메달을 되찾기 위해 열심히 훈련했다”고 강조했다.

◇올림픽 2년 전 세계선수권 우승…‘금메달 루틴’ 시작됐다

이상화의 이날 우승이 더 반가운 것은 소치 올림픽을 제패할 때와 같은 과정을 밟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2010 밴쿠버 올림픽에서 깜짝 우승을 일궈냈던 이상화는 이듬 해 다소 주춤하며 ‘금메달 후유증’을 겪었다. 종목별 세계선수권에선 예니 볼프에 뒤진 은메달을 획득, 선전했으나 2011년 2월 카자흐스탄에서 열린 동계 아시안게임에서 위징과 왕베이싱(이상 중국)에 뒤져 3위로 마쳤다. 그러나 이상화는 소치 올림픽을 2년 앞두고 열린 2012년 2월 생애 처음으로 세계선수권 정상에 올라 반등 곡선을 그렸고, 이듬 해 소치 세계선수권까지 우승해 2연패를 이룬 뒤 올림픽 연속 우승까지 내달렸다. 이규혁 스포츠토토 빙상팀 감독은 “이상화가 올 겨울 모든 포커스를 종목별 세계선수권에 맞췄다. 이는 결국 2년 뒤 평창 올림픽까지 가는 과정 중 하나다”고 설명했다.

이상화는 이제 동계올림픽사를 다시 쓰기 위한 스타트를 끊는다. 한국 선수로는 사상 처음으로 동계올림픽 개인 종목 3연패에 힘찬 도전장을 던졌다. 이상화 자신을 비롯해 김기훈(1992·1994년 쇼트트랙 남자 1000m 2연패), 전이경(1994·1998년 쇼트트랙 여자 1000m 2연패) 등 3명이 2연패에 성공한 적이 있으나 3회 연속 정상에 오른 경우는 한 번도 없다. 하계올림픽에서도 아직 달성한 선수가 없는데 오는 8월 리우 대회에서 진종오가 사격 남자 50m 3연패에 첫 도전한다.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3연패는 올림픽사에 단 한 번 있었는데 1988년과 1992년, 1994년에 연달아 금메달을 딴 보니 블레어(미국)가 주인공이다. 이상화가 ‘여자 빙속’ 레전드인 블레어와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 질주한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응시하는 이상화의 눈빛이 매섭다. 그가 가는 길이 바로 역사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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