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부산=김경무 전문기자] “중국에는 안된다는 팬들의 인식을 깨준 좋은 경기였다.”(장우진)

“우리 선수들이 이 정도 잘할 줄 몰랐다. 컨디션들이 좋았다. 팀워크로 똘똘 뭉쳐 잘했다. 상대(중국)를 몰아붙일 기회가 있었는데 아쉽다.”(주세혁 감독)

BNK 부산은행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남녀단체전)에 출전한 주세혁(44) 감독의 한국 남자탁구팀이 잘싸우고도 한끗 부족으로 세계 최강 중국에 아쉽게 져 동메달로 대회를 마감했다.

홈에서 치르는 대회인 만큼, 최소 은메달을 넘어 금메달을 따내 세계선수권대회 사상 탁구 역사를 새롭게 쓰려던 주세혁호였기에 적잖은 아쉬움을 남겼다.

그러나 한국 남자대표팀은 지난 2010년 모스크바 대회 때부터 이번까지 6회 연속 동메달을 따내는 등 세계 정상권 실력을 보여줬다. 조금 더 노력하면 만리장성을 넘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것도 큰 소득이다.

한국팀은 지난 24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초피홀에서 열린 대회 남자단체(5단식, 5전 3선승제) 4강전 1단식에서 세계 14위 장우진(28)이 2위 왕추친(23)을 3-1(11-7, 2-11, 13-11, 11-6)로 무너뜨리며 기세를 올렸다.

그리고 두팀 베테랑끼리 맞붙은 3단식에서 세계 27위 이상수(33·삼성생명)가 3위 마롱(35)을 3-2(11-7, 4-11, 13-11, 6-11, 11-4)로 누르면서 승기를 잡았다.

그러나 세계 18위인 왼손 에이스 임종훈(27·한국거래소)이 2단식에서 1위 판젠동(27)한테 0-3(8-11, 6-11, 8-11)으로 진 데 이어, 마지막 5단식에서 왕추친에게 0-3(5-11, 7-11, 6-11)으로 무너진 게 뼈아팠다.

왕추친을 잡은 장우진이 판젠동과의 4단식에서 체력 부족을 드러내며 0-3(6-11, 7-11, 10-12)으로 진 것도 두고두고 아쉬운 대목이다.

임종훈은 “팬들이 너무 잘해주고 응원도 많이 해줘 힘이 났는데…. 아쉽기보다는 아까운 것 같다. 다음에는 후련한 경기를 할 수 있도록 앞으로 잘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한국 탁구 레전드들도 남자팀 선전을 칭찬했다.

현정화 한국마사회 감독은 “오늘 경기는 너무도 인상적이었다. 중국과의 경기에서 10여년 전을 떠올려 봐도 이 정도 흥미진진한 경기는 없었다. 오늘 경기내용은 훌륭했다. 한국이 2-1로 이기고 있을 때는 다시 역사를 쓰나 했다”고 말했다.

2004 아테네올림픽 남자단식 금메달리스트인 유승민 대한탁구협회 회장은 남자팀이 잘했다면서도 “한편으로 소름이 끼쳤다. 한국이 그렇게 잘하는데도 흔들리지 않는 중국을 보면서...그러나 빈틈은 있었다”고 말했다.

김택수 미래에셋증권 감독은 “그동안 우리 선수들이 중국에 무기력했는데, 준비하면 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우리 선수들이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좋은 기회였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자팀과 달리 오광헌 감독이 한국 여자팀은 8강전에서 중국에 매치스코어 0-3으로 완패를 당하는 등 목표인 동메달 획득에도 실패하는 등 기대에 못미쳤다.

현정화 감독은 “남자팀은 기량면에서 중국에 가까워졌고, 자기 득점원이 있었다. 여자는 득점원과 기술이 많이 떨어진다. 선배의 입장에서 선수들이 더 노력해서 격차를 좁혀야 한다고 감히 말한다”고 쓴소리를 내놨다.

한편 한국에서 처음 열린 세계탁구선수권대회인 이번 대회인 성적은 물론 운영·흥행에서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유승민 현정화 김택수 한국 탁구 레전드 3인방이 대회조직위원회 공동위원장, 집행위원장, 사무총장 등 요직을 받아 경기인의 힘으로 전세계 40개국 2000명이 출전한 매머드급 대회를 사고없이 선수단이 호평 속에 훌륭히 치러냈다는 것이다.

유승민 공동위원장은 24일 3인방의 공식 기자회견에서 “어제까지 2만2000명의 관중을 기록하고 오늘 4000석이 매진됐다. 내일까지 3만명을 기대한다. 티켓 판매 목표 90%를 달성했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입장 수입은 23일까지 10억7000만원을 넘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탁구 가치를 전세계에 전파했고, 국제탁구연맹(ITTF) 관계자들에게 대한민국 탁구 파워를 보여줬다. 숫자로 보여줄 수 없는 탁구 가치를 보여줬다”고 자평했다.

‘부산의 딸’인 현정화 집행위원장도 “저는 완벽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김택수 사무총장은 “선수들에게 제일 좋은 경기장을 보여주려 했다. 선수들이 식당·동선 등 모든 면에서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이런 점에서 성공적이었다”고 했다. kkm100@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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