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보조원 즉, 캐디의 역할은 투어프로나 아마추어에게 경기력 향상 및 원활한 진행에 있어서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프로에게는 우승과 상위권 랭킹 진입에 지름길이 될 수 있고, 아마추어에게는 로우 스코어를 기록하고 비즈니스 골프에서 동반자들과의 긍정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반면 자질과 인품이 부족한 캐디를 만날 경우,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나기도 한다. 이렇게 캐디와 골퍼는 악어와 악어새처럼 공존과 상생의 결합체라고 볼 수 있다.

프로는 계약 관계로 캐디를 선택하지만, 아마추어는 몇몇 회원제 골프장의 지명 캐디를 제외하고는 당일 라운딩 직전에 그날의 캐디를 만나게 된다. 골프 인구는 계속해서 늘고 있지만 경기 보조원 직업군이 3D업종으로 인식되어 골프장마다 캐디 부족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또한 여성 캐디의 비중은 줄고, 남성 캐디가 증가하는 추세이다.

필자도 최근 몇 년 동안 필드에서 젊은 남자 캐디를 자주 만나게 되었다. 그들 대다수는 어려운 경제적 상황으로 인해 프로골퍼의 꿈을 잠시 접었다가, 돈을 벌어 프로 무대로 돌아오려는 희망을 품고 있었다. 그동안의 커리어에 대해서 직접 물어보진 않았지만 샷하는 모습이나 피지컬적인 느낌, 라운딩하면서 한마디 툭 던지는 팁들을 생각해 보면 범상치 않은 이들이었다.

그중에 기억나는 한 친구가 있다. 어느 날 동반자들이 우스갯소리로 캐디에게 “프로들은 쉬는 시간에 재미로 아이언 헤드에 볼을 올려 제기차기하듯 가지고 논다고 하는데, 할 수 있느냐”라고 물었다. 그는 처음엔 극구 사양하다가도 소싯적에 많이 해봤다며 시범을 보였는데, 그 실력이 묘기에 가까울 정도의 수준이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경쟁은 동물의 세계 속 생존의 법칙과 불가분의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특히 예체능 계열에서도 골프는 특히 경쟁이 심하다. 한 타 차이로 투어시드 배정에서 제외될 수도 있고, 매 라운드 컷 탈락을 할 수도 있다.

한국남자골프(KPGA) 투어 선수층이 얼마나 두터운지 알 수 있는 사건이 하나 몇 년 전에 있었다. 월드스타 야구선수인 박찬호가 나름대로 아마추어 세계에선 볼 좀 친다고 소문이 났었는데, 정식 투어대회에 옵서버로 출전하여 145명 중에 꼴찌를 기록한 것을 보고 새삼 한국 남자골프의 위상이 PGA를 뛰어넘을 날도 멀지 않았음을 보여주었다.

골프는 프로와 아마추어를 막론하고, 경제적으로 비용이 다른 스포츠 종목보다 많이 들어가고 특히 국내에서는 외국보다 몇 배를 지불해야 한다. 무명 프로선수가 상금 없이 몇 개의 투어만 참가하려 해도 최소 연 경비만 억 단위를 넘어간다고 한다.

이러한 이유로 성장 가능성과 자질을 갖춘 많은 꿈나무가 돈이라는 제약 아래서 중도에 좌절하지 않도록 제도적인 지원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협회나 기업의 적극적인 후원과 장기적인 선수 발굴 프로그램 및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 또한 대회 횟수나 상금을 늘려서 프로들로 하여금 동기 부여와 목표 달성의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개천에서 용 나고, 자갈논 팔아서 판사 시키고, 소 팔아서 검사 시키고, 임춘애가 라면만 먹고 뛰고, 최경주가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벙커샷 연습을 했다던 성공담은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무용담이 되었을지언정, OECD 선진국에 있는 현재의 대한민국에서는 자라나는 청소년과 MZ세대들이 경제적인 이유 하나로 꿈과 재능을 빼앗겨 버리는 일은 앞으로도 없어야 할 것이다.

올 한 해 골프 시즌도 지나간다. 내년 봄에는 필드에 나가서 골프지망생 경기 보조원을 찾아볼 수 없었으면 좋겠고, 지금까지 봐왔던 친구들도 꿈과 희망을 가지고 골프 연습과 경기에 최선을 다해서 좋은 성적 거두길 응원하고 싶다. <골프칼럼니스트, ‘너나 잘 치셔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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