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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류재규기자]홍명보(46) 전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이 지난 17일 중국 슈퍼리그 항저우 그린타운FC와 2년간 감독 계약을 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대표팀 감독을 끝으로 1년 6개월간 쉬었던 그가 복귀무대를 프로축구, 그것도 중국 슈퍼리그 감독으로 삼았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홍 감독은 지도자 경력을 모두 대표팀에서 쌓았다. 2006 독일월드컵대표팀 코치로 시작해 2014 브라질월드컵대표팀에서는 감독으로 일했다. 브라질월드컵에서는 큰 아픔을 겪었지만 U-20 청소년, 올림픽대표팀 지휘봉을 쥐고는 기쁨의 눈물을 흘릴만큼 큰 성과도 냈다.

- 2005년~2006년 : 2006 독일월드컵대표팀 코치

- 2007년~2008년 : 2008 베이징올림픽대표팀 코치

- 2009년 2월 : U-20 대표팀 감독

- 2009년 9월~2012년 : 2012 런던올림픽대표팀 감독

- 2013년 6월~2014년 7월 : 2014 브라질월드컵대표팀 감독

홍 감독의 광저우 사령탑 취임은 단순한 지도자 생활로의 컴백이 아니라 향후 그의 전체적인 축구인생을 다시 설계하는 그랜드 디자인의 출발점이라는 측면에서 주의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잘 알려진 것처럼 홍 감독은 선수 시절부터 축구 행정가를 은퇴 후 목표로 밝혔다. 장학회를 만들고 축구계의 선후배를 모아 자선축구대회를 열 때만 해도 사람들은 그가 애초 설정한 진로대로 차근차근 걸어간다고 생각했다. 곧 대한축구협회나 아시아축구연맹, 국제축구연맹에서 행정가 경력을 쌓을 것이라고 여겼다.

그런 홍 감독이 2005년 독일월드컵대표팀 코치를 맡고 이후 10년 가까이 각급 대표팀의 핵심 역할을 섭렵했다. 그가 인생의 본질적인 목표를 바꿨거나 지도자 경험쌓기를 통한 우회의 길로 들어섰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번 광저우행도 같은 맥락으로 보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이번 광저우행은 홍 감독이 시선을 더 멀리 두고 있음을 드러낸 것으로 보는 것이 맞다. 한국의 슈퍼스타 출신으로 일본 J리그에서 외국인 최초로 주장을 맡으며 일본 축구계에도 영향력을 확대한 그가 꾸준하게 러브콜을 보내던 K리그와 J리그를 뒤로 하고 슈퍼리그를 제2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중국은 최근 아시아 축구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최고 지도자의 ‘축구굴기’ 정책에 따라 천문학적인 돈이 축구에 투입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대형 선수는 물론 루이스 스콜라리(광저우 헝다), 스벤 예란 에릭손(상하이 상강), 마누 메네헤스(산둥 루넝) 등 세계적 지도자도 활동하고 있다.

홍 감독이 이런 무대에서 의미있는 성공을 거두고 최종 목표인 유럽 빅리그 사령탑 경력까지 쌓는다면 이후 시선은 더욱 넓고 높은 곳으로 향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그가 ‘행정력’을 펼칠 수 있는 무대는 축구의 경계를 넘어 더 큰 곳으로 향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일부 팬과 축구계 관계자들은 홍 감독이 지난 17일 항저우와 계약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한 인터뷰 내용을 두고 그가 ‘평범한 가장’이자 ‘사적인 성공과 이익을 추구하는 개인’으로 돌아갔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그가 사용한 단어 자체만 보면 그렇게 볼 수도 있다.

“지난 20여년간 모든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했다. 잘할 때도 있었고 못할 때도 있었다. 그러나 1년 반을 쉬면서 생각했다. 이제 나 자신이나 가족을 좀 더 생각하겠다. 부담을 내려놓으면 내 생각도 자유로워진다. 지금은 좀 더 자유로운 입장에서 선택했다고 이해해주면 한다.”

앞뒤로 이어진 말도 살펴보자. “중국에서의 첫 도전이다. 신인의 자세로 임하겠다. 항저우에는 어린 선수들이 많다. 항저우는 당장의 성적도 중요하지만 미래를 내다보는 팀이다. 가장 적극적이고 열린 자세로 대화를 했다. 나와 팀 모두 비전과 철학이 일치했다.”

다음의 말도 새겨보자. “박태하 옌볜FC, 장외룡 충칭 리판 감독 등 한국인 지도자간 경쟁이 아니라 소속팀의 경쟁이다. 김태영 김봉수 등 그동안 함께 한 한국인 코치를 데려갈 계획도 없다. 기존 중국 코치들과 함께 한다. 새로 도전하는데 과거를 갖고 갈 생각은 없다.”

‘밥솥을 깨뜨리고 돌아갈 배를 가라앉히는’ 결단 속에 과거를 묻고 자유롭게 새출발을 하겠다는 게 홍 감독 주장의 핵심이다. 그 가운데 항저우 경영진과 의기투합한 미래에 대한 비전과 철학을 성취하는데 집중하겠다는 뜻이다.

자, 이제 홍 감독이 지난 2013년 러시아 지도자 연수를 앞두고 한 말을 다시 보자. 그가 머리 속에서 무슨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곱하기 인생을 위한 도전에 나섰다는 의미로 읽힌다.

“내가 생각하는 인생은 두가지다. 더하기 인생도 있고, 곱하기 인생도 있다고 본다. 나는 곱하기 인생을 살고 싶다. 한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잡기 위해 도전을 즐긴다.”

사람의 앞날은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다. 큰 목표를 세우고 아무리 정교하게 실행 계획을 짜도 성패는 어긋날 수 있다. 홍 감독도 예외는 아니다. 몇차례 부침은 있었지만 혼신의 힘을 다해 자신이 느낀 부담감, 다른 말로 우리 모두의 꿈을 대부분 현실로 만들었다.

그런 그가 신인의 마음으로 낯선 환경에서 새롭게 출발한다. 지난 20여년 그의 헌신 덕에 행복했던 우리는 고독한 전장에서 분투할 그에게 ‘자유로울 권리’를 주고, 참고, 기다리면 어떨까. 지도자든 행정가든 마침내 정상에 선 그와 함께 다시 환하게 웃기 위해.

jklyu@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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