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에 골프장으로부터 문자나 카톡이 오면 눈살을 찌푸려질 때가 많다. 시즌 중에는 전혀 오지 않다가, 날이 추워지거나 바람 불고 눈이 올 때면 어김없이 알림이 울려댄다. 알림의 주된 요점은 그린피를 반값으로 할인해 줄 테니 감사하게 생각하고 오라는 것이다.

영하의 날씨에 땅이 얼어버렸는데도 싼 맛에 떨면서 즐겨보라는 골프장의 무책임한 횡포에 가까운 영업전략에, 골프 푸어들이나 입문한 지 얼마 안 된 백돌이들은 동계훈련 삼아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신념으로 달려간다.

코로나 이전,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골프장들은 경영 악화로 인해 부도 위기가 있었다. 서울 근처의 골프장 회원권 가격 또한 최저가로 형성돼 각 골프장마다 생존을 위한 손님 모시기에 혈안이었다. 그에 따라 부킹과 그린피, 부대 서비스가 출혈 경쟁으로 이어지면서 골퍼들의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그러나 코로나가 터지고 거리두기가 심해지자, 평소 필드를 찾지 않았던 사람들도 힐링 차원에서 잔디를 밟게 되고 해외여행 금지로 동남아나 일본으로 원정 골프를 즐기는 인구가 제로가 됐다. 더불어 예능 프로그램에서조차 골프 붐이 일어나 MZ세대가 유입되면서 골프장은 최대의 호황을 누리게 된다.

문제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원칙에 따른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으로 그린피, 카트비, 캐디피, 그늘집 등 모든 비용이 수직 상승으로 인상되어 부메랑으로 온전히 골퍼들의 몫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메뚜기도 한철이라고 벌 만큼 벌었던 골프장들은 한술 더 떠서 티업시간 끼워넣기, 티박스 당기기, 오비티, 해저드 티 당기기, 그늘집 이용 시간 증가 등 온갖 편법으로 매출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이제 코로나도 종식되고, 해외여행도 자유롭게 열린 상태에서 국내 골프장의 묻지마식 황제 영업방식은 사라지고 새로운 변화와 혁신의 출구를 모색해야 할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 최근 들어 지속되는 고물가, 고금리로 인한 경기침체 및 내수시장의 불황으로, 일반인들의 삶의 여유가 없어지고, 골프 예능프로의 붐을 타고 새로 유입되었던 MZ세대 골퍼들이 경제적 부담과 흥미 유발의 한계를 느끼고 필드를 떠나고 있다. 또한 평일 골프장을 먹여 살렸던 아줌마 부대의 특별 그린피 할인 혜택들도 없어진 지 오래라, 주부들의 골프에 대한 관심이 현저히 줄어든 상태다.

해외에 사는 지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들어보면, 여가생활로 음주가무는 최악이지만 골프 치기는 천국이라는 말들을 많이 한다. 언제든지 백 메고 부킹 없이 동네 뒷산 마실 가듯 편하게 골프장을 가고, 비용적인 부분이나 이동거리도 부담이 없기 때문에 골프가 일상생활의 한 부분으로 자리매김을 한다고들 말한다.

물론 땅덩어리가 좁고 인구 밀도도 높고 사회문화적 차이가 나는 우리와는 비교 대상이 아니겠지만, 현시점에서 대한민국 골프장 그린피는 명품을 떠나 조폭이 운용하는 사채를 쓴다는 느낌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주말 그린피가 30만원에 육박하고 캐디피, 카트비, 그늘집 등 부대 비용을 합하면 1인당 부담하는 비용이 일반인들 한 달 월세다. 이러면 안 된다. 이런 식이면 한국 골프의 저변 확대나 미래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새해가 밝아온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고 해서 잃어버린 소 돌아오지 않는다. 새해 봄 시즌부터는 협회나 단체가 나서서 골프장 이용요금을 인하하지 못한다면, 정부가 개입해서라도 반드시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해서 골프가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대중스포츠로 발전하기를 기원한다. 그린이 명품이어야지, 그린피가 명품이 되어선 안 된다고 말하고 싶다. <골프칼럼니스트, ‘너나 잘 치셔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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