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경궁_명정전 권역_전경_여름
창경궁. 제공 | 문화재청

[스포츠서울]문화재청이 창덕궁 낙선재 권역을 300만원의 고가에 숙박시설로 개방하는 ‘궁 스테이’를 기획한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문화재청은 낙선재 권역의 석복헌과 수강재 등 두 전각을 개조해 외국인 관광객의 숙박시설로 개방할 것을 기획했는데, 외국이 궁을 호텔로 개방하는 사례를 참조했단다. 문화재청이 참조했다는 해외 사례는 스페인의 파라도르 호텔로 석조건축물이다. 그러나 우리 궁은 목조건축물이어서 화재에 취약하다. 이 시설을 일반에 숙박시설로 개방했다가 제2의 숭례문 사태가 나오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논란이 일자 문화재청은 보도자료를 내고 “문화재 보존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고궁을 합리적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해외 여행시 해당 나라의 고궁에서 묵었던 기억이 무척 근사했다는 의견을 내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왜 꼭 해외의 사례를 따라해야 할까?

우리 나라의 고유성과 정체성을 찾는 대신 해외 사례를 무조건 모방하려는 시도가 문화사대주의로 읽혀 안타깝다.

외국을 모방한 사례는 무궁무진하다.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는 이층버스는 그런대로 참을 만 하다. 그러나 씨클로와 꽃마차까지 가세한 모습은 어딘지 불편하다.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을 외국인에게도 적극 개방하겠다는 문화체육관광부의 방침도 어쩐지 문화사대주의로 느껴지는 건 나 뿐일까?

미술사학자 안휘준 박사는 평생의 연구를 통해 우리 문화의 우월함과 아름다움에 대해 역설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민족에게는 일제시대에 주입당한 ‘조선 열등설’이 남아있는 듯하다.

최근 여행길에서 독일인 가수를 만났다. 그는 한국이 너무 좋아 10년전부터 꾸준히 한국을 찾아온다고 말했다. 그가 한국을 좋아하는 이유에 이층버스나 씨클로는 없었다.

자꾸만 외국과 닮기 위해 무언가를 이식하려 애쓰기 보다 우리가 가진 것을 더욱 살뜰히 가꾸는 태도가 아쉽다.

김효원기자 eggrol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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