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장강훈 기자] 눈이 마주쳤다. 미소와 묵례가 이어졌다. 반갑게 인사하며 스치듯 지나간 뒤 ‘어?’라고 생각했다. ‘미소’ 때문이다.

‘사막여우’가 잃었던 미소를 되찾았다. 늘 생각에 잠긴 표정으로 대회장에서 보던 모습이 사라졌다. 프로 데뷔 때 자주 보던 ‘웃는 얼굴’을 모처럼 봤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정규투어에서 가장 견고한 스윙을 가진 선수로 불린 임희정(24·두산건설) 얘기다.

임희정을 테일러메이드 신제폼 론칭 행사에서 만났다. 특유의 미소로 인사한 그는 “지난해는 장기인 꾸준함을 살리지 못했다. 체력훈련을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9년 KLPGA투어에 데뷔한 임희정은 가파르게 성장했다. 신인 때 3승을 따냈으니, KLPGA투어를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매우 견고한 스윙을 장착해 ‘흔들리지 않는 편인함’이라는 별칭도 따랐다.

그러나 지난해는 네 차례 컷오프하는 등 성적이 들쑥날쑥했다. 페어웨이 안착률은 10위(79.18%)로 괜찮았지만, 아이언 샷이 흔들렸다. 그린적중률은 69.21%(46위)에 불과했고, 평균 퍼트 수도 49위(30.49개)로 기대를 밑돌았다. 2022년 4월 교통사고 여파도 있고, 쉼없이 투어 일정을 소화하느라 몸을 돌볼 시간이 적었다.

“비거리가 10m는 늘어났다”고 말한 그는 “한국여자오픈(6월) 기권 후 휴식을 취했다. 이 기간 몸과 마음을 다스린 게 도움이 됐다”고 돌아봤다. 쉼표를 찍고 필드로 돌아오자 이전 감각이 깨어났다. 임희정은 “숏 아이언 정확도를 높이는 데 집중해 파5 버디율 1위를 노리고 싶다”며 웃었다.

내달 1일 태국 시암컨트리클럽으로 전지훈련을 떠나는 그는 “꾸준함을 회복하려면 체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테일러메이드로 클럽을 교체한 뒤 적응에 애를 먹었는데, 지난해 하반기부터 감을 찾았다. 새로 나온 QI10 드라이버를 제외하고는 지난해 세팅 그대로다. 지난해보다는 좋은 성적을 낼 것”이라고 자신했다.

용띠이기도 한 임희정은 “1월1일이 되면서 새로운 느낌이 들었다. 좋지 않은 기억을 날리고, 용처럼 훨훨 날고 싶다”고 말했다. ‘잘 웃는 사막여우’가 돌아왔다. zzang@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