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식이 이모티콘, 카카오의 농락인가 실수인가?

[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공짜 좋아하다 원하지 않는 광고로 피곤해질 뻔했다. 해킹과 보이스피싱 등 나날이 발전하는 인터넷 범죄에 민감한 요즘, 개인정보 유출도 신경쓰인다. 당사자인 카카오는 단순 실수로 일어난 해프닝이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카카오는 지난 19일부터 △춘식이의 하루 △핑크 어피치 △미니 문방구 등 3종 이모티콘을 평생 무료 제공한다는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이모티콘 커스텀 조합이 가능해 카카오톡 이용자 사이에서 ‘핫템’으로 올라섰다.

그런데 잘 나가던 무료 서비스가 논란을 일으켰다. ‘공짜’라는 혜택 뒤에 광고수신 및 개인정보가 넘어갈 여지가 있었다. 이용약관을 꼼꼼하게 읽지 않는 대부분 이용자의 허점을 노린 것이란 비판도 일었다.

해당 이모티콘 공개 당시, 이용약관에는 ‘상기 채널 외에도 ㈜카카오가 제공하는 이모티콘 및 이모티콘 플러스 관련 광고/마케팅 정보를 카카오톡 인증 전화번호를 통해 문자 메시지를 수신합니다’라는 공지가 있었다.

즉 카카오톡 이모티콘 채널 구독에 동의하면 카카오 채널뿐 아니라 휴대폰 번호로도 광고 문자 수신을 허락한다는 뜻이다.

또 ‘만약 사용자가 앞으로 ㈜카카오가 제공하는 이모티콘 및 이모티콘 플러스 관련 문자 메시지를 수신하고 싶지 않을 경우, 카카오 고객센터로 문의하여 본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라며 ‘해당 동의 이력은 유저가 동의 철회 시까지 보관됩니다’라고 게재했다.

고객을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행위다. 이모티콘 채널만 삭제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채널을 지워도 휴대폰 문자 광고가 계속 수신된 것. 이를 완전 차단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고객센터를 거쳐야만 했다.

다시 말해 동의 철회를 위해서는 ‘구독 취소’가 아닌 고객센터에 ‘문의’해야만 삭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용자의 항의가 빗발친 이유다.

논란이 계속되자 카카오는 해당 내용을 지웠다. 카카오 관계자는 “광고·마케팅을 위한 문자 메시지 수신에 관한 내용은 운영상 실수로 잘못 기재된 것”이라며 “카카오 이모티콘 채널 차단만으로도 광고 문자를 차단할 수 있다. 고객센터를 통하지 않아도 된다”라고 수습했다.

“아니다”라고는 했지만,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불안을 떨치기엔 일주일의 시간이 흘렀다. 카카오톡이 보안에 일부 취약하다는 건, 사례가 있다. 불과 일 년 전이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의 개인정보 유출 관련 조사에 착수했다. 카카오 측은 이번에도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선 부인하지만, 과거 행적을 보면 마냥 신뢰하긴 어렵다.

카카오톡은 지난해 12월 기준 월간활성이용자수(MAU) 4554만명을 유치하며 여전히 ‘국민 앱’으로 불린다. 이는 검색 앱 네이버(4316만명)보다 높은 수치다. gioi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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