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강예진 기자] 찬란한 과거를 뒤로한 채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올림픽 금메달 4개와 은메달 2개,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 4개를 획득하며 다사다난했던 30년 선수 생활에 마침표를 찍은 ‘사격 황제’ 진종오(45)가 ‘제2 인생’을 정조준했다. 2020 도쿄올림픽 이후 ‘은퇴’라는 단어를 떠올린 그는 ‘행정가’로 인생 2막을 연다.

4일 서울 성동구 브리온컴퍼니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연 진종오는 “그간 너무 행복했다. 받았던 사랑을 모든 분께 드릴 수 있도록 새로 태어나겠다”고 힘줘 말했다.

일찌감치 선수 생활과 학업을 병행하며 행정가로 미래를 그려왔다. 경남대학교에서 경영학 학사 학위를 받은 그는 체육학 석사 학위까지 품으며 박사 과정을 마쳤다. 2014년 국제사격연맹(ISSF) 선수 위원으로 선출된 진종오는 꾸준히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 위원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최종 후보로 선발되진 못했지만 여러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그는 “직접적으로 (행정가로) 나선다기보다 미래세대가 마음껏 뛰어놀 공간을 만들고 싶다. 아파트에서는 층간소음 때문에 뛰어놀지 못한다. 초,중, 고등학교 운동장은 물론 코로나 팬데믹 이후 체육시설이 모두 문을 닫았다”며 “스포츠 활동을 통해 다양한 삶을 체험하는 게 중요하다. 미래세대에 그런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선배가 할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선수 생활을 하면서 쌓은 여러 노하우를 후배에게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방법도 고심하고 있다. 진종오는 “대학원을 다니면서 내 경험과 노하우를 메모했다. (사격 선수 후배에게) 어떻게 효율적이고 전문적으로 전달할지 고민하고 있다. 올림픽 등 중요한 국제대회를 앞뒀을 때 멘탈 관리나, 기술적인 부분 등을 공유하고 싶다. 선수에게 좋은 지식을 전달하고 귀감이 되는 선배가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진종오는 선수 생활에서 의미가 큰 물건 3개를 들고 나왔다. 아내가 직접 제작한 기념패와 수십 년간 선수 생활 노하우가 담긴 훈련 일지, 그리고 ‘빙속 여제’ 이상화와 공동 조직위원장을 맡았던 2024 강원동계청소년올림픽 마스코트 뭉초다. 진종오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상징하는 물건이다.

그는 뭉초를 가리키며 “본격적으로 행정가의 길에 들어서는 걸 의미하는 물건”이라면서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의 시선이 아닌, 대회를 준비하는 입장에서 많은 노고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왜 하계(종목) 선수가 동계올림픽 조직위 위원장을 맡았느냐’는 물음이 많았지만, 동하계를 떠나 많은 경험을 토대로 선수를 꼼꼼하게 챙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많은 공부가 됐다”고 이야기했다.

진종오는 이달 초 국민의 힘 4·10 총선 인재로 입당해 정계 무대까지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오늘은 은퇴식이니, 선수 진종오와 관련한 이야기를 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진종오는 2004 아테네 올림픽 권총 50m에서 은메달을 획득하며 두각을 보였다. 이후 2008 베이징 올림픽 권총 50m 금메달, 2012 런던 올림픽 2관왕(권총 50m·공기 권총 10m),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권총 50m 3연패에 성공했다.

그는 런던 올림픽 공기 권총 10m 때 마지막 한 발을 가장 기억에 남는 한 발로 꼽았다. “10.8을 쐈다.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고 입을 연 진종오는 “딱 쏘는 순간 무조건 정중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미소 지었다.

선수 생활을 돌아본 진종오는 미래를 긍정적으로 그리면서 “청렴결백하게,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살아가는 게 목표다. 그간 많은 사랑을 받았다. 성공과 실패를 겪었지만 행복한 순간이 너무 많았다. 사랑과 관심을 남에게 베풀고 싶다. 모두 돌려드리겠다”며 ‘사격 선수’로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kk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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