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최규리 기자] 지난달 사과값 폭등 사태로 정부가 과일 가격 안정을 위해 수입 과일 품목을 확대하면서 망고 가격이 예년보다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달 들어 망고 가격은 개당 3534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35.6% 하락했다. 이에 따라 매년 여름 인기를 얻고 있는 특급호텔 망고 빙수 가격도 인하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국내 호텔업계는 지난해보다 인상된 가격을 책정했다.

국내 특급호텔에서 판매하는, 망고가 들어간 빙수는 결국 올해 10만원대를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대표적으로 신라호텔(대표 이부진) 라운지&바 더 라이브러리에서 판매하는 ‘애플망고빙수’는 지난해 9만8000원에서 4.1% 오른 10만2000원으로 잠정 확정됐다.

지난해 신라호텔은 애플망고빙수 가격을 2022년 대비 18.1% 대폭 인상해 올해는 동결을 예상했으나, 결국 올해도 인상을 결정하며 10만원 넘어선 셈이다.

경기 불황에도 불구, 스몰 럭셔리인 호텔 빙수 메뉴가 매년 인기를 끌자 국내 호텔업계는 높은 가격표를 붙이는 중이다. 신라호텔 이외에도 국내 특급호텔 업계는 올해도 전년 대비 인상된 가격에 판매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에 따르면 롯데호텔, 조선호텔, 포시즌스 호텔 등도 빙수 가격 인상 여부를 두고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롯데호텔 서울은 페닌슐라 라운지에서 제주 애플망고 빙수를 전년 대비 4.5% 인상한 9만2000원, 웨스틴조선 서울은 애플망고 빙수를 전년 대비 8.3% 비싼 7만8000원에 판매했다. 이들 또한 올해 빙수 가격이 10만원대를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서울 포시즌스 호텔은 지난해 전년보다 30% 이상 올린 12만6000원에 판매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일부 소비자들은 지난달 망고 수입량이 역대 최대를 기록해 주재료인 망고 시세가 떨어졌는데 호텔 망고 빙수 가격 급등에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이 같은 지적에 일부 국내 호텔들은 수입산 망고 가격은 내렸지만, 국내산 망고 가격은 올라 어쩔 수 없이 인상을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 경기 부진일수록 뚜렷해지는 ‘불황형 소비’ 언제까지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특급호텔 빙수는 매해 큰 인기를 얻고 있으며, 특급호텔업계도 매년 고가의 빙수를 선보이며 국내 경기와 상반된 기조를 보인다.

이 같은 현상을 두고 일각에서는 ‘불황형 소비’ 패턴이 나타났다고 분석한다. 불황형 소비란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다소 저렴한 대체제로 비용 절약과 만족의 최대화를 동시에 추구하는 소비행태다. 불황형 소비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데, 제한된 구매력으로 제품 본연의 가치에 집중하는 소비이기도 하다.

SNS 주도로 삶의 질을 중시하는 문화가 정착되면서 소비 여력은 줄었지만, 국내 소비자들은 최대한 돈을 아끼면서도 외모나 품위를 유지하려 한다. 수백만 원에 달하는 명품 상품보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자신의 심리적 만족감을 취할 수 있는 명품 립스틱, 특급호텔 빙수 등이 불황형 소비의 대표적 상품이다.

실제 국내 2040 주소비층이 애용하는 인스타그램에서 ‘신라호텔망고빙수’ 해시태그 수는 약 1만5000개에 달한다. 이런 스몰럭셔리 인증은 불황형 소비의 방증이라 할 수 있다.

고물가와 고금리, 최근에는 고환율 현상에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국내 경제는 복합 위기를 겪고 있다. 불황형 소비 행태도 점차 확산하는 추세다. 이에 따라 국내 호텔업계는 고물가에도 예년과 비슷한 매출률을 유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가 부진할 때 가성비·불황형 소비와 관련 있는 기업은 역으로 반사이익을 누린다”고 진단했다.

업계 관계자는 “주 소비층인 MZ세대를 중심으로 호텔 망고 빙수가 인기를 끌고 있는 만큼, 매출은 예년 수준을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며 “특히 올해는 초여름 시기가 빨리 다가온 탓에 고객 수요 또한 전년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gyuri@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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