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투산=김민규 기자] “두 유 노우 페이커?”

이것이 월드 스타의 힘일까. 지구촌 어디에서도 ‘페이커’로 통한다. 그야말로 ‘페이커’ 시대다.

2024시즌 KBO리그 NC 스프링캠프가 열리고 있는 미국 애리조나 투산. NC 선수들이 더 나은 시즌을 위해 땀과 노력, 열정을 가득 흘리며 투산에서 일정을 보내고 있다. 투산 생활 3일차, 놀랍기도 하면서 뿌듯한 일이 있었다.

지인들과 저녁식사를 위해 찾은 현지 식당에서 일어난 일이다. 자리를 잡고 음식을 시킨 후 지인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한 현지인(투산에선 우리가 외국인이다)이 다가와 “아 유 코리언? 두 유 노우 페이커?(한국인이세요. ‘페이커’를 아시나요?)”라고 했다.

‘페이커가 왜 여기서 나와’란 생각에 놀랐지만 나는 “알고 있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자신을 ‘에릭’이라고 소개하더니 무척 반가운 얼굴로 악수를 건넸다. 그리고 ‘페이커’를 좋아하게 된 사연을 설명했다. 물론, 짧은 영어 실력에 모든 얘기를 이해한 것은 아니다.

에릭의 얘기를 요약하면 자신이 2016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열린 ‘LoL 월드챔피언십(롤드컵)’ 결승전을 직접 관람했고, ‘페이커’ 플레이에 반해 팬이 됐다는 것이다. 당시 롤드컵 결승전은 ‘페이커’ 이상혁이 소속된 SK텔레콤 T1(현 T1)과 삼성 갤럭시(현 젠지의 전신)의 ‘LCK 내전’으로 치러졌고, 풀세트 접전 끝에 SK텔레콤 T1이 3-2로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결승전 MVP(최우수선수)는 이상혁이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에릭은 지난해 한국에 롤드컵을 보러 가진 못했지만, 중계를 통해 T1 경기를 모두 다 봤다고 자랑했다. 그는 T1 우승을 자축하면서 “더 레전드 이즈 얼라이브(전설은 살아있다)”라고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웠다. 이상혁의 시그니처 포즈이기도 하다. 그리고 짧지만 강력했던 만남이 끝났다. 에릭이 떠난 자리에는 뿌듯함이 남아 있었다. ‘페이커’ 석 자의 영향력을 실감한 하루였다.

때마침 한국에서 반가운 소식도 확인했다. 이상혁이 LCK 통산 600승과 3000킬 대기록을 연달아 세운 것. LCK의 모든 기록은 ‘페이커’로 통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가 가는 길이 곧 역사다. 700승을 넘어 그 이상도 불가능이 아니다.

인성도, 실력도 월드 클래스다. 세계 어느 곳에서도 통할 것 같은 기분이다. 해외에서 말문이 막힌다면 대화의 첫 마디를 이렇게 시작하는 것은 어떨까. “두 유 노우 페이커?”라고 말이다. kmg@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