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청정 키위, 한국으로 오기까지

[스포츠서울 | 뉴질랜드=최규리 기자] “1등급 키위만이 제스프리 브랜드로 수출될 수 있죠. 여러분들이 지금 한국에서 먹는 건 모두 1등급 고품질 키위입니다.”

10m 정도의 거대한 방풍림으로 감싸진 농가엔 수확을 앞둔 키위나무들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기자가 방문한 곳은 뉴질랜드 북반구 타우랑가에 위치한 제스프리 키위 농가. 이곳에선 그린키위부터 썬골드키위, 그리고 국내 처음 선보여지는 루비레드키위까지. ‘키위국’답게 다양한 키위들이 탄생하고 있다.

뉴질랜드는 키위 농사를 짓기에 최적화된 장소다. 화산재 석회질 토양의 비옥함, 일조량, 강수량 등 최상의 기후 조건을 갖추고 있어 고품질의 키위를 재배하기 적합하다.

1980년도부터 시작된 이 키위 농가는 올해로 43주년이다. 농장 주인인 제프 로데릭과 매니저 짐은 이곳에서 키위 상품화 직전 최종 단계의 품종을 책임지고 있다. 제프의 농가는 총면적 17만㎡로, 이 중 9만5000㎡ 면적엔 유기농 썬골드키위, 6만㎡ 면적엔 유기농 그린키위, 나머지 5000㎡엔 루비레드키위가 재배되고 있었다.

제프 로데릭은 “1년 동안 약 1만8000(1트레이=3.5kg) 트레이의 키위가 수확된다”며 “1980년도부터 1989년도까지 그린키위(헤이워드 품종)만 재배하다 유기농 품종으로 전환하게 되면서 현재 루비레드키위, 유기농 썬골드키위 및 유기농 그린키위를 재배 중이다”고 설명했다.

일 년 내내 마트 과일 매대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키위는 모두 이 뉴질랜드의 2800여 농가에서 온 것이다. 제스프리는 뉴질랜드 재배농가 2804개, 해왜 재배농가 1621개를 보유하고 있다.

제스프리는 뉴질랜드의 협동조합으로 연간 조단위 매출고를 올리고 있다. 이들은 농가와 계약을 맺고 키위를 생산하고 있는데, 계약 농가라고 해서 무조건 제스프리 키위를 재배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제스프리는 생산부터 유통, 마케팅 등 모든 과정이 표준화했다. 계약 농가들이 키위를 재배하려면, 제스프리의 체계적인 과정과 재배 방법, 품질 관리 시스템 등 ‘제스프리 시스템’을 거쳐야 비로소 제스프리 키위를 생산할 수 있다.

제스프리가 글로벌 키위 시장 중 오랜 기간 1위를 유지하고 연 3조원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여러 요인 중 하나로 체계적인 농가 관리를 꼽을 수 있다. 재배지 선정, 묘목 생산, 재배 기술, 수확 등 농가가 거쳐야 할 이 모든 과정을 제스프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하고 있다.

제스프리 스티커가 붙은 키위를 출하까지 걸리는 총 240일의 긴 시간 동안 말이다.

마침 기자가 제프 로데릭 농가를 방문했던 시기는 본격 키위 수확이 시작되던 3월이었다. 키위는 보통 3~5월 사이에 수확되는데, 이때는 상품성이 있는 고품질 키위와 아닌 키위를 골라내는 작업이 한창이다.

뉴질랜드의 키위 시즌은 남반구의 겨울인 6월부터 8월 중 키위나무를 가지치기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키위나무는 9월에서 11월 사이 다시 자라며, 이 기간 벌을 통해 키위꽃이 수분되고 수분된 꽃들이 열매를 맺기 시작한다. 이때 꽃의 개수를 조절해 너무 많은 과실이 열리지 않게끔 꽃을 꾹꾹 눌러 조절하는 적화(摘花) 작업을 한다.

열매들은 뉴질랜드의 여름인 12월부터 2월 사이 빠르게 성장하는데, 바로 이 시기에 재배 농가는 수확량을 예측하고 나무를 솎아냄으로써 키위의 크기를 최대화한다. 이를 적과(摘果)라 부른다.

각 농가는 일관성 있는 고품질의 키위를 생산하기 위해 1년 내내 키위 수확에 몰두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3년부터 20년동안 키위 농가를 운영 중인 데비 푸시너는 “수시로 적화, 적과 작업을 해야 한다. 그래야 과실의 품질을 유지하고, 영양분과 맛이 균일하게 보장되기 때문이다”며 “좋은 맛을 내기 위해 가지치기(캐노피) 작업에 특히 신경을 쓰고 있다. 적당한 일조량에 노출되어야 키위의 당도가 올라가기 때문에 햇빛을 많이 쐬게 한다”고 설명했다.

◇ 제스프리 독자 개발 품종 ‘썬골드키위’

뉴질랜드 현지에선 그린키위를 선호하는데, 국내선 제스프리가 독자 개발한 품종인 ‘썬골드키위’ 수요 및 판매량이 압도적이다. 제스프리 측은 “한국 소비자들은 새콤한 그린키위보다, 달달한 썬골드키위를 추구하는 편이다”고 말했다.

썬골드키위가 나오기 전 제스프리에서는 그린키위, 골드키위만 생산하고 있었다. 2010년경 뉴질랜드에 PSA((Psuedomonas Syringae pv Actinidiae, 키위 궤양병)가 퍼지면서 한동안 제스프리는 키위 재배 및 공급에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이때 골드키위는 전멸하다시피 해 엄청난 피해를 보았는데, 다행히도 KBC(Kiwifruit Breeding Centre) 키위육종센터에서 썬골드키위를 개발 중이었다.

썬골드키위의 경우 PSA에 강한 품종으로 당시 농가들은 골드키위 품종을 없애고 모두 썬골드키위로 품종 교체를 시도해 생산성을 키워갔다. 그 결과 2023년은 그린키위보다 썬골드키위가 두배 이상 매출률을 올렸고, 2027년 썬골드키위의 예상 매출액은 그린키위 대비 약 3.7배 정도 예상된다.

그런데 그린키위와 달리 썬골드키위와 루비레드키위를 생산하려면 반드시 제스프리에서 라이선스를 구매해서 생산해야 한다. 또 라이선스를 획득한다고 해서 쉽게 썬골드키위를 재배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썬골드키위는 그린키위 나무 묘목을 잘라 썬골드키위 묘목을 접붙이는 방식으로 재배 품종을 전환한다. 접붙이기 후 성숙 시기를 거쳐 약 1~2년 후부터 썬골드키위 재배가 가능해진다. 썬골드키위는 면적 당 생산량이 많아 농가 수익성에 도움이 된다는 장점이 있다.

제스프리 이같은 ‘제스프리 시스템’으로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해 키위 재배 농가의 지속 가능하고 장기적인 가치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키위는 뉴질랜드 경제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제스프리는 “2025년까지 목표 매출액이 45억달러(약 6조)다”며 “앞으로도 농가들의이윤을 위해 지속 가능성을 논의하고 협력해나가겠다”고 밝혔다.

gyuri@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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