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잠실=원성윤 기자] 류현진이 완전히 살아났다. 두산 타선을 무실점으로 꽁꽁 묶었다. 삼진을 8개나 잡아냈다. 70구를 던진 후 구위가 떨어지는 문제도 해결했다.

류현진은 1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KBO리그 두산과 경기에 선발투수로 출장해 6이닝 1안타 8삼진 2볼넷 무실점으로 승리투수 요건을 갖추고 내려갔다. 투구수는 총94개였다.

1회부터 구위가 좋았다. 속구 커브 컷패스트볼을 섞어 던지며 두산 타자를 요리했다. 김태근 허경민 내야 뜬공, 양의지 내야 땅볼로 솎아냈다.

ABS(자동 볼 판정 시스템) 존을 적극 활용한 하이-패스트볼과 체인지업, 커브가 돋보였다. 2회엔 홈런 4개로 살아나고 있는 김재환에게 하이-패스트볼을 던졌다.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강승호를 삼진으로 잡은 후 양석환을 볼넷으로 첫 출루를 허용했다. 그러나 박준영을 상대로 삼진을 잡아냈다. 시속 130㎞대 체인지업 6개나 던졌다. 컷 패스트볼 단 하나만 섞었다. 인상적인 피칭이었다.

투구 패턴이 확실히 바뀌었다. 타자마다 볼 배합을 달리하며 맞춰 잡는 모습이었다. 속구에 약한 타자에겐 속구와 컷 패스트볼을, 브레이킹 볼이 약한 타자에겐 자신의 주무기인 체인지업과 커브를 효과적으로 던져 헛방망이를 돌게 만들었다.

자신감이 붙었다. 3회 장승현을 3구 삼진으로 잡아냈다. 커브 체인지업 속구를 섞어 던지며 타자가 타이밍을 잡기 어렵게 만들었다. 김대한에게 던진 공은 가운데로 몰렸다. 139㎞ 속구였다. 받아쳤으나, 라인 드라이브로 날아가 페라자가 잡아냈다.

김태근도 느린 커브에 헛스윙이 절로 나왔다. 그 다음은 147㎞ 속구였다. ABS 존 몸쪽에 아슬아슬하게 걸쳤다. 스트라이크 콜이 나왔다. 방망이가 나오지 않았다. 루킹 삼진으로 타석에서 물러났다.

삼진쇼는 계속됐다. 4회 허경민을 상대로 속구, 컷 패스트볼, 커브, 체인지업을 골고루 던지며 헛스윙 삼진을 유도했다. 양의지는 스트라이크 한참 바깥으로 형성된 체인지업에 방망이를 갖다댔다. 2루수 땅볼로 물러났다. 느린 커브 2개와 결정구 체인지업으로 잡아낸 영리한 피칭이었다.

김재환은 6구 승부 끝에 볼넷으로 출루했으나, 강승호가 삼진으로 물러났다. 느린 커브와 체인지업에 속수무책이었다.

5회에서도 우려했던 구위가 떨어지지 않았다. 양석환을 3구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바깥으로 빠진 속구엔 헛방망이가, 몸쪽으로 바짝 붙인 146㎞ 속구에 그대로 얼어붙었다.

자신감 있는 피칭에 두산 타자들이 위축됐다. 박준영에게는 체인지업을 연속 5개를 던졌다. 이후 바깥쪽 높게 형성된 커브를 건드렸으나 유격수 앞 땅볼로 물러났다.

투구수를 70구를 넘기자 약속한 듯이 안타가 나왔다. 김기연이 바깥쪽으로 빠지는 130㎞ 체인지업을 받아쳐 중전안타를 만들었다. 약간 긴장한 모습도 나왔다. 본인도 의식한 듯 포수와 사인 교환도 길게 했다. 피치클락 위반도 나왔다.

그러나 류현진이 이겼다. 김대한과 풀카운트 승부 끝에 삼진을 잡아냈다. 9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마지막 느린 커브에 방망이가 나갔다. 아내 배지현도 자녀와 함께 손을 흔들며 아빠의 호투를 축하했다. 3경기 2패로 부진했던 늪에서 스스로 빠져나오는 순간이었다.

6회에는 흐름이 다소 끊겼다. 김태근을 땅볼로 잡아냈다. 허경민을 우익수 뜬공을 만들었으나, 페라자가 평범한 공을 놓쳐 출루를 허용했다. 여기에 폭투가 나와 허경민이 2루까지 진루했다. 1사 2루 상황. 양의지가 타석에 들어섰다. 우익수 뜬공이 나오자 장내가 술렁였다. 이번엔 페라자가 두손을 모아 캐치하며 아웃카운트를 하나 올렸다.

투구수가 90개를 넘긴 상황. 4번 타자 김재환이 마지막 관문이었다. 가운데로 온 145㎞ 속구에 방망이가 나왔다. 우익수 뜬공이 나왔다. 페라자가 공손하게 다시 두손으로 캐치하며 이닝을 끝냈다. ‘몬스터의 완벽한 귀환’을 알렸다. 류현진의 시즌은 이제 시작이다. socoo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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