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포항=강예진 기자] “운이 좋았다.”

운도 실력이라는 말이 있다. 박태하 감독이 이끄는 포항 스틸러스가 그렇다. 지난시즌과 비교해 감독과 주축 선수 절반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강하다. 중심에는 박 감독의 들뜨지 않는 침착함과 경계심, 선수의 땀방울이 있다.

포항은 리그 6경기를 치르면서 4승1무1패(승점 13)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 7일 대전하나시티즌을 2-1로 꺾고 5연속경기 무패(4승1무) 행진을 이어갔다. 1-1로 팽팽하던 후반 추가시간 정재희의 극장골로 승전고를 울렸는데, 박 감독은 “운이 좋았다”며 털털하게 웃었다.

후반 추가시간 극장골로 승점 3을 챙기는 재미를 보고 있다. 대전전뿐만 아니라 지난달 17일 광주FC전(1-0 승)과 30일 제주 유나이티드(2-0 승)전도 후반 추가시간에 골을 터뜨리면서 승전고를 울렸다. 대전전 이후 박 감독은 “운이 좋았습니다”라며 들뜨지 않는 목소리로 일희일비하지 않는 태도를 유지했다.

개막 전만 하더라도 포항은 상위권으로 분류되지 않았다. 지난 5년간 팀을 이끌었던 김기동 전 감독이 FC서울로 떠났고, 주전 센터백이었던 하창래와 알렉스 그랜트를 비롯해 최전방을 책임지던 제카도 적을 옮겼다. 또 2018년 중국 연변 지휘봉을 잡은 뒤 6년 만에 현장으로 복귀한 박 감독의 현장 감각에도 우려가 있었지만, 기우였다.

한국프로축구연맹 기술위원장 시절 정립한 축구 철학을 포항에 뿌리내려 성적을 챙기고 있다. 교체 투입한 선수들이 족족 골맛을 보면서 ‘용병술’까지 적중이다.

지난 2월 아시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부터 시즌을 시작한 박 감독은 “정신 없이 달려왔다. 하루하루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왔다. 선수들조차 처음에는 변화를 받아들이기 힘들어했다. 시즌을 치르다보니 ‘되네?’라는 생각을 하면서, 자신감이 향상했다. 꾸준하면 좋지만, 어려운 상황은 분명히 온다. 시즌은 마라톤이다. 한경기씩 지금처럼 하다 보면 조금씩 더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돌아봤다.

선두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있다. 박 감독은 “아직 발전하는 단계다. 팀에 온지 이제 3개월이 조금 지났다. 매 경기 얻은 게 많다”고 말했다.

박 감독의 축구에 선수들도 녹아 들기 시작했다. 그는 “나는 횡패스보다는 직선 패스와 플레이를 선호한다. 어떻게 하면 상대를 더 많이 괴롭히고 힘들게 할지를 생각한다. 공간을 만들어야 침투 할 수 있고, 찬스가 온다. 공간 찾기가 중요하다. 항상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라며 “팀에 희생할 수 있는 선수를 얼마나 보유하냐가 성적이 많은 영향을 미친다. 선참들이 좋은 역할을 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일희일비하지 않는 성격인 만큼, 지금의 스포트라이트에 도취되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박 감독은 “나는 압박 받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스포트라이트나 관심 역시 지나가기 마련이지만 선수들의 생각은 다를 수 있다. 지나친 긴장을 주는 건 위험하지만 한 번씩 약간의 긴장과 자극을 주는 것 또한 감독의 역할이다. 선수들에게 스트레스를 줄 필요는 없다”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위기일 때는 감독 혼자 힘만으로는 안된다. 선수와 감독의 궁합이 크게 작용한다. 서로 노력하면서, 발전하는 과정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kk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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