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태형 기자] 2017년, tvN 드라마 ‘비밀의 숲’으로 세상을 놀라게 한 이수연 작가의 ‘소포모어 징크스’가 길어지고 있다.

검찰 스폰서 살인사건을 다룬 드라마 ‘비밀의 숲’은 한국장르물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냈다는 평가를 받으며 제54회 백상예술대상 TV부문 대상, 남자 최우수 연기상, 극본상을 수상했다. 아울러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국제 TV드라마 톱10에 선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이작가의 행보는 다소 실망스럽다. 의료계 부조리를 다룬 JTBC ‘라이프’(2018), tvN ‘비밀의 숲2’(2020), 판타지 미스터리물인 디즈니+‘그리드’(2022)까지 좀처럼 시청자들에게 다가가지 못하는 모양새다.

‘라이프’는 용두사미라는 지적이 나왔고, ‘그리드’(2022)에서는 방대한 세계관을 그려놓고 불친절한 전개와 개연성 부족을 보였다. 아무것도 수습하지 못한 상태에서 시즌2까지 암시해 혹평을 받았다.

지난 10일 첫 공개된 디즈니+ ‘지배종’ 역시 기대는 컸지만 ‘역시’라는 반응이다. ‘지배종’은 세포 배양 식재료로 먹거리의 새 시대를 연 BF 기업과 이에 반발하는 세력 간의 충돌을 그린 서스펜스 스릴러물이다. 전작인 ‘그리드’(2022)에서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던 이 작가는 인공 배양육이란 소재를 통해 환경 파괴와 공장식 축산 현실을 역설적으로 꼬집었다.

현재 4회까지 공개된 ‘그리드’를 향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초반부터 사건은 벌어지지만 눈길을 끌 정도는 아니었고, BF와 등장인물들의 배경을 설명하는데 집중하다 보니 1, 2회 기준으로 평이한 전개가 이어졌다. 때문에 디즈니+ ‘무빙’이나 ‘카지노’처럼 초반부에서 시청자를 사로잡을 만한 한 방이 부족하다는 인상을 심었다.

올드한 연출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근미래 배경인 ‘지배종’은 제작비 약 240억원이 투입됐다. VFX와 CG 기술이 동원했지만 전반적인 연출에서 아쉬움의 목소리가 크다. ‘그리드’에 이어 ‘지배종’에서 다시 한 번 이수연 작가와 손잡은 박철환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다만 배우들의 연기력만은 이견이 없다. BF대표 윤자유 역의 한효주는 안정적인 톤으로 자리를 잡아갔다.

우채운 역의 주지훈은 통풍 투혼을 불살랐다. 극 중 추격전이나 브로커가 이끄는 갱들과 17대1 액션신, 총격전을 소화했다. 앞으로도 폭파신 등 강렬한 액션이 예고돼 기대를 높였다.

두 배우의 케미는 기대 이상이다. 이외에도 이희준, 이무생, 전석호, 김상호, 박지연 등 연기력이 입증된 배우들이 든든하게 뒷받침했다.

국내에서는 혹평 일색이지만 해외 평가는 긍정적이다. OTT순위집계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지배종’은 20일 기준 디즈니+ 한국 TV쇼 톱10에서 1위를 차지했다. 홍콩, 대만, 일본, 싱가포르에서도 톱10에 올랐다. tha93@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