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송파=김민규 기자] “국민이 언제나 스포츠를 통해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됐으면 합니다. 또 스포츠 가치를 높이고 국민에게 서울올림픽 정신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어느덧 취임 반년이 흘렀다. 짧은 시간이지만 ‘올림픽 정신’을 앞세워 국민의 스포츠권 보장을 위한 다양한 사업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서울올림픽기념 국민체육진흥공단 하형주(62) 상임감사 얘기다.

40년 전, 1984년 LA 올림픽 한국 선수단 기수로 나섰던 하형주 상임감사는 당당히 남자유도 하프헤비급(95㎏ 이하급)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스포츠 변방이던 한국은 하 상임감사의 금메달을 포함 ‘금6·은6·동7’을 획득해 세계 10위에 오르는 쾌거를 이뤘다. ‘유도 영웅’의 숭고한 정신은 1988년 서울올림픽으로 이어졌고, 한국은 ‘금12·은10·동11’을 휩쓸며 ‘세계 4위’란 대기록을 썼다.

올해 파리올림픽을 앞두고 국민체육공단에서 만난 하 상임감사는 “체육인과 교육자로 느낀 현장경험을 바탕으로 스포츠가 가지고 있는 공정과 상식이라는 가치가 당연시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나아가 공단이 국민에게 신뢰받을 수 있는 기관이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그는 올림피언이자 스포츠계 선배로서 올림픽을 준비 중인 후배들에게 “메달보다는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도전 정신, 이 과정에 담긴 스포츠 가치와 철학을 정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1984 ‘유도 영웅’ 하형주 그리고 서울올림픽 유산

‘뼛속까지 체육인’이다. 특히 LA 올림픽 ‘유도 영웅’ 하 감사는 올림픽 정신의 숭고함을 후배들에게 전할 방법을 찾는데 골몰하고 있다.

국민체육공단은 ‘1988년 서울올림픽을 기념하고 그 유산과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설립했다. 더 많은 국민이 스포츠를 통해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보탬이 되고 싶다는 게 하 감소의 다짐이다.

이 사명감으로 공단 상임감사를 맡은 하 감사는 “공단은 서울올림픽을 기념하고 체육진흥 사업을 수행하는 기관”이라며 “특히 서울올림픽은 대한민국 체육사에서 분단국가, 개발도상국이라는 국제사회의 편견을 깨부수며 한국적 스포츠외교의 청사진과 세계화의 기틀을 마련한 대회다. 경쟁국보다 뒤늦게 뛰어들었지만, 전방위 노력과 도전정신으로 결국 유치에 성공해 국민에게 자긍심을 심어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끊임없는 노력과 도전정신이 바로 올림픽 정신이다. 이를 통해 국제 사회에 팽배해 있던 동서냉전의 벽을 스포츠로 넘어설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한 것이 서울올림픽이다. 이 위대한 유산을 이어받은 곳이 바로 국민체육진흥공단”이라고 힘줘 말했다.

◇ 스포츠 철학과 가치 정립해야

대한민국 유도 최초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하 감사는 파리올림픽을 준비 중인 후배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더욱이 한국 유도는 2012 런던올림픽에서 김재범(81㎏ 이하급)·송대남(90㎏ 이하급)이 금메달을 목에 건 이후 침체기에 빠져있다.

하 감사는 “(후배들이)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다는 도전정신이 부족한 것 같다. 승리 지상주의에 빠져 군 면제, 연봉인상 등만 바라보며 성적에 목을 매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교육자들은 후배들에게 스포츠가 지닌 본연의 가치와 철학을 심어주는 것을 소명으로 여겨야 한다. 국가대표라는 자긍심을 뒷받침할 만큼 노력했는지가 메달 색깔보다 앞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옛날 얘기 같아 그렇지만) 현역시절 유도는 내게 종교였다. 신앙인과 비슷한 삶을 살았다. 오직 유도만을 생각하며 훈련에 매진했다. 자신과의 싸움을 극복하는 과정 속에 스포츠에 대한 가치와 철학을 깨닫고 정립한 게 올림픽 최초의 금메달이라는 결과로 돌아왔다”고 밝혔다.

