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은하제국 10,191년, 모래 폭풍이 휘몰아친다. 황금빛 풍광이 절경이다. 광활한 사막을 홀로 걷는 이가 있다. 황제의 모략으로 멸문한 가문의 유일한 후계자 폴(티모시 샬라메 분)이다.

폴과 그 어머니 레이디 제시카(레베카 퍼거슨 분)를 거둬준 프레멘들에겐 왕의 후계자는 그저 이방인일 뿐이다. 멸시를 이겨내는 동력은 강인한 분노다. 폴은 마음 속 깊이 복수를 꿈꾼다. 그가 강한 존재라는 걸 알아주는 건 프레멘의 챠니(젠데이아 분)가 유일하다.

프레멘은 반란을 꿈꾼다. 사막에서 조용히 힘을 축적하며 살아간다. 프레멘에 가장 중요한 가치는 종교다. 예언이 구전된다. 그 예언에 딱 맞는 인물이 폴이다. 이방인으로 무시 받던 폴은 빠르게 성장했고, 곧 가장 강력한 모래벌레를 다루게 됐다. 프레멘은 그를 ‘리산 알 가입’이라 칭송하고 지도자로 세웠다. 종교적 가치를 바탕으로 정치적 권력을 얻은 폴은 점차 변해갔다.

오는 28일 개봉하는 드니 빌뇌브 감독의 영화 ‘듄: 파트2’는 폴의 복수 서사를 이어간다. 이번 파트2는 폴이 프레멘과 동맹을 맺고 하코넨을 무너뜨리는데 초점을 맞췄다. 싸움의 목적은 아라키스 행성이다. 이곳에서만 우주선을 움직이는 핵심 물질인 스파이스를 채집할 수 있다. 아트레이데스 가문을 무너뜨린 하코넨이 아리키스 행성을 다스리고 있다.

영화는 순수했던 폴이 권력자로 성장하는 과정과 새롭게 등장한 하코넨의 빌런 페이드 로타(오스틴 버틀러 분)의 서사, 폴이 점차 권력화 되는 면을 지켜보는 챠니의 시선, 운명적으로 한 명만 남아야 하는 폴과 페이드 로타의 결투로 이어진다. 다소 느린 전개지만, 깊이 있고 촘촘한 짜임새로 관객의 시선을 뺏는다.

큰 스크린에서 펼쳐지는 비주얼은 그야말로 압도적이다. 모래의 질감부터 가슴이 트이는 듯 시원한 절경과 웅장한 우주의 세계가 황홀함을 안긴다. 특히 폴이 모래벌레를 다루기 시작하는 장면은 이 영화의 백미다. 휘몰아치는 모래 바람 속에서 영웅이 탄생하는 대목은 영화적 쾌감을 극도로 끌어올린다.

후반부 프레멘의 열렬한 지지를 받아 권력을 사로잡은 폴과 하코넨의 리더 페이드 로타와 대결하는 장면도 하이라이트다. 검을 부딪치는 두 사람의 재빠른 몸놀림과 함께 강렬한 눈빛이 엄청난 에너지를 일으킨다. 목숨을 건 두 사람의 결투는 묵직하게 끌고 온 이야기의 화룡점정이다.

티모시 샬라메는 단단한 뚝심으로 점차 변모해가는 폴의 얼굴에 무게감을 넣고, 오스틴 버틀러는 공포와 광기를 고루 섞었다. 오스틴 버틀러를 향한 ‘듄친자’(영화 ‘듄’의 열성팬들을 일컫는 신조어)들의 애정이 더 커질 것이라 예상된다. 젠데이아는 차분하게 감정을 가다듬고 관찰하는 챠니로 현실감을 얹고, 플로렌스 퓨의 내레이션은 전체를 편안하게 아우른다.

‘듄: 파트2’는 조금씩 흑화하는 폴의 변화 과정을 담았다. 우정과 사랑과 같은 인도적인 감정을 중시했던 폴이 힘의 가치를 우선하기 시작했다.

드니 빌뇌브 감독은 이렇게 탄생한 메시아같은 권력자가 얼마나 위험한 존재가 되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듄’ 시리즈를 제작했다고 했다. 앞으로 남은 시리즈에서 완전히 흑화한 폴이 어떤 식으로 표현될지, 벌써부터 기대가 앞선다. intellybeast@sportssoe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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