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잠실=윤세호 기자] “한국시리즈도 하지 않았나. 그 분위기와는 비교할 수 없다.”

기량만큼 멘탈도 돋보인다. 꾸준히 집중력을 유지하고 실패해도 흔들리지 않았다. 실수가 나왔을 때 곧바로 적시타를 터뜨리거나 호수비를 하는 펼치는 모습을 지난 시즌에 꾸준히 봤다. 경기를 거듭하며 실수가 줄었고 이제는 완전한 주전 선수가 됐다. LG 2루수 신민재(28) 얘기다.

프로 입단 10년차에 첫 개막전 선발 출전인데 전혀 긴장하지 않았다. 지난 23일 잠실 한화전 2회말 올시즌 첫 타석에서 최고의 결과를 냈다. 2사 만루에서 처음으로 마주한 류현진에게 2타점 적시타를 터뜨렸다. 류현진의 5구 145㎞ 속구를 공략하며 이날 경기 선취 타점을 올렸다.

안타 다음은 호수비였다. 4회초 1사 만루 위기에서 실점을 막았다. 정은원의 2루 땅볼에 주저하지 않고 홈으로 송구해 3루 주자 김강민의 태그 아웃을 유도했다. 빠른 판단과 정확한 송구가 돋보였다. 이날 한화는 빈번히 수비에서 흔들렸지만, LG는 1회초 도루 저지부터 2회초 희생 번트에 시프트로 3루 포스 아웃, 4회초 신민재의 홈송구까지 단단한 수비로 경기를 풀었다.

마지막 타석은 다시 안타. 7회말 1사 만루에서 중전 적시타를 날려 멀티히트 경기를 완성했다. 1년 전 개막전에서는 엔트리 끝에 있는 대주자였다. 작년 5월말부터 주전 테스트를 받았고 이제는 매일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는 게 당연한 선수가 됐다.

그만큼 작년에 값진 경험을 했다. 매일 경기에 나가면서 타격과 수비, 주루까지 두루 발전했다. 가장 놀라운 부분은 수비. 넓은 수비 범위에 뛰어난 송구까지 거미줄 수비로 골든글러브 유격수 오지환과 막강 키스톤을 이뤘다.

신민재는 23일 경기 홈송구를 두고 “작년에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그때는 미리 생각하지 못했는데 이제는 주자의 움직임이 눈에 들어오면 반응이 된다. 3루 주자가 뛰는 게 눈에 들어왔고 충분히 승부가 된다고 생각해 홈으로 던졌다”고 돌아봤다.

유지보다는 발전을 원한다. 그래서 캠프 기간 부지런히 배트를 돌렸다. 작년 8월까지 0.312였던 타율이 9월부터 내리막이었고 0.277로 시즌을 마쳤다. 다양한 방향으로 타구를 날리는 스프레이 히터의 모습을 보였음에도 시즌 막바지 한계와 마주했다.

그래서 타격 스타일에 변화를 줬다. 신민재는 “이전에는 짧게 끊어치는 스윙을 했다. 이제는 스윙 궤적을 생각해 공이 오는 길에 맞춰 스윙한다. 빠르게 스윙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면서 너무 때리려 하기보다는내 스윙 궤적에 들어오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타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복잡하지 않다. 낯선 상황에 부닥쳐도 긴장하지 않고 이를 단순하게 수용해 대처한다. 신데렐라맨으로 도약한 비결도 여기에 있다.

신민재에게 개막전 만원관중 속에서 활약한 소감을 묻자 “계속 시범경기를 했기 때문에 특별히 다른 점은 없었다. 솔직히 그냥 안타 쳐야한다는 생각만 했다. 캠프부터 열심히 타격 훈련했으니까 빨리 보여주고 싶었다”며 “물론 팬분들이 많이 오셔서 감사하고 기분은 좋다. 그런데 우리는 한국시리즈도 하지 않았나. 그 분위기와는 비교할 수 없다”고 미소 지었다.

굵직한 경험을 작년에 몰아서 한 신민재다. 그래서 지난 1년은 예고편일지도 모른다. 특급 2루수로 도약하는 본편은 이제부터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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