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안산=박준범 기자] 토미 틸리카이넨(37) 감독과 대한항공이 V리그 남자부 ‘새 왕조’ 시대를 열어젖혔다.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이 지휘하는 대한항공은 2일 안산상록수체육관에서 끝난 도드람 2023~2024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OK금융그룹을 세트스코어 3-2로 꺾었다. 챔프전 3연승으로 V리그 최초 통합 4연패 위업을 달성했다. 2010년대 ‘왕조’를 구축한 삼성화재의 통합 3연패를 뛰어넘는 새 역사다.

2020~2021시즌부터 대한항공 사령탑에 오른 토미 감독은 초창기 ‘호기심 배구’를 외치며 포지션을 파괴하는 플레이를 연달아 펼쳤다. 토미 감독이 “우리는 6명의 세터가 있다”고 거듭 강조하는 이유다. 다만 이번시즌엔 시작부터 ‘난기류’를 만났다.

외국인 선수 링컨 윌리엄스가 부상 여파로 시즌 초반 컨디션이 들쑥날쑥했다. 토종 에이스 정지석도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이후 허리 부상으로 1~2라운드를 건너뛰었다. 4라운드 들어 첫 선발 출전할 정도로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았다.

토미 감독은 불평보다 ‘젊은 피’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효과를 봤다. 1999년생 아웃사이드 히터 이준을 비롯해 2001년생 아웃사이드 히터 정한용, 2002년생 미들 블로커 김민재는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완벽하게 살려냈다.

특히 대한항공은 챔프전 3차전 5세트 13-13에서 정한용의 공격 득점, 김민재의 속공으로 길었던 승부의 마침표를 찍었다. 베테랑 한선수 유광우(이상 39), 곽승석(36), 김규민(34) 등 30대 선수가 주축을 이루는 팀에 ‘젊은 피’ 수혈은 현재가 아닌 대한항공의 미래를 볼 수 있는 지점이다. 토미 감독도 “크고 작은 부상이 있었지만 젊은 선수가 많이 성장한 게 가장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만족해했다.

외국인 선수도 시행착오를 겪었다. 과감하게 링컨과 결별한 대한항공은 무라드 칸을 데려왔다. 하지만 무라드는 기복 있는 플레이로 팀에 녹아들지 못했다. 토미 감독은 결국 챔프전을 앞두고 당초 점찍었던 러시아 국가대표 출신 막심 지가로프로 교체를 결정했다. 왼손잡이 막심은 챔프전 3경기에서 52득점을 올려 우승에 이바지했다.

지난 2017~2018시즌부터 대한항공에서 7시즌을 보낸 임동혁은 입대를 앞두고 최고의 ‘선물’을 받았다. 그는 오는 29일 국군체육부대로 향한다.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한 해”라고 돌아본 임동혁은 “대한항공은 무조건 우승해야 하는 팀이다. 2위 하면 실패했다는 얘기를 듣는다. 스트레스받을 수밖에 없더라. 꾸역꾸역 버텨냈다. 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힘으로 우승해 더 기쁘다”고 활짝 웃었다.

토미 감독은 통합 5연패를 향한 의지를 나타냈다. 그는 “우리의 배구를 보는 분이 기쁨, 행복 또는 영감을 얻으면 더 행복할 것 같다. 우리는 다음시즌에 패할 생각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우승을) 유지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개인 통산 2번째 챔프전 MVP를 받은 정지석도 “동기부여가 중요한데, 찾는 게 지금 목표다. 건방진 소리일 수 있지만 받을 수 있는 상은 다 받고 싶다. 다음 목표는 통합 5연패가 되지 않을까”라고 의지를 다졌다. beom2@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