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뉴질랜드=최규리 기자] 240일, 4000명, 57억개.

키위가 자라는 데 240일이 소요되고, 이를 재배하는 국내외 제스프리 농가원의 수는 4000명이 넘으며, 이로써 매년 총 57억개의 제스프리 키위가 생산된다.

반도체 버금가는 수출 효자 품목이 있다. 뉴질랜드에 본사를 둔 제스프리는 키위를 국제적으로 상업화해 연간 3조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뉴질랜드는 화산재 석회질 토양의 비옥함, 일조량, 강수량 등 뛰어난 기후적인 요인을 갖춰 키위 농사를 짓기에 최적화된 장소다. 그런데 이 모든 조건을 갖췄다고 해서 모든 농가가 대량으로 키위를 생산·수출해 매출고를 올릴 수 있는 건 아니다.

마지막 포장 단계까지 제스프리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면 키위를 판매할 수 없다.

◇ 힐연구소 ‘품질 테스트’ 거쳐야 수확할 수 있어

제스프리는 키위 출하 직전 최종 단계까지 전 과정에 거쳐 모두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뉴질랜드 현지서 생산된 키위가 해외로 수출되려면 엄격한 Hills Laboratory (힐 연구소)의 품질 검증을 통과해야만 한다. 제스프리 조합 농가들은 키위를 수확하기 전 힐 연구소의 테스트 및 승인 과정을 필수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힐 연구소는 키위 숙성도를 판별하고 있다. 재배 농가에서 가장 좋은 품질의 키위를 수확할 수 있도록 재배 중인 키위의 샘플을 채집해, 키위의 숙성도를 측정하고 가장 적당한 수확 시기를 판별한다.

이를 통과하지 못한 농가는 키위 재배를 할 수 없다. 제스프리의 키위 농가들은 힐연구소 인증서를 취득해야 한다.

일부 농가 주인들은 힐 연구소의 테스트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이 제일 힘들다고 토로한다.

브래드 스티븐즈 힐연구소 지점장은 “연구소의 승인은 필수 과정이며, 통과하지 못한 키위는 폐기된다”며 “끝까지 연구소의 승인을 받지 못 한 경우라면 전적으로 관리에 미흡했던 농가의 잘못이 클 것이다”라고 말했다.

테스트 1회 당 700 NZD(약 57만원)를 지불한다. 55명의 연구원들은 약 60~70개의 농가에서 무작위 키위를 채집해 테스트를 실시한다.

힐 연구소 세부테스트 항목은 △경도(키위의 단단한 정도), △색상(적정한 정도의 색상인지 판별), △건물증(생물체에서 수분을 제거한 후의 무게) 3개 나누어진다.

힐 연구소는 건물증 테스트를 가장 중요시한다. 이는 키위가 머금고 있는 수분이 빠져나간 후 남아있는 탄수화물이 당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키위 품질을 예측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평균적으로 그린키위는 17~20%, 썬골드키위는 20~24%의 건물률을 나타낸다.

건물증 테스트는 키위를 균일한 두께로 얇게 썬 뒤 무게를 측정하며 60도 열풍 건조 후 무게 재측정하여 비교된다. 건조 중인 키위 샘플은 실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하며 1분마다 온도 측정을 통해 세밀하게 검사가 진행된다.

당도(브릭스) 측정에도 제스프리만의 기준을 두고 있다. 수확 및 판매 시점의 적정 브릭스로 나누는데, 썬골드키위 경우 수확 시점의 평균 브릭스는 8Brix, 그린키위 6Brix, 루비레드키위 9Brix로 국내 판매 시점의 평균 당도는 각각 16~17Brix , 15~16Brix, 17~18Brix다.

힐 연구소에서는 일일 200~300개, 피크 시즌에는 500개의 샘플 검사 진행한다. 샘플 검사가 끝났다고 해서 검수가 완료된 것은 아니다. 검수가 끝난 키위들은 팩하우스로 이동해 마지막 관문을 거친다.

◇ 팩하우스, 포장 직전까지 검수 또 검수

뉴질랜드에선 총 12개의 팩하우스가 운영되고 있다. 평균 일일 7만5000kg 정도 검수한다. 포장 및 유통 과정에서도 제스프리만의 엄격한 품질 관리 시스템을 확인할 수 있었다.

팩하우스에선 최종 수출 판매되는 키위의 박스에 각 농가의 어느 구역에서 수확된 키위인지 추적이 가능한 고유 번호가 기재되어 있어, 어떤 농가에서 재배된 키위인지 확인할 수 있다. 이는 키위의 상품성이 떨어지거나 문제가 있을 시 해당 농가를 찾아 빠르게 문제점을 진단할 수 있다.

팩하우스에 도착한 키위는 먼지 제거·1차 검수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너무 무르거나, 상품성이 훼손됐다면 판매 및 수출이 불가하며, 주스 등 가공식품 생산에 쓰거나 품질이 더 낮은 경우 동물 사료로 소비한다.

그다음 키위 품질 정밀 검사에 들어간다. 적외선 카메라가 장착된 기계를 통해 키위의 당도·경도·색상·외관까지 세밀하게 측정한다. 여기서도 물론 불량 상품은 제외된다.

이후 자동화 공정 및 수기로 최종 스크리닝 1등급 상품을 분류하며, 1등급을 받은 키위만이 비로소 제스프리 스티커가 붙여진다.

끝이 아니다. 수출용 배에 싣기 전까지도 철저한 검수 과정을 거쳐야 한다. 키위는 온도에 민감한 후숙 과일이기 때문에 운송 시 선박 안에서 수시로 온도를 측정하며 모든 과정을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제어한다.

이렇게 1등급 고품질 키위만이 한국으로 보내진다.

크리트 아쿠하타 팩하우스 데이터 관리자는 “매시간 90개의 과실을 무작위로 검수한다”며 “최종적으로 1등급을 인정받은 키위만이 글로벌 시장으로 유통된다”고 말했다.

gyuri@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