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황철훈 기자]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은 지난달 28일 국내 최초로 인조혈관을 통한 경피적 대동맥판막치환술(이하 타비시술)을 성공했다고 19일 밝혔다.

타비시술은 허벅지부위 대퇴동맥으로 도관을 삽입해 고장난 판막을 인공판막으로 교체하는 시술이다. 심장을 멈추지 않고 비교적 짧은 시간에 시술할 수 있어 고령의 다발성 질환자도 안전하게 시술할 수 있다.

타비시술을 받은 환자는 70대 남성 김모 씨로 2년 전부터 폐암과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으로 치료받던 환자였다. 김모 씨는 검사결과 심장판막이 제 기능을 못 하는 대동맥판막협착증으로 진단을 받았다. 특히 대동맥판막이 좁아지면서 판막 내 혈류속도가 최고 4.86m/s에 달할 정도로 빨라졌다. 또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으로 혈류가 제대로 공급되지 못해 심전도 검사결과도 날이 갈수록 악화됐다.

더구나 폐암과 COPD로 치료 중인 김모 씨는 몸상태가 안좋아 전신마취 필요한 개흉수술이 불가한 상황이었다.

이에 순환기내과 박명수 교수는 김모 씨의 대동맥판막협착증을 치료하기 위해 타비시술을 시행했다. 문제는 김모 씨가 오랜기간 동맥경화 치료를 받아오면서 타비시술에 이용되는 허벅지 쪽 대퇴동맥과 목 쪽 경동맥이 모두 막혀있다는 것이었다. 결국 유일한 방법은 좌측 대퇴동맥에 연결된 인조혈관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김 씨의 우측 대퇴동맥에는 스텐트가 삽입돼 있어 접근이 불가능했고, 좌측은 전 구간의 장골-대퇴동맥이 폐색돼 있었고 대동맥에서 대퇴동맥까지 인조혈관으로 이어져 있었다. 다만 인조혈관을 경유하는 타비시술은 국내에서 사례가 없었고, 인조혈관 손상에 따른 복강 내 출혈이나 감염 등의 위험부담이 컸다. 이 경우 자가혈관과 달리 지혈도 어렵기 때문에 응급수술을 받아야 해 위험성이 컸다.

순환기내과 최재혁·박명수, 흉부외과 나찬영 교수팀은 해외의 인조혈관 경유 타비시술 사례를 분석하고 여러 차례 시뮬레이션을 거쳐 타비시술을 결정했다. 치료 당일 나찬영 교수는 국소수술을 통해 인조혈관의 하단을 절개했고, 이어서 박명수·최재혁 교수는 인조혈관에 기구를 삽입해 시술을 시작했다. 신축성이 떨어지는 인조혈관으로 기구를 삽입하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정교한 시술로 혈관 손상 없이 조직판막을 삽입했다.

이후 조영제를 넣어 정확한 위치를 확인하며 조직판막이 달린 카테터가 대동맥판막까지 도착했고 고장난 판막을 조직판막으로 교체했다. 혈관 조영을 통해 인조혈관 및 문합 부위의 누출 여부를 확인한 뒤 절개한 인조혈관을 봉합하면서 3시간 30분간의 치료가 무사히 잘 마무리됐다.

시술 후 김 씨는 대동맥판막 내 최고 혈류속도가 1.64m/s로 안정화됐고 심전도 검사에서도 정상적인 심장박동을 확인해 지난 6일 퇴원했다.

박명수 교수는 “인조혈관을 경유할 수밖에 없는 타비시술은 세계적으로도 매우 드물고 국내에서는 사례가 없었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았다”며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심장혈관센터는 여러 고난도 타비시술을 비롯해 현재까지 모든 타비시술에 100% 성공했고, 특히 이번 국내 첫 인조혈관 경유 타비시술 성공은 의료진의 뛰어난 술기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최재혁 교수는 ‘타비시술이 요구되는 대동맥판막협착증은 대부분 고령의 환자에게 나타나기 때문에 심한 동맥경화 등으로 자가혈관을 이용하는 것이 불가능할 경우 인조혈관을 경유한 접근을 고려할 가능성도 있다“며 ”이번 인조혈관 경유 타비시술 성공으로 타비시술의 적응증을 크게 넓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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