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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조직도.


[스포츠서울]8개월째 공석인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자리를 놓고 진통이 계속되고 있다.

이 자리는 지난해 10월 정형민 전 관장이 직원 인사에서 직권남용한 사실이 드러나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하차한 뒤 무려 8개월째 공석으로 남아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1월 채용 공고를 내 지난 2월 15명의 후보를 받아 심사를 거쳐 이 중 2명으로 후보자를 압축하고 최종 후보자 발표를 하기로 한 상태였다. 그러나 최근 문체부가 ‘적격자가 없다. 재공모하겠다’는 발표를 하며 미술계에 파란을 일으켰다. 15명 후보중 2명을 추렸다면 2명 중 한 명이 선정되는 것이 상식적이다. 그러나 문체부는 이같은 상식을 깼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국립현대미술관장을 외국인에게도 문호를 개방하겠다”고 밝혀 미술계를 ‘멘붕’에 빠뜨렸다. 외국인 관장을 모셔오기 위해 인사혁신처와 급여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하니 상당히 진전된 상태임에 분명하다.

미술계는 꽤 오랫동안 국내 특정 대학 출신이나 해외 유학파들이 좌지우지하던 판이었다. 특정 대학을 나오지 않거나 외국물을 먹지 않은 사람은 명함을 내밀기 어려웠다. SNS의 발달과 글로벌화로 이제 겨우 학연의 위세가 수그러들기 시작한 참이다. (물론 학연은 사라지지 않았다. 다만 겉으로 그 위용을 자랑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런 가운데 문체부 장관이 들고 나온 외국인 관장 카드는 얼핏 우리 미술의 글로벌화를 위한 참신한 아이디어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 미술이 세계와 교류하기 위해서 외국인 관장이 필수 조건일까 의문을 가지게 된다. 지금까지 해외에서 유학하며 선진 미술 현장을 배워온 미술인이 얼마나 많은데 그 많은 인재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정말 인재가 없어서일까? 제대로 된 인재를 등용하지 못하는 인사 시스템이 가장 큰 문제는 아닐까?

관장 자리를 놓고 갑론을박이 길어지는 가운데 우리 미술은 좌표를 잃고 헤매는 중이다. 이토록 오랜 시간 동안 수장 자리를 비워둔 국공립 단체가 또 있었을까? 국립현대미술관장 자리 쯤은 없어도 이 나라에 아무 문제 없다는, 정권이 예술을 바라보는 무의식으로 느껴지는 것은 지나칠까?
김효원기자 eggrol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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