현역시절을 추억하다 2028년 열릴 LA 올림픽에 대한 감회도 언급했다. 당시 대표팀 기수로 한국 스포츠의 위상을 알린 기억은 40년이 지난 현재도 또렷하게 남아있다. “대한민국의 힘을 보여주기 위해 한 손으로 태극기를 들고 당당하게 입장했다”며 환하게 웃은 하 감사는 “코리아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던 세계인이 지금은 K-콘텐츠에 열광한다. 당시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눈 앞에 펼쳐지고 있다. 이 과정에 수많은 체육인이 흘린 땀과 눈물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2028년 올림픽은 하 감사과 대한민국 유도계에 ‘영원한 영광’을 선물한 LA에서 열린다. 유도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에서 올림픽 유산을 계승하는 국민체육진흥공단 상임감사를 거쳐 LA올림픽 선수단장으로 태평양을 건너는 모습은 대한민국 스포츠 역사적으로도 유의미한 일이다.

그는 LA 올림픽 때는 선수단장으로 참가하는 것은 어떻느냐고 묻자 그는 “그렇게 된다면 생각만 해도 좋다. 꼭 하고 싶네요”라며 껄껄 웃었다.

◇ 취임 6개월, 중점 추진한 사업은

공단 상임감사를 맡은지 어느덧 6개월이 지났다. 체육진흥공단은 체육진흥투표권(스포츠토토), 경륜·경정과 같은 기금 조성 사업을 통해 연간 약 2조원 가량의 국민체육진흥기금을 마련해 국민 누구나 무료로 체력측정과 운동처방을 받을 수 있는 국민체력100사업과, 전국 시·군·구 단위로 국민체육센터 건립과 같은 대국민 스포츠복지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는 공단의 일원으로, 사업들이 원활히 추진될 수 있도록 돕는 경영 파트너로써의 상임감사로서의 역할 또한 충실히 수행 중이다.

하 감사는 “취임 후 각 사업본부별로 업무보고를 통해 공단의 사업들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고, 공단은 다방면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경영 측면에서 감사의 역할이 견제가 아닌 지원자여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며 “사업부서가 업무를 수행하기 전 감사실과 사업의 방향성과 전략을 함께 모색하는 사전컨설팅 제도를 적극 활용, 스포츠토토의 수탁사의 운영 안정화를 위한 조정안 등을 도출했다”고 돌아봤다.

이뿐만이 아니다. 그는 공단 사업과 관련해 공익 신고자의 신분노출 걱정 없이 변호사가 신고자를 대리해 감사실과 소통할 수 있는 비실명 대리신고제도인 ‘안심변호사’제도를 도입하는 등 공단 사업 투명성 강화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하 감사는 “앞으로 공단 직원들이 업무 추진 과정에서 지켜야 할 원칙을 제공할 뿐 아니라 사업 관련 제도나, 추진과정에서 소통할 수 있는 여러가지 제도를 추가로 마련해 경영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 2024년 키워드 ‘참여형 일상감사’, ‘조직문화혁신’

올해 이루고 싶은 핵심 화두로 ‘참여형 일상감사’와 ‘조직문화혁신’을 꺼냈다. 예측가능한 감사환경 구축과 함께 적극행정을 장려해 조직문화혁신을 이루겠다는 복안이다.

그는 “예측 가능한 감사환경 구축을 위해서 사업영역별 리스크 유형을 표준화하고, 공단 직원이 위험요소들을 자발적으로 검증할 수 있도록 리스크 예방 체계를 고도화할 예정”이라며 “업무추진 전 관련 법률, 규정과 최근 이슈 등을 함께 고민하며 방향을 설정하는 사전컨설팅 활성화와 사업수행 초기 감사인 참여를 통한 사업 참여형 일상감사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적극행정을 장려하기 위해 사업별 전문지식을 보유한 내·외부 전문가들로 구성한 적극행정혁신위원회(가칭)를 설치해 운영할 계획”이라며 “공단 직원이 자율적으로 제도 개선점을 찾아내고 이를 업무에 반영하는 자율 제도개선 평가대회를 개최하는 등 참여형 제도들을 지속 발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업부서에서 업무의 전체과정과 성과를 예측 가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감사의 역할이며, 성과가 예측 가능하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업무를 추진하는 셈”이라고 밝힌 하 감사는 “이는 공공기관의 핵심가치다.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국민체육진흥공단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경영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성실히 수행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km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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