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잠실=윤세호 기자] 나이는 잊었다. 지난해 또래 선수가 도루왕을 차지한 것이 자극이 됐다며 다시는 없을 것으로 생각했던 60도루 시즌을 다짐했다. 그리고 개막전부터 도루 3개를 기록하며 펄펄 날았다. LG 박해민(34)이 1번 타자로 돌아와 더할 나위 없는 시작점을 찍었다.

박해민은 2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화와 개막전에서 4타수 2안타 1타점 3도루로 펄펄 날았다. 몸에 맞는 볼 하나까지 3출루하면서 꾸준히 베이스를 훔쳤다. 1번 타자 복귀에 청신호를 쏜 것은 물론 도루왕도 기분 좋게 바라봤다. LG는 박해민 외에도 신민재가 멀티히트로 활약하고 총 11안타를 터뜨리며 한화에 8-2로 승리했다.

경기 후 박해민은 1회 첫 타석에서 류현진을 맞이해 인사를 건넨 순간부터 돌아봤다. 그는 “미국에서 우리나라 야구와 한국을 빛내주신 선수다. 그래서 선두 타자로서 내가 인사를 하기로 했다. ‘그동안 미국에서 고생하셨고 한국 야구를 빛내주셔서 감사하다’는 존경의 뜻을 담아 인사했다”고 밝혔다.

류현진을 상대로 4회말 적시타를 치면서 활약한 것에 대해서는 “4회 안타를 칠 때는 속구를 생각했다. 그 전에 내게 변화구 위주로 던졌기 때문에 이번에는 속구가 올 것으로 생각했고 초구부터 속구가 와서 배트를 돌렸다. 워낙 제구가 좋은 투수니까 볼카운트가 몰리면 절대 내게 유리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4회 적시타 후 2루 도루. 6회 내야 안타 후 2루 도루와 3루 도루에 성공한 부분을 두고는 “감독님께서 경기 전 도루에 대해서는 알아서 해도 된다고 하셨다. 이게 우리의 방향이다. 우리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 올해 뛰면서도 성공률을 높이는 것이다. 오늘 적극적으로 움직이면서 결과도 잘 나왔다”고 말했다.

KBO리그는 올시즌 메이저리그(ML)처럼 베이스 크기를 키웠다. 기존 15인치에서 18인치로 베이스가 커졌고 이를 통해 부상 방지와 도루 성공률 증가를 유도했다. KBO리그 역대 도루 부문 공동 7위(371개)를 기록한 박해민에게 희소식이다.

캠프부터 박해민은 6년 전 60도루로 도루왕에 올랐던 모습을 다시 보이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당시 “정수빈 선수가 도루왕을 차지한 게 자극이 많이 됐다. 다시 도루왕을 하고 싶고 마음 같아서는 60도루 시즌도 만들어보고 싶다”고 다짐한 바 있다.

박해민은 “베이스 크기가 커진 만큼 리드폭도 작년보다 조금 넓히려고 한다. 확실히 리드하고 돌아오는 거리가 좀 짧아졌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아직 모든 투수를 만나보지 못했다. 우투수를 많이 만나지 못했고 빠른 견제를 하는 투수도 만나지 않았다. 그래도 일단 리드폭을 더 넓히려 한다”고 커진 리드폭으로 2루를 훔치는 모습을 머릿속에 그렸다.

타석에서 변화도 있다. 양발이 11자로 있었던 작년까지와 달리 오른발을 다소 오픈한 채 타석에 선다. 박해민은 “공을 좀 더 편하게 보면서 스윙이 더 간결하게 나오기를 바랐다. 그래서 겨울부터 훈련도 정말 많이 했다. 지금까지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다”며 “나는 홈런 타자가 아니라 인플레이 타구를 많이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봤다. 겨울에 타격 코치님과 (홍)창기가 많이 도와줬다. 정말 고마웠다고 다시 한번 말하고 싶다”고 주위에 고마움도 돌렸다.

마지막으로 박해민은 지난 18일 고척돔에서 샌디에이고 최정예 선수들과 상대한 경험을 돌아보면서 “도움이 많이 됐다. 우리가 평가전이나 시범경기가 좀 적었는데 그래도 샌디에이고 좋은 투수들 공을 보고 때리기도 했다. 선수들이 더 자신감을 갖고 오늘 개막전에 들어가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시즌 준비부터 수월했음을 전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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