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영화 ‘파묘’가 1000만 고지를 팠다. ‘K오컬트’ 장르물로는 첫 1000만 영화다.

지난 2월 22일 개봉한 ‘파묘’는 연일 기록을 갈아치웠다. 개봉 일주일 만에 300만 관객을 돌파했고 열흘만에 500만 관객을 동원했다. 영화를 연출한 장재현 감독의 최고 흥행작 ‘검은사제들’(2015, 544만)의 흥행 기록도 넘어섰다.

지난 해 1300만 관객을 돌파한 ‘서울의 봄’보다 빠른 관객 증가세를 보였던 ‘파묘’는 결국 개봉 32일만인 24일 오전 1000만 관객을 기록했다. 2024년 첫 1000만 영화다. ‘서울의 봄’(2023)보다는 하루 빠르고, ‘범죄도시3’(2023)와는 타이기록이다.

장 감독은 ‘1000만 감독’ 반열에 올랐고, 최민식은 ‘명량’(2014) 이후 두 번째 1000만 배우로 등극했다. 유해진은 ‘왕의 남자’(2005), ‘베테랑’(2015), ‘택시 운전사’(2017)에 이어 네 번째며, 김고은과 이도현은 첫 1000만 영화다. 특히 이도현은 스크린 데뷔작으로 1000만 배우에 이름을 올렸다.

◇생경한 ‘파묘’, 어떻게 천만 영화가 됐나?

‘파묘’가 개봉한 2월 22일은 영화계 전통적인 비수기로 꼽힌다. 배급사 쇼박스는 영화 완성도를 자신하며 과감히 ‘파묘’를 꺼냈고, 한 달 내내 마땅한 대항마 없이 극장가를 잠식했다.

영화적 재미가 쏠쏠했다. MZ무당과 풍수사, 장의사를 활용한 소재는 전 연령층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묘벤져스’라 불리는 네 배우의 열연은 작품성을 높였고, 작은 장면까지 디테일을 고심한 장 감독의 열정이 ‘이스터 에그’(영화 등 작품에 숨겨진 메시지나 기능)로 변주돼 N차 관람을 유발했다.

노골적으로 보이지 않았던 메타포가 불쑥불쑥 튀어나오자, 팬들 사이에선 놀이문화가 확산됐다. ‘파+고양이(묘)’ 인증샷이 유행했고, 경문 해석이 다양하게 쏟아졌다. 흰색 신발 신은 화림(김고은 분), 헤드폰 쓴 봉길(이도현 분) 등 신선한 팬아트도 무수히 등장했다.

마케팅도 적극적이었다. 영화관에선 삽으로 팝콘을 뜨는 ‘팝콘 무덤’, 경문을 따라 부르는 ‘굿어롱 상영회’, 굿즈를 활용한 ‘파묘 타투스티커’ 등 이벤트가 등장했다. 쇼박스는 팬아트를 바탕으로 포스터도 제작했다.

배우들도 덩달아 신이 났다. 기회가 날 때마다 무대인사를 돌았다. 특히 최민식은 각종 아이템을 착용하면서 화제를 이끌었다. 무대인사에서 “강동원이 왔다”고 거짓말한 장면은 온라인에서 크게 회자됐다. 또, 김고은과 최민식, 장재현 감독이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하면서 이야기가 넘쳤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터졌다. 동양적인 소재에 유럽과 북미는 생소한 재미를 느꼈고, 아시아권에서는 익숙한 맛을 봤다. 대만,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에서 글로벌 흥행이 이어졌다. 특히 인도네시아에선 무려 2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파묘’는 배우들의 연기력과 감독의 재능이 시너지를 일으킨 작품이다. 아울러 후반부에 담긴 항일 코드와 시대적인 분위기가 맞닿으면서 N차 관람이 폭발했다. 올해 첫 1000만 영화로 손색없다”고 평했다.

◇파묘 ‘1000만’ 넘었지만 속편은 없다…당분간 휴식 취할 계획

2009년 영화 ‘인도에서 온 말리’로 데뷔한 장재현 감독은 국내에서 유일한 오컬트물 전문 감독이다.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2012) 연출부를 거쳐 2015년 장편 데뷔작 ‘검은사제들’로 544만 관객을 동원했고 2019년 영화 ‘사바하’는 239만 관객을 기록했다.

‘파묘’는 지난 2019년 ‘사바하’를 마친 뒤 틀을 잡기 시작했다. 앞서 ‘검은 사제들’에서 천주교와 퇴마, ‘사바하’에서 ‘사이비 종교’를 소재로 내세웠던 장감독은 ‘파묘’에서 무속신앙과 이장을 내세웠다. 영화를 위해 수차례 이장 현장을 지켜봤고 장례지도사 과정을 밟기도 했다.

전북 진안에서는 이장 중간 장손이 뇌졸중으로 쓰러지는 모습을 목격하기도 했다. 함께 간 장의사가 토치로 시체를 태웠다. 관을 파보니 물이 괴어있었다. ‘파묘’의 사작이었다.

극 중 대살굿 장면은 무속인들의 자문을 받아 탄생했다. 의외로 스케줄 맞추기가 어려웠다. 배우들은 시간이 괜찮았는데, 자문을 해주기로 한 무당이 바빠서였다.

“2022년 말이었어요. 왜 시간이 안 되냐고 독촉하니까 귀신 들린 사람이 너무 많아졌다는 거예요. 최상급 무속인들은 의사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바로 수술대로 올라가는 거죠. 한때 많은 사람이 죽었고, 대다수가 귀신이 됐대요. 아무나 귀신이 되는 게 아니고 감정이 응축돼서 죽어야 귀신이 된다고 하네요. 그것도 참 놀랄만한 일이었죠.”

‘파묘’를 통해 처음으로 ‘1000만 감독’ 대열에 오른 장재현 감독은 “속편 계획은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당분간 휴식을 취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목표는 손익분기점(330만)이었어요. 이렇게 되니 어리둥절하네요. 비록 영화가 잘 되긴 했는데, 속편 계획은 없습니다. 캐릭터만으로 이야기를 만들고 싶진 않아요. 개인적으로 음지에 있는 걸 좋아하는데, 양지로 나와서 힘들어요. 하하.”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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