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新 문화’ 정보·힐링 받고, 관리비 줄고

[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아파트 엘리베이터 벽에 설치된 TV 광고스크린. 혹시 설치비용과 수신료가 내 지갑에서 빠지는건 아닐까 궁금해진다.

그런데 알고보니 가정에서는 이용료를 전혀 부담하지 않는다. 되레 관리비 차감 항목이다. 제작회사가 엘리베이터TV 설치부터 사용료까지 부담하고 있기 때문이다.

명세서를 살펴보면 월별 1000원대 꼴로 할인 받았다는 걸 알 수 있다. 규모가 큰 단지에선 3000원대까지 빠진다.

엘리베이터TV는 업체와 아파트 입주자 대표 또는 건물 관리자 간 회의를 거쳐 설치된다. 허가 승인이 나면 회사가 아파트에 임대료를 내고 제공한다.

엘리베이터TV 제작사도 ‘땅 파서 장사’하지 않는다. 광고 수익이 발생한다.

TV 속 광고는 지역과 단지·입주민 수 등의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광고주가 업체에 평균 4주(매일 오전 6시부터 자정까지) 노출을 위해 약 3억 원을 투자한다. 편당 15초 방영되며 하루에 약 40개 광고가 방송된다.

광고의 절반이 상업광고이긴 하지만, 입주민 유익 콘텐츠 위주로 광고한다.

아파트의 경우에는 버거킹, 마켓컬리, 롯데마트 등 동네나 대형할마트 등의 정보가 많다. 또한 화재 예방이나 사고 시 대피요령 등 공공 소식, 생활정보, 입주민 전용 혜택 프로그램 및 참여 캠페인 등 다양한 콘텐츠가 있다.

생활 속 꿀팁이나 문화·여가 정보도 포함한다. 아름다운 풍경을 담은 힐링 영상과 음악도 보고 들을 수 있다. 뮤지컬 배우 고은성은 이를 통해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OST ‘My Favorite Things’를 처음 접한 후, 방송과 자신의 콘서트에서 공연하기도 했다.

상업지구의 엘리베이터TV에서는 기업 위주로 틀어진다. 최근 설치량이 증가하고 있는 부산 지역에서는 지역경제와 관련해 창조혁신을 강조하는 스타트업 등의 광고들을 주로 방영하고 있다.

단, 성형외과나 게임사, 넷플릭스의 광고는 거의 볼 수 없다. 순간적으로 집중도를 높일 수 있지만, 외모지상주의와 같은 사고나 폭력성이 짙다고 판단해, 이와 같은 성향의 광고들은 배제한다.

◇ ‘새로움에 주목’ 온라인 동영상 광고보다 신뢰도↑

아파트 엘리베이터TV 광고는 매월 콘텐츠 전략 변화에 따른 입주민 콘텐츠 인지도 변화를 분석해 이뤄진다. 국내 80% 점유율을 기록 중인 포커스미디어코리아는 국내 최초로 ‘포커스애널리틱스 데이터’를 도입해 시청자 대표의 스마트폰에 설치된 앱을 통해 주기적으로 고도 변화를 기록하고 있다.

포커스미디어는 지난 2021년부터 닐슨미디어코리아와 △지역비 △성비 △연령비를 고려한 2200명의 아파트 입주민 패널을 확보해 조사했는데, 사용자 중 56%가 ‘엘리베이터TV로 새로운 브랜드를 알게 된다’라고 반응했다. 이는 온라인 동영상 광고 대비 1.2배다. 또한 46%는 ‘엘리베이터TV에 나오는 브랜드에 믿음이 간다’라고 응답했다.

포커스미디어 담당자는 “초 단위로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사람과 기업이 모두 이롭게 하자’라는 이념으로 엘리베이터TV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게 됐다”라며 “다양한 콘텐츠를 즐긴 뒤, 가족과 대화하는 시간을 많이 보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 연령대를 위한 목적으로 설치되므로 TV 시청이나 인터넷·휴대폰으로 연결되기보단, 가족과 시간을 보냈으면 하는 업계의 바람이다.

gioi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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