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요코하마=김용일 기자] 결국 ‘1-0 스타트’는 독이 됐다.

홍명보 감독이 지휘하는 울산HD는 지난 24일 일본 요코하마시에 있는 요코하마 닛산스타디움에서 끝난 2023~2024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4강 2차전 요코하마 마리노스와 원정 경기에서 승부차기 접전 끝에 탈락했다. 홈 1차전에서 이동경의 골로 1-0 신승한 울산은 이날 전, 후반 정규시간을 2-3으로 뒤졌다. 합계 3-3으로 연장 승부를 벌였는데 승부를 내지 못했고, 승부차기에서 마지막 키커 김민우가 실축하며 4-5로 졌다.

한 골이 발목을 잡았다. 울산은 요코하마의 약속한 전방 압박에 고전하며 초반 휘청거렸다. 김영권, 이규성 등의 실책성 플레이가 지속하면서 킥오프 30분 내에 3골을 내리 허용했다. 우에나가 아사히(2골), 안데르손 로페스에게 실점했다.

탈출구를 찾지 못하다가 전반 34분 꺼내든 보야니치 카드가 통했다. 울산은 1분 뒤 이동경의 코너킥 때 마테우스의 헤더 만회골에 이어 5분 뒤 보야니치의 정교한 패스를 받은 엄원상이 페널티킥을 만들어냈다. 요코하마 수비수 가미지마 다쿠미는 손으로 공을 쳐내는 반칙을 범했는데 레드카드까지 안았다. 울산은 수적 우위를 안았고 보야니치가 페널티킥을 깔끔하게 차넣으며 2-3으로 추격했다.

마법 같은 뒤집기가 그려졌다. 울산은 요코하마를 가둬놓고 두드렸다. 그러나 믿기 어려울 정도로 골문은 열리지 않았다. 교체 자원 김민우의 결정적인 슛이 골대를 때리는 등 40개 소나기 슛을 때렸지만 무의미했다. ‘복불복’과 같은 승부차기로 흘렀고, 결승행 티켓은 요코하마에 넘어갔다.

울산은 지난 1차전에서 이겼지만 후반 막판 주민규, 이동경의 슛이 골대를 때리며 추가골을 얻지 못했다. 아슬아슬한 ‘1-0 스코어’로 원정 길에 나섰다. 결과적으로 안방에서 득점 기회를 더 살렸다면 2차전의 비극을 겪지 않았을 수도 있다. 홍 감독은 경기 직후 “상대가 (1명)퇴장한 이후 많은 공격을 했는데 1차전도 그렇고 2차전도 (원하는 만큼) 골이 더 나오지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운도 따르지 않았으나 경기력이 저조했던 것도 사실이다. 세찬 비가 내린 가운데 수비진의 기동력은 매우 떨어졌다. 또 후반 교체 투입된 마틴 아담, 김민우 등 해결사 노릇을 해야 할 공격수가 크게 부진했다. 울산은 경기 이틀 전인 22일 오전까지 국내에서 훈련한 뒤 오후 늦게 요코하마에 입성했다. 현지에서 하루 적응 훈련에 임한 뒤 실전을 치렀는데 기후 변수와 더불어 주력 요원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울산은 오는 28일 제주 유나이티드와 홈경기를 시작으로 K리그1을 재개한다. 주중 경기까지 3연전이 예정돼 있는데, 몸과 마음의 상처를 이르게 치유하는 게 관건이 됐다.

한편, 울산이 ACL 결승 진출에 실패하면서 전북 현대의 2025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32개국 체제) 진출도 무산됐다. AFC엔 4장이 배분됐는데 2021년과 2022년 ACL을 제패한 알 힐랄(사우디아라비아) 우라와 레즈(일본)가 2장을 미리 챙겼다. 울산이 지난 4강 1차전 승리로 AFC 클럽 랭킹 2위로 올라서며 출전권을 손에 넣었다. 랭킹 3위인 전북은 울산이 ACL 우승을 차지하면 월드컵에 출전할 수 있었으나 4강에서 탈락하며 좌절됐다. 나머지 1장은 내달 예정된 요코하마와 알 아인(아랍에미리트)의 ACL 결승전 승자가 가져간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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