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스코츠데일=김민규 기자] “선수들이 한국어 인사를 물어봐서 알려줘요.”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가 메이저리그(ML) 도전에 첫 발을 내디뎠다.

이정후는 15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서 시작한 샌프란시스코 스프링캠프 첫 날 훈련에 참가했다. 야수들의 공식 훈련은 오는 21일부터지만 훈련장에 나와 팀 동료들과 인사를 나누고 러닝, 캐치볼, 외야수비 훈련, 타격 연습 등 개인 훈련을 소화했다.

이정후는 이미 샌프란시스코 ‘리드오프’ 낙점이다. 밥 멜빈 감독은 “이정후가 리드오프를 맡지 않는다면 충격일 것”이라며 올시즌 샌프란시스코 1번 타자, 중견수를 예고했다. 이정후는 설렘과 기대감을 나타내며 ML 신입생으로서 적응에 대한 강한 자신감도 내비쳤다.

첫 훈련을 마친 후 만난 이정후는 “그동안 몇몇 선수하고만 훈련하다가 그룹으로 첫 훈련을 했는데 역시 야구는 야외에 나와서 하는 게 가장 좋은 것 같다”며 “날씨도 너무 좋아서 첫 훈련을 너무 재밌게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매일매일 기대되고 설렌다”며 기대감도 나타냈다.

미국에 일찍 들어와 몸 상태를 끌어올렸다. 그래서일까. 이정후는 타격 연습 때 몇 차례 담장을 넘기는 타구를 쏘아 올렸다.

그는 “처음 타격 훈련을 했는데 이 정도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최대한 라인 드라이브로 치려고 했는데, 그냥 넘어갔다”며 “시범 경기가 얼마 안 남았으니까 빨리 컨디션을 끌어올려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적응도 문제없다. 이미 절반 이상은 샌프란시스코에 녹아들었다. ‘한국어 선생님’이 된 사연이 이를 설명해준다. 실제로 이날 캠프에서 샌프란시스코 선수를 비롯해 코치진까지 한국 취재진을 볼 때마다 “안녕하세여”라고 인사했다. 어떻게 된 걸까.

이정후는 “선수들이 만날 때마다 먼저 ‘굿모닝이 한국말로 무엇이냐’며 물어본다. 또 ‘헬로우를 한국말로 어떻게 하느냐’ 등 물어볼 때마다 내가 알려주고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그는 행동을 조심스럽게 한다고 했다. 자신이 잘해야 ML에서 한국인 선수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질 수 있다는 것. ‘절친’ 선배 김하성(29·샌디에이고)이 닦아 놓은 좋은 이미지를 이어가기 위해서다.

이정후는 “행동을 더 조심하려고 한다. 왜냐하면 내가 잘해야 구단에서도 그렇고 ML에서도 한국 선수의 좋은 이미지나 인식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라며 “(멜빈) 감독님이 (김)하성이 형을 워낙 좋아하고, 또 하성이 형이 한국 선수 이미지를 좋게 만들었다. 나도 거기에 걸맞게 좋은 플레이를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멜빈 감독은 샌프란시스코 지휘봉을 잡기 전 샌디에이고 사령탑을 맡아 김하성이 주전으로 성장하는 과정에 조력자 역할을 했다. 멜빈 감독은 “김하성이 얼마나 빨리 적응했는지 알고 있다. 일반적으로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리지만 이정후는 좋은 성격을 갖고 있어 대화도 쉽게 하며 잘 어울린다. 지금까지 모든 것이 훌륭하다”고 칭찬했다.

아울러 멜빈 감독은 이정후가 부상만 없다면 개막전 ‘리드오프’를 확실히 했다. 이대로라면 샌프란시스코와 샌디에이고 개막전은 이정후와 김하성의 ‘리드오프’ 맞대결이 성사될 수도 있다.

이정후는 “엄청 기대된다. 우리 팀 개막전은 샌디에이고와 하기 때문에 내가 잘한다면 (김)하성이 형과 1번 타순에서 경기 할 수 있어 신기한 것 같다”며 “한국에서 같은 팀에서 뛰었던 두 선수가 빅리그에서 리드오프로, 그것도 개막전에서 맞붙는다는 게 나한테도, 하성이 형한테도 의미있고 한국 야구역사로 봤을 때도 없었던 일을 우리가 하는 것이다. 하성이 형은 워낙 잘하니깐 나만 잘하면 될 것 같다”고 각오를 다졌다. kmg@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