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동영 기자] “언젠가 꼭 선발 하고 싶죠.”

살짝 막연해 보였다. ‘현실’이 됐다. 심지어 잘 던진다. 삼성 왼손 이승현(22) 얘기다. 평균자책점이 ‘제로’다. 에이스 소리가 나온다.

이승현은 올시즌 선발로 두 경기에 나서 2승을 올렸다. 5이닝씩 던지며 단 1점도 내주지 않았다. 지난 18일 홈 두산전에서 5이닝 1안타 2볼넷 6삼진 무실점을 쐈다. 시즌 첫 승.

5일을 쉬고 24일 LG전에 다시 등판했다. 5이닝 노히트 6볼넷 8삼진 무실점이다. 볼넷은 아쉽지만, 안타를 주지 않으니 상쇄가 된다. 시속 140㎞ 후반까지 나오는 속구에 슬라이더-커브-체인지업을 구사하며 상대를 제압한다.

시작부터 뛴 것은 아니다. 퓨처스 다승왕 출신 이승민이 먼저 기회를 받았다. 그러나 4이닝 6실점-3.1이닝 3실점-4이닝 8실점으로 좋지 못했다. 다른 선발 카드 백정현까지 부상을 당했다. 이에 박진만 감독이 결단을 내렸다. 이승현과 이호성을 선발진에 넣었다.

사실상 루키인 이호성은 아직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대신 이승현이 위력을 떨친다. 삼성은 최근 16경기에서 13승 3패를 질주하고 있다. 이승현의 역할 또한 크다.

2021년 1차 지명자다. 1군 데뷔전에서 시속 150㎞의 강속구를 뿌리며 팬을 설레게 했다. 그 임팩트를 이어가지 못했다. 부침이 있었다. 2022년 14홀드를 올렸으나, 평균자책점은 4.53이다.

지난해에도 7홀드 5세이브, 평균자책점 4.98로 썩 좋지는 못했다. 오승환이 부진할 때 마무리로 나가기도 했는데, 오롯이 믿음을 주지 못했다. 허리가 좋지 못해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2024시즌 선발 도전에 나섰다. 비시즌 호주리그로 건너가 선발로 활약했다. 최대 5.2이닝까지 소화하는 등 투구수를 늘렸다. 스프링캠프에서도 꾸준히 공을 뿌렸다. 이호성과 함께 강력한 5선발 후보로 올라섰다.

시즌은 퓨처스에서 시작했다.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는 코치진의 판단. 오래 걸리지 않았다. 지난 18일 1군에 왔다. 현재까지 대성공이다.

처음부터 삼성은 이승현을 선발로 키우고자 했다. 팀 상황이 어려웠을 뿐이다. 최근 몇 년간 불펜이 무너지면서 이승현이 선발로 갈 수 없었다. 한 명이 급했다.

올해는 아니다. 비시즌 임창민-김재윤 영입으로 뒷문이 막강하다. 최성훈-양현도 2차 드래프트로 데려왔다. 불펜의 질과 양이 다 좋아졌다. 이를 바탕으로 이승현도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선발 준비에 전념할 수 있었다. 그 결과가 나온다.

지난 몇 년간 이승현은 “개인적으로는 선발 욕심 있다. 그러나 내가 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팀이 원하면 거기서 던져야 한다”며 “대신 언제가 됐든 기회가 온다면 선발투수 하고 싶다”고 말했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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