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삼성전자가 미국 정부로부터 반도체 공장 설립 보조금 64억 달러(약 8조8736억원)를 지원받는다. 이는 미국 반도체기업 ‘인텔(85억 달러)’과 대만 ‘TSMC(66억 달러)’에 이어 3번째로 큰 투자 규모다. 반도체 패권을 놓고 경쟁하고 있는 3사의 실탄이 더 마련된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투자금으로 현재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 중인 파운드리 공장에 반도체 생산시설 1곳을 추가하고, 첨단 패키징 시설 및 반도체 연구·개발(R&D) 센터도 만들 예정이다. 더불어 2030년까지 총 450억 달러(약 62조3925억원)를 투자한다는 구상이다.

앞서 TSMC는 미 정부의 지원금으로 2나노미터(nm·10억분의 1미터) 제품을 현지에서 제작하기로 합의했다.

삼성전자도 미국 텍사스의 기존 사업장을 종합단진로 전환하고, 테일러 지역에 2나노미터 포함 4나노미터 이하 첨단 반도체 시설을 구축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미 국방·안보 분야와 관련 부처로부터 반도체 수주를 받고 생산·공급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미 정부는 항공·우주, 방위, 자동차 등 미국의 핵심 산업에 사용되는 반도체를 삼성전자가 생산하며, 건설 일자리가 최소 1만7000개, 제조업 일자리는 4500개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한다.

그 연장선에서 반도체 업계는 미 정부가 천문학적인 보조금을 앞세워 해외 기업들의 투자 경쟁을 유도해 결국 최첨단 기술과 생산 설비를 확보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즉 반도체 기업에 대한 미국의 지원은 반도체 공급망을 자국으로 끌어당기는 전략이라는 것. 더불어 대규모 일자리도 창출하겠다는 속셈이다.

미 정도의 보조금이라는 호재에도 삼성전자는 마냥 웃지 못하고 있다. ‘9만 전자’를 바라봤던 주가는 지난 16일 8만원에 턱걸이했고, 17일 다시 7만원대로 떨어졌다.

그룹 내부도 시끄럽다. 삼성전자 직원 3명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으로 고소당했다. 이들은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이집트 교육부에 태블릿 PC 패키지를 납품하는 과정에서 현지 업체와 공모해 커버와 펜 등 액세서리 납품 단가를 올리고 인상분을 받는 방식으로 약 70억원의 손해를 끼쳤다는 의혹이다. 혐의를 부인한 이들은 현재 모두 퇴사한 상태다.

한편 SK하이닉스도 조만간 미국 상무부와 반도체 보조금 협상을 시작한다. 보조금 신청서는 이미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38억7000만달러(약 5조4000억원)를 들여 HBM(고대역폭메모리) 생산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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