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용일 기자] 지난 7일(한국시간) 한국 축구는 요르단에 ‘유효 슛 0개’ 굴욕을 쓰며 아시안컵 4강에서 탈락했다. 경기 직후 ‘캡틴’ 손흥민은 “내가 앞으로 대표팀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고 깜짝 발언했다. 자책하는 발언을 넘어 대표팀 은퇴를 떠올릴 만했다. 이강인도 “질타하려면 나를 해달라. 선수나 감독을 질타하는 건 맞지 않다”고 목소리를 냈다. 모두 충격적인 패배에 따른 일시적 감정에서 우러나온 발언이 아니었다.

요르단전을 하루 앞둔 6일. 대표팀 내부서부터 균열이 생겼다. 이강인을 비롯해 대표팀 어린 선수들이 저녁 식사를 일찍 한 뒤 탁구를 하려고 자리를 떴다. 이때 손흥민이 식사 자리를 단합의 의미로 여기면서 다시 돌아올 것을 요구했다. 쓴소리도 나왔다. 이 과정에서 일부 선수와 말다툼이 벌어졌다. 손흥민은 이 과정에서 손가락을 다쳤다. 그가 요르단전과 아시안컵 직후 토트넘 복귀전으로 뛴 11일 브라이턴과 프리미어리그 홈경기에서 손가락에 붕대를 감고 등장한 이유다.

단체 생활에서 다툼이 발생할 수 있고, 화해할 수 있지만 경기 전날 벌어진 만큼 온전한 감정으로 ‘원 팀’이 될 수 없었다. 게다가 스포츠서울 취재 결과 대표팀 선참급 일부가 요르단전을 앞두고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찾아가 “이강인을 명단에서 제외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표팀 사정을 잘 아는 복수 관계자는 “이강인을 괘씸하게 여긴 선참 몇 명이 감독에게 명단 제외를 요청한 건 사실”이라며 “이강인에 대한 기대치가 워낙 큰 클린스만 감독으로서는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클린스만 감독의 ‘해줘 축구’는 진작 파멸을 맞이했다. 그는 지난해 부임 이후 잦은 외유와 근태 논란을 비롯해 특정 선수 위주의 경기 운영으로 뭇매를 맞았다. 특히 디테일한 전술이나 전략 없이 손흥민과 이강인처럼 개인 전술에 능한 자원의 기를 살리는 ‘치어리더십’에 주력했다. 특히 이강인은 전임 파울루 벤투 감독 시절만 하더라도 빅리그에서 맹활약에도 전술적 이유 등으로 중용 받지 못했다. 클린스만 감독이 부임한 뒤엔 손흥민을 넘어서는 존재가 됐다. 문제는 이들을 대체할 K리거 관찰 등에 소홀히 하며 플랜B 실종과 더불어 내부 결속력이 흔들리게 됐다.

클린스만호는 지난해 11월 중국과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원정 경기 직후 손흥민, 황희찬, 김민재 등 유럽파 선수가 귀국을 빨리하려고 사비로 전세기를 임대한 적이 있다. 당시 이들의 개인행동은 K리거 등 다른 선수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기는 게 아니냐는 우려 목소리로 이어졌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 역시 수용하고 배려했다. 아시안컵 녹아웃 스테이지 기간 대표팀 내 주력 A선수가 훈련 중 자신에게 강하게 태클을 한 K리거 선배에게 대드는 장면도 일부 기자가 목격했다.

대한축구협회(KFA)는 13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아시안컵 평가 임원 회의를 비공개로 열었다. 정몽규 협회장은 불참했고, 김정근 상근부회장이 좌장 구실을 했다. 최영일 장외룡 부회장과 마이클 뮐러 전력강화위원장, 이임생 기술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두 시간여 열린 회의는 사실상 ‘클린스만 경질 결의’로 모였다.

KFA는 15일 전력강화위원회를 연다. 아시안컵 직후 “국내에 남아 분석하겠다”고 말했다가 다시 자택이 있는 미국으로 야반도주하듯 떠난 클린스만 감독은 화상으로 참가한다. 결국 ‘클린스만 리스크’ 해결 열쇠는 정몽규 회장에게 주어질 전망이다.

축구계에서는 클린스만 경질 사유를 두고 업무 태도와 ‘무색무취’ 전술뿐만 아니라 대표팀 내부 균열을 가장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 특정 선수 위주로 팀이 돌아가면서 일종의 카르텔이 형성됐다는 시각이 짙다. 대표팀에서 지도자한 적이 있는 축구인 A씨는 “몇 년 전부터 팀이 개인화 돼 가는 느낌이다. (일부 선수가 대동하는) 개인 트레이너 문제도 그렇고 규율이 없다. KFA도 명확한 가이드라인 없이 방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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