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고척=김동영 기자] “이런 공으로는 실례죠.”

팀 코리아 ‘에이스’ 문동주(21)가 웃었다. 속은 부글부글 끓는 듯했다. 국제대회를 기약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오타니 쇼헤이를 만나면 잡겠다고 했다. ‘퍼펙트’가 목표란다.

고척스카이돔에서 문동주를 만났다. “지금 이 공으로 오타니를 상대한다? 그건 예의가 아닌 것 같다”며 “난 아직 20살이다. 좋아질 것이 훨씬 많다고 생각한다. 2026년 WBC에서 보겠다. 그때는 퍼펙트 게임 하겠다”고 말했다.

문동주는 지난 17일 치른 샌디에이고와 평가전에 선발로 나섰다. 2이닝 4볼넷 2삼진 1실점했다. 경기 시작 후 볼 6개를 연달아 던지는 등 제구가 흔들렸다. 1회에만 볼넷 4개를 줬다.

최고 시속 96.4마일(약 155.1㎞)까지 던졌다. 속구는 확실히 시원시원했다. 제구가 안 되면 의미가 없다. 절실히 느낀 하루다. “이 공으로는 실례”라고 한 이유다.

얻은 것도 있다. ‘경기 운영’이다. 무너지지 않았다. 버티고 버텨 위기를 넘겼다. 무사 만루로 시작해 2실점이면 나쁘지 않다. 안타도 맞지 않았다. 2회는 삼자범퇴로 깔끔했다.

문동주는 “지난해부터 나를 두고 ‘경기 운영 능력이 안 좋다’는 평가가 계속 나왔다. 나도 많이 들었다. 아마 작년이었다면 1회에 무너졌을 것 같다. 1회를 넘겼고, 2회는 다른 모습이 나왔다. 내가 발전한 부분 아닐까 싶다”고 짚었다.

이어 “단점을 찾으려면 끝도 없다. 계속 나올 것이다. 장점 위주로 생각하려고 한다. 어느 정도 고무적인 경기라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불같은 강속구, 폭발적인 구위는 확실하다. 대신 여전히 어린 선수다. 2003년 12월생으로 만으로는 20살이다. 당장은 ‘완성된’ 선수가 아니다. 이런 선수에게 베테랑의 노련함을 바랄 수 없다. 경기 운영은 경험이 필요하다.

대신 쑥쑥 크고 있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땄다. 예선과 결승에서 대만을 상대했다. 특히 결승에서 6이닝 7삼진 무실점으로 ‘골든로드’를 열었다.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023에서도 경험을 쌓았다. 호주전에 5.1이닝 2실점했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에이스로 힘을 보였다. 올해는 개막 직전 서울시리즈에서 빅리거를 상대로 강속구를 선보였다.

문동주는 “국가대표 경험이 크게 작용했다. 대표팀 경험이 없었다면 샌디에이고전에서 무너졌을 것이라 생각한다. 안 좋을 때 해결하는 힘이 필요했다. 그것도 경기 운영 능력 아닐까. 다음에는 더 잘 던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오타니를 상대하지 못한 아쉬움은 당연하다. 투수라면 누구나 붙어보고 싶다. ‘자기반성’이 먼저였다. 국제대회는 계속된다. 올해 11월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가 있다. 나아가 2026에는 WBC가 열린다. 프리미어12는 쉽지 않지만, WBC에서는 오타니 출전이 확실시된다.

문동주는 대표팀 세대교체의 핵심이다. 한층 성장한 모습으로 출전하면 된다. 오타니도 잡고, 퍼펙트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raining99@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