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방콕=김민규기자] 바야흐로 2023년 전 세계 e스포츠 주인공은 한국이다. T1이 ‘LoL 월드챔피언십(롤드컵)’을 제패한 데 이어 배틀그라운드에선 다나와 e스포츠(다나와)가 ‘펍지 글로벌 챔피언십(PGC)’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다나와는 ‘슈퍼팀’으로 불리는 이유를 ‘세계 챔피언’으로 입증했다. 여기에 팬들에게 ‘우승’으로 보답하겠다는 약속도 지켰다.

다나와는 3일 태국 방콕의 센트럴 랏프라오 BCC홀에서 열린 ‘PGC 2023’ 그랜드 파이널 최종일(매치13~18) 경기에서 1치킨을 포함해 총점 137점을 적어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대회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중국의 17게이밍(133점)을 단 4점차로 따돌리며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대회 첫날, 다나와는 고전하며 11위로 경기를 마감했다. 그럼에도 주장 ‘서울’ 조기열을 비롯해 메인오더 ‘이노닉스’ 나희주, ‘로키’ 박정영, 막내 ‘살루트’ 우제현 등 네 명의 선수들은 흔들리지 않았다. 둘째 날 폭발적인 경기력으로 1치킨을 포함해 6매치 중 4매치에서 ‘톱4’에 이름을 올렸고, 마침내 선두에 올라서며 2일차를 마무리했다.

그리고 ‘우승’ 여정의 마지막 날, 손에 땀을 쥐는 승부가 이어졌다. 다나와, 17게이밍, 트위스티드 마인즈(TWIS)의 삼파전으로 좁혀진 선두 경쟁에서 다나와는 TWIS에 1위를 내주기도 했다. 하지만 비켄디 전장에서 열린 매치16. 마침내 기다렸던 치킨이 터졌고 다나와가 선두를 재탈환했다. 이후 남은 두 매치에서 ‘1위’를 지켜내며 우승을 확정지었다.

출발은 부진했지만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했다. 약속도 지켰다. 대회 전 조기열은 “이번 PGC의 목표는 1등이다. 우리에게 기회가 왔다고 생각한다. 열심히 해서 응원해준 국내외 팬들에게 우승으로 보답할 것”이라 강조했다. 게다가 조기열은 ‘PGC 2023’ MVP(최우수선수)에 선정되며 기쁨이 배가 됐다.

우승 인터뷰에서 조기열은 “팬들이 더 열심히 응원해줘 기분 좋게 우승했다. 그리고 MVP를 받을 줄 알고 있었다(웃음)”고 너스레를 떨며 “농담이다. 사실 팀원들이 없었으면 못 받을 거라 생각한다. 팀원들에게 고맙고, 감독님, 코치님까지 다들 도와준 덕분이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여기에 팀의 막내 ‘살루트’ 우제현은 프로 데뷔 첫 국제대회 우승 기록도 썼다. 조기열과 나희주, 박정영은 지난 9월 열린 국가대항전 ‘펍지 네이션스 컵(PNC)’에 국가대표로 출전해 한국의 대회 첫 우승을 이끌었다. ‘PGC 2023’을 제패하면서 우제현도 국제대회 무관에서 벗어나게 된 셈.

우제현은 “첫 국제대회 우승을 PGC에서 달성할 수 있게 돼 영광스럽다. 다른 국제대회인 PGS나 PNC보다 PGC가 큰 대회라 생각해서 만족감이 높다”고 소감을 밝혔다.

다나와의 분위기 메이커 박정영은 우승을 통해 한층 더 성숙해졌다고 털어놨다. 배틀그라운드는 결국 팀이 제일 중요하다는 것.

박정영은 “이번 우승을 통해 나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생기기도 했고 배틀그라운드라는 게임은 무엇보다 팀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선수 생활을 하면서 가장 큰 마인드는 팀을 중심으로 해 나갈 거다. 스스로 틀리지 않았다는 걸 증명해서 정말 기쁘다”고 힘줘 말했다.

우승을 확정지었을 때, 선수들은 모두 다른 반응을 보였다. 맏형 나희주와 조기열은 담담한 표정을 지은 반면 박정영은 눈물을 보였고, 막내 우제현은 해맑게 웃었다.

이에 대해 조기열은 “PGC 우승이 프로 생활을 하면서 궁극적 목표였는데 예상 외로 막상 그 목표를 이루고 나니까 오히려 좀 덤덤했던 것 같다”며 “기쁘기도 하고 행복하기도 하다. ‘어, 이게 됐네?’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던 것 같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눈물을 흘린 박정영은 “우승도 많이 해봤지만 눈물을 흘린 적은 손에 꼽는다. 여기까지 오는데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렸다. 좌절도 많이 해봤고 힘든 시기도 있었다”며 “그런 걸 생각하니 자연스럽게 눈물이 났던 것 같다. 행복한 눈물이다”고 밝혔다.

우제현은 “마지막 매치에서 좀 긴장이 됐는데 트위스티드 마인즈를 잡을 때 너무 흥분을 해서 아드레날린이 폭발했다. 그래서 끝나고도 주체가 안 돼서 계속 웃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2023년은 다나와의 해다. 국내외 대회를 모두 석권하며 명실상부 세계 최강팀으로 올라섰다. 다만, 내년에도 이들의 조합을 계속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분명한 것은 올해 다나와의 플레이로 수많은 팬들이 함께 울고 웃으며 즐겼다는 사실이다.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의 2023시즌이 모두 끝났다. 다가올 2024시즌에는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 기대되는 이유다. kmg@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