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상암=김용일 기자] 화제의 ‘김기동 더비’는 포항 스틸러스가 웃었다. ‘태하드라마’가 이어졌다.

박태하 감독이 지휘하는 포항은 1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4’ 7라운드 FC서울과 원정 경기에서 4-2 완승했다. 리그 6경기 연속 무패(5승1무) 가도를 이어간 포항은 승점 16으로 선두를 굳건히했다. 반면 서울은 6경기 만에 다시 패배를 안으면서 승점 9(2승3무2패)로 제자리걸음, 상위권 도약에 실패했다.

지난해까지 포항을 성공적으로 이끌다가 서울 지휘봉을 잡은 김기동 감독의 존재만으로도 주목받은 매치업.

김 감독은 일류첸코를 최전방 원톱에 두고 손승범~팔로세비치~조영욱을 2선에 뒀다. 제시 린가드는 결국 무릎 수술대에 올라 4경기 연속 결장했다. 박 감독은 허용준과 조르지를 최전방에 배치했다. 백성동과 김인성이 좌우 측면을, 오베르단과 한찬희를 허리에 뒀다.

서울은 초반 먼저 기회를 잡았다. 포항 수문장 황인재가 전진 패스를 하려다가 실수를 범했다. 팔로세비치가 따내 페널티박스 정면에서 강한 오른발 슛으로 연결했다. 그러나 공은 포항 골대 상단을 때리고 물러났다.

위기 뒤 기회라고 했던가. 포항은 2분 뒤 선제골로 서울의 기를 꺾었다. 코너킥 기회에서 백성동의 오른발 킥을 수비수 박찬용이 머리로 돌려놨다. 골문 앞 허용준이 발을 갖다 대 골망을 흔들었다. 그의 603일 만에 K리그1 복귀골.

서울은 반격에 나섰지만 포항의 포백과 2선의 촘촘한 방어망에 고전했다. 오히려 조르지의 힘과 기술에 밀려 역습을 허용했다. 조르지는 전반 중반 이후엔 왼쪽 측면으로 이동해 공수에 힘을 보탰다. 허용준과 백성동이 전방에서 역습을 이끌었다.

서울은 전반 42분 코너킥 기회에서 손승범이 문전으로 흐른 공을 따내 왼발 슛을 시도했으나 포항 수비 블록에 걸렸다.

포항 수비에 막혀 좀처럼 공격을 풀지 못한 서울은 전반 추가 시간 기회를 잡았다.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볼 경합 중 프리킥을 얻어냈다. 기성용이 차올린 공을 권완규가 헤더로 연결했다. 공이 골대 맞고 흘렀다. 그러나 손승범이 재빠르게 밀어넣었다. 서울 22세 자원인 그의 K리그 데뷔골이다.

우세한 경기에도 세트피스로 동점골을 내준 포항은 후반 시작과 함께 변화를 줬다. 경미한 부상을 입은 허용준과 한찬희를 뺐다. 어정원과 김종우를 각각 교체로 투입했다. 조르지와 백성동이 최전방을 이끌었다.

서울도 후반 10분 교체 카드를 꺼내들었다. 손승범을 빼고 윌리안, 류재문 대신 김진야를 각각 집어넣었다.

양 팀은 일진일퇴 공방전을 벌였다. 포항 박 감독은 후반 14분 김인성 대신 최근 교체로만 3골을 터뜨린 ‘조커’ 정재희를 투입하며 총공세를 펼쳤다.

포항과 서울은 한 차례씩 결정적인 기회를 주고받았다. 후반 15분 백성동이 페널티박스 오른쪽에서 내준 힐패스를 조르지가 이어받아 오른발 슛을 시도했다. 그러나 서울 수문장 최철원이 몸을 던져 선방했다. 서울은 1분 뒤 조영욱의 패스를 받은 김진야가 페널티에어리어 오른쪽에서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섰다. 하지만 회심의 오른발 슛이 황인재 골키퍼 손에 걸렸다. 흐른 공을 조영욱이 리바운드 슛으로 연결하려고 했으나 포항 수비가 저지했다.

양 팀 교체 작전으로 경기는 더욱더 불꽃이 튀었다. 결국 웃은 건 서울이다. 후반 19분 강상우가 페널티박스 왼쪽을 파고들어 낮게 크로스했다. 이때 골문 앞에서 포항 완델손과 오베르단의 수비 동선이 겹쳤다. 윌리안이 흐른 공을 놓치지 않고 오른발로 차 넣었다.

다급해진 포항은 후반 22분 백성동 대신 이호재까지 투입됐다. 그러나 서울이 다시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다. 역습 기회에서 김진야가 페널티 아크 오른쪽을 파고 들어 반대편으로 낮게 깔아찼다. 이때 포항 수비가 엉켜 쓰러지고 윌리안이 골문 앞 노마크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논스톱 슛이 골문 왼쪽을 벗어나며 땅을 쳤다.

포항은 포기하지 않았다. 최근 후반 막판 투혼이 또다시 발휘됐다. 후반 27분 완델손이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크로스한 공을 이호재가 정확한 오른발 발리 슛으로 연결, 동점골을 터뜨렸다. 양 팀 교체 카드가 나란히 적중한 셈이다.

물고 물리는 접전이 이어졌다. 무승부로 끝날 것 같지 않던 양 팀 승부는 결국 포항이 웃었다. 후반 31분 코너킥 상황에서 흐른 공을 다시 완델손이 왼쪽 측면에서 따냈다. 재차 예리한 크로스를 올렸고, 공격에 가담한 박찬용이 절묘하게 오른발 뒤꿈치를 갖다 대 골문을 갈랐다. 포항 원정 팬은 크게 환호했다. 3만에 육박한 서울 팬은 고요했다.

서울은 후반 35분 기성용의 오른발 프리킥을 술라카가 헤더 슛으로 연결했다. 황인재가 침착하게 잡아냈다. 김 감독은 후반 막판 김진야를 빼고 공격수 김신진을 투입하며 동점골 사냥에 애썼다.

그러나 골운이 따르지 않았다. 후반 추가 시간 팔로세비치의 코너킥 때 일류첸코가 절묘한 헤더 슛을 시도했는데, 다시 골대 상단을 때렸다. 오히려 포항이 역습 기회에서 쐐기를 박았다. 정재희가 페널티에어리어 오른쪽을 돌파해 강력한 오른발 슛으로 서울 골문을 저격했다. 사실상 KO펀치였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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