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영화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할리우드 영화 ‘존 윅’ 시리즈의 감독은 스턴트 출신 채드 스타헬스키다.

국내에서는 스턴트 출신 연출 감독이 전무했던 가운데 허명행 감독이 출사표를 던졌다. 오랜 친분을 가진 마동석과 함께한 넷플릭스 영화 ‘황야’를 통해서다. 지난 26일 공개된 ‘황야’는 공개 3일 만에 플릭스패트롤 기준 글로벌 시청 1위를 기록했다. 이른바 ‘마동석 장르’가 해외에서도 통하는 모양새다.

허 감독은 대중에게도 유명한 정두홍 감독 키즈다. 정두홍 감독이 ‘서울액션스쿨’을 세우기도 전인 10대 때부터 스턴트를 시작해 20년 넘는경력을 자랑한다. ‘신세계’(2013), ‘부산행’(2106), ‘범죄도시’ 시리즈, ‘나쁜 녀석들: 더 무비’(2019), ‘헌트’(2022) 등 필모그래피가 화려하다.

특히 액션 디자인이 세련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10년 전부터 액션 스쿨 내 영화 사업부에서 제작 업무를 병행했다. 연출에 큰 뜻은 없었지만, 마동석을 비롯한 주위 영화인들이 연출 도전을 권유하면서 데뷔하게 됐다.

허명행 감독은 “글로벌 1위를 기쁘게 생각한다. 그동안 연출 감독으로서 자질이 있나 고민이 많았다. 마동석과 대화를 나누면서 자신감이 생겼고, 타이밍도 좋았다. 감히 용기를 내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황야’로 원했던 건, 마동석의 청불 액션”

웹툰 ‘유쾌한 왕따’의 세계관을 재구성한 ‘황야’는 악어 사냥꾼 남산(마동석 분)과 보조 지완(이준영 분)이 가족과 같은 수나(노정의 분)와 할머니(성병숙 분)가 정체모를 군인 집단에게 끌려가자 이를 구하러 가는 이야기다.

배경은 지구 종말 후 원시로 회귀한 이미지지만, 권선징악 구도를 지닌 ‘마동석 장르’다. 기시감이 강하지만, 오락영화로서 미덕을 갖췄다. 마동석이 맨주먹, 작은 칼, 큰 칼, 총을 들고 악인을 깨부수며, 기계체조 선수 출신 안지혜는 날렵하고 화려한 액션을 그려낸다. 눈이 즐거운 작품이다.

“기획 때부터 ‘청소년 관람불가 액션’(청불액션)을 하고 싶었어요. 그러면서 동석이형의 유연함과 개그는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 동석이형이 원래 잘했던 복싱을 베이스로 빌런을 확실히 제압할 수 있는 무기를 동원했어요. 그래서 수위 높은 액션이 많이 나왔어요.”

일각에서는 웹툰 ‘유쾌한 왕따’의 세계관을 공유한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후속이라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두 영화는 결이 맞지 않다.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대지진 후 살아남은 아파트 주민들이 중심인 휴먼드라마라면, ‘황야’는 광기의 과학자와 이를 처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콘크리트 유토피아’와는 공간만 같을 뿐이라고 생각했어요. 내용은 완전히 다르잖아요. 서사적으로 아쉬운 부분이 없는 건 아니에요. 또 기존 마동석 장르를 본 대중이 느낄 기시감도 충분히 이해해요. 저희 목적은 캐릭터였어요. 인상은 험상궂고 강인하고 무서운데, 보다보면 귀엽고 유연한 유머를 가진 마동석 캐릭터를 세계화시켜보자는 게 주된 목적이었어요.”

◇“‘범죄도시4’ 기대하지 않았으면, 재미없다고 할까봐”

허 감독은 학창시절 사진을 좋아하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대학 전공도 사진학이다. ‘황야’에도 출연한 배우 박지운과 동창인 그는 친구 덕에 정두홍 감독을 만나게 됐다. 그때 나이 19살이다.

“당시에 모두가 하는 태권도를 했었어요. 일찍 입사해서 정두홍 감독님의 모든 걸 배웠어요. 액션, 스턴트, 무술은 기본이었고, 차별화된 점은 편집이었어요. 서울액션스쿨 직원들은 다 편집을 할 줄 알아요. 편집을 할 줄 아니까, 그리고 싶은 그림이 명확해지더라고요. ‘황야’도 현장 편집본을 2시간 17분까지 줄였어요. 총 러닝 타임은 1시간 45분으로 잡았거든요. 그 이상 넘어가면 저는 재미가 없더라고요. 이런 계산을 할 수 있는 총체를 정두홍 감독님께 배웠어요.”

허 감독은 보이스피싱을 소재로 한 ‘범죄도시4’를 연출했다. ‘범죄도시2’와 ‘범죄도시3’가 1000만 관객을 넘은 가운데 ‘범죄도시4’에 대한 기대도 상당하다.

“‘범죄도시4’는 기대 안 했으면 좋겠어요. 기대하고 봤더니 재미없다고 할까봐요. 마석도가 형사로 돌아와서 다시 맹활약하는 이야기입니다. 그 안에서 마동석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계획이에요. 베를린 영화제도 초청돼 기뻐요. ‘범죄도시4’도 기시감에 대한 얘기가 나올 수 있는데, 그런 부분을 보완해야죠. 감독으로서 제 할 일을 다하려고 합니다. 스코어는 하늘의 뜻이고요. 저희가 생각한 변주와 업그레이드가 통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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