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박준범 기자] 여전히 심판 운영은 제자리걸음이다.

지난해 K리그를 떠들썩하게 했던 전북 현대와 포항 스틸러스의 35라운드 경기. 이례적으로 교체 실수가 발생했다. 당시 포항 소속이던 수비수 김용환(전남 드래곤즈)이 부상으로 필드 밖에서 치료받는 상황에서 포항은 선수 교체를 요청했다. 포항의 실수로 김인성이 나가고, 신광훈이 들어가는 교체를 요청했다. 하지만 김인성은 그대로 경기장에 남았고, 기록상으로 12명이 뛴 셈이 됐다.

대한축구협회(KFA) 심판위원회는 주심과 대기심, 제1, 2부심, VAR 심판, 보조 VAR 심판 등 6명에게 K리그 잔여 경기 및 FA컵(현 코리아컵) 등 대회 배정을 정지했다. 심판위원회 표현만 보면 중징계로 보였으나 시즌 막판이었던 만큼, 3경기 출전 정지였던 셈이다. 해당 주심과 심판진 일부는 이번시즌 K리그2 2라운드를 통해 복귀했다.

이번시즌도 마찬가지. 인천 유나이티드와 제주 유나이티드의 K리그1 6라운드 경기에서 오심이 나왔다. 주심은 인천 공격수 무고사가 헤딩 슛하는 과정에서 제주 수비수 임채민을 밀었다는 파울을 선언했다. 무고사의 헤딩은 득점으로 연결됐지만 취소됐다. 주심은 비디오 판독 운영실(VOR)과 소통했고 온 필드 리뷰를 거치지 않은 채 판정을 유지했다.

이는 심판평가소위원회를 통해 오심으로 판정됐다. 주심과 VOR에서 소통한 심판 1명이 ‘경기 배정 정지’ 처분을 받았다. 징계 수위도 발표하지 않았는데, 당시 주심은 2주 만인 지난 14일 FC서울과 전북 현대전에 전격 복귀해 경기를 관장했다. 어떤 발표도, 설명도 하지 않고 어물쩍 넘어갔다. 인천 구단은 소중한 승점을 잃고도 속앓이했다.

심판 업무는 지난 2020년부터 프로축구연맹에서 KFA로 이관됐다. 당시 KFA는 소통을 강조하며 판정 브리핑 활성화하겠다는 뜻을 내비쳤으나, 한 차례 브리핑만 연 뒤 중단됐다. 또 KFA는 언제부턴가 심판평가소위원회의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특별한 경우에만 공개한다.

이렇다 보니 K리그 구단은 오심이 의심되는 상황에 대해 공문을 통해 KFA에 직접 질의한다. 하지만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KFA는 공식적으로 공문에 관한 답을 하지 않고 있다. 당연히 질의에 대한 대답도 구단에 공식적으로 알리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각 구단은 프로축구연맹에 문의해 KFA의 평가와 오심 여부를 확인한다. 이 역시도 상황에 따라 달라 구단의 고위 관계자가 직접 KFA에 문의해 답을 듣는 경우도 있는데, 그만큼 구단과도 소통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한 축구계 관계자는 “판정과 관련한 내용을 감추다 보니 의심이 더 증폭될 수밖에 없다. 좀 더 공개해 투명성과 공정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본다”고 피력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는 지난해 10월 리버풀과 토트넘의 맞대결에서 발생한 오심을 곧바로 인정한 사례가 있다. 당시 이례적으로 잉글랜드 프로경기심판기구(PGMOL)는 경기 종료 후 1시간 후에 오심을 발표하며 현장 팀과 VAR 팀 사이에서 오갔던 음성을 공개했다.

오심은 경기의 일부다.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심판들도 KFA도 오심을 인정할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자신들의 신뢰와 공정성이 더 높아진다. 덮어두고 감춘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프로야구에서는 최근 자동 볼 판정 시스템(ABS)이 스트라이크로 판정한 것을 놓친 후 은폐하려고 ‘모의’ 한 사실로 심판 조장이 전격 해고되고, 함께 판정을 맡은 2명의 심판은 3개월 정지 징계를 받았다. 3개월 정직은 최대 정직 기간이다. 단호하고 높은 수위의 징계를 내렸다.

지금 시대는 ‘공정’이 화두다. 더군다나 스포츠정신이 강조되는 세계에선 더더욱 공정해야 한다. 공든 탑을 세우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무너지는 건 순식간이다. beom2@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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