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수원=윤세호 기자] 지명 순서가 전부는 아니지만 경쟁 구도가 그렇다. 2024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부터 3순위로 지명된 신예 세 명이 치열한 신인왕 경쟁을 예고한다. 이제 겨우 페넌트레이스 한 달이 지난 가운데 시즌 끝까지 살아남는 투수가 영광의 순간을 맞이할 것이다.

경쟁 구도는 다음과 같다. 지난해 9월 드래프트에서 가장 먼저 이름이 호명된 한화 왼손 선발 황준서. 황준서 다음으로 단상에 오른 두산 오른손 김택연과 롯데 오른손 전미르가 꾸준히 1군 마운드에 오르고 있다. 황준서는 선발, 김택연과 전미르는 경기 후반 리드를 지키는 필승조를 맡았다.

사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경쟁을 장담할 수 없었던 황준서다. 3선발로 개막 로테이션에 이름을 올렸던 김민우가 복귀하면 선발진 잔류 여부가 명확하지 않았다. 팔꿈치 인대 이상이 발견된 김민우가 지난 23일 수술을 받기로 결정하면서 황준서의 로테이션 잔류가 확정됐다. 황준서는 오는 26일 대전 두산전에서 세 번째 선발 등판에 임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황준서는 총 6경기에 등판했다. 선발로 2경기, 중간으로 4경기를 소화해 15.2이닝 2실점 평균자책점 1.15를 올렸다. 기록에서 드러나듯 매우 인상적인 활약을 이어간다. 김민우의 갑작스러운 이탈로 첫 선발 등판이자 데뷔전이 된 3월31일 대전 KT전에서 5이닝 1실점으로 선발승도 올렸다. 이후 중간 등판에서는 실점하지 않았고 4월20일 대전 삼성전에서도 5이닝 1실점으로 잘 던졌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제구다. 보통의 신인 선수와 달리 자신의 스트라이크존이 뚜렷하며 볼넷 비율이 적다. 지금까지 볼넷 5개로 9이닝당 볼넷 비중이 2.87개에 불과하다. 포심 패스트볼과 스플리터를 주무기 삼아 예전에는 TV에서나 볼 수 있었던 타자들을 돌려세운다. 문동주, 김서현처럼 최상위 지명을 받은 한화 투수 유망주인데 프로 첫인상은 황준서가 가장 안정적이다.

로테이션에 고정되는 만큼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커졌다. 한화 최원호 감독은 지난 23일 수원 KT전을 앞두고 김민우의 시즌 아웃을 전하면서 “황준서가 지금까지 해온 만큼 해주면 좋겠다”고 바랐다. 고졸 신인이라 얼마나 많은 이닝을 기록할지 장담할 수 없지만 황준서의 호투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 한화다. 기대가 현실이 되면 지난해 문동주에 이어 2년 연속 신인왕도 바라볼 수 있다.

김택연은 8경기 7.1이닝 1홀드 평균자책점 3.68을 기록했다. 서울시리즈 당시 LA 다저스에 맞서 괴력투를 펼쳤고 신인왕 1순위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개막전 1이닝 2실점으로 고전하면서 적응 기간이 필요한 모습이었다. 한 차례 2군으로 내려갔는데 1군으로 돌아온 4월11일 한화전부터는 5이닝 1실점으로 안정궤도에 진입했다.

전미르는 개막 후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다. 14경기 13.1이닝을 던졌는데 대부분이 경기 후반 승패가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신인 입장에서는 어려울 수밖에 없는 등판인데 평균자책점 1.35로 특급 활약을 펼치고 있다. 빼어난 속구와 최고 수준의 커브를 앞세워 삼진 20개. 9이닝당 삼진이 13.50개에 달한다. 지금까지 모습만 보면 신인왕 수상 1순위인 전미르다.

물론 시즌은 길다. 아직 110경기 이상 남았다. 몇 달 후 무더위가 찾아오는 시점부터는 그야말로 체력 싸움이다. 끝까지 버티는 자에게 연말 시상대 영광이 찾아온다. 더불어 KIA 왼손 필승조 곽도규, 최근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는 LG 김범석 등 2년차 선수들의 활약도 변수다. 곽도규는 작년에 11.2이닝, 김범석은 작년에 10경기 29타석 소화에 그쳤다. 신인왕 자격을 갖춘 만큼 이들 또한 최고 신인 자리를 바라본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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