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용일 기자] ‘장외 변수를 넘어라.’

한국 축구가 킥오프 전부터 뜨겁게 달아오른 태국 방콕 땅에서 승전고를 울릴 수 있을까.

임시 지휘봉을 잡은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축국국가대표팀은 26일 오후 9시30분(한국시간) 태국 방콕에 있는 라자망갈라 국립경기장에서 태국과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조별리그 C조 4차전 원정 경기를 치른다.

지난 21일 서울에서 치른 3차전 홈경기에서 1-1 무승부에 그친 한국은 2승1무(승점 7)로 조 선두를 지키고 있지만 태국, 중국(이상 승점 4)의 추격을 받고 있다. 2차 예선 세 경기를 남겨둔 가운데 태국 원정 승리로 최종 예선 9부 능선을 넘겠다는 의지다. 더 나아가 지난달 카타르 아시안컵 4강 탈락 직후 선수단 내분설, 축구협회 직원 추문 등으로 얼룩진 한국 축구의 어두운 그림자를 확실하게 걷어내는 게 목표다.

그러나 승리는 쉽게 얻어지는 게 아니다. 아시안컵과 닷새 전 홈경기를 통해 증명됐듯 한때 아시아 3류로 불린 동남아시아 축구 수준은 일취월장했다. 공수 전환 속도나 조직력이 아시아 상위 수준 못지않게 거듭났다.

동남아 원정은 늘 변수가 존재한다. 이 경기는 태국 현지시간으로 오후 7시30분 열리는 데, 저녁 시간에도 섭씨 30도 이상으로 덥다 습도도 70%를 기록, 가만히 있어도 땀이 주르륵 내리는 찜통 같은 날씨다. 여전히 쌀쌀한 국내에 머물다가 방콕으로 날아간 만큼 태극전사가 100% 온전한 컨디션을 유지하는 게 쉽지 않다. 추운 날씨에도 승점 1을 챙기고 고국으로 돌아간 태국은 ‘물 만난 고기’처럼 뛰어놀 환경이다.

날씨보다 최대 적은 현지 분위기. 동남아는 아시아에서 가장 뜨거운 축구 열기를 자랑한다. 태국은 최상위다. 자국 리그는 물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등 빅리그 인기가 어마어마하다.

태국축구협회에 따르면 라자망갈라 스타디움 4만8900석 전석이 매진됐다. 1998년 개장한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은 방콕 아시안게임을 비롯해 여러 메이저 대회가 개최됐다. ‘태국 축구의 성지’로도 불린다. 최근엔 방탄소년단(BTS), 콜드플레이 등 세계적인 팝스타가 공연했고, 올 초엔 스포츠서울이 주최하는 가요계 대축제 서울가요대상도 열린 적이 있다. 태국인에게 커다란 자부심을 안기는 안방이자 명소다.

이런 경기장에서 손흥민(토트넘) 등 빅리거가 포함된 한국 대표팀과 월드컵 예선을 벌이는 만큼 관심도가 크다. 165밧(약 6000원)부터 750밧(약 2만7000원)까지 구성된 입장권 암표가 정상가 10배에 가까운 가격으로 거래됐다. 경기 당일 고온다습한 날씨 속 5만여 함성이 내뿜는 독특한 열기는 한국에 커다란 부담이다.

태국 최대 보험회사 무엉타이생명보험 CEO인 태국축구협회 ‘수장’ 누알판 람삼 회장과 태국 정부의 ‘당근’도 눈길을 끈다. 지난달 역대 최고 득표율(93%)로 최초 여성 수장으로 거듭난 람삼 회장은 일찌감치 승점 1당 대표팀에 수당 100만밧(약 3600만원)을 걸었다. 태국축구협회는 24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세타 타위신 총리의 지원으로 승점 1당 수당을 300만밧(약 1억1000만원)으로 올린다며 ‘지원에 감사하다’는 코멘트를 달았다. 즉 승리 수당이 ‘900만밧(약 3억3000만원)’으로 치솟았다.

람삼 회장은 경기 당일 입구 개방을 늘려 사고를 예방하고, 응원 규정에 맞는 도구 반입 목소리를 내는 등 리더다운 적극적인 행동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방콕 포스트’는 “워 엘리펀트(War Elephants·태국대표팀 애칭)는 서울에서 1-1 무승부를 거둔 뒤 자신감에 차 있다. 이시이 마사타다(일본) 감독은 홈경기가 태국에 기억에 남는 날이 될 것으로 믿는다”며 자이언트 한국 사냥을 바라는 분위기를 전했다.

만반의 전투 태세를 갖춘 태국 안방에서 한국은 냉정한 마음으로 결전을 기다린다. 황 감독은 ‘주장’ 손흥민은 물론 지난 홈경기에서 교체로 활용한 이강인(파리 생제르맹)까지 선발진에 합류하게 하는 밑그림을 그리며 총력을 다짐하고 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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