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나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

전 세계 상용차 약 8000만대 가운데 10%인 802만대가 전기차인 시대를 맞이했다. 2030년대 1억3000만대 가운데 절반 가까운 6130만대를 전기차가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제 내연기관 시대가 저물고 있다. 스포츠서울은 국내 출시된 친환경차(전기차·하이브리드)를 엄선해 성능과 가성비, 안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비교·분석한 ‘가요’(Pop)로 ‘타는’ 시승기를 선보인다. 선정한 음악과 차량을 동일선상에 놓고 표현한 여덟 번째 대상은 현대 ‘코나 EV’다. -편집자주-

[스포츠서울|원성윤기자] 가수 코나의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는 고즈넉한 멜로디와 함께 제목으로 기억되는 노래 중 하나다. 소피 마르소 주연의 ‘나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에서 따온 제목으로 1996년 잔잔한 인기를 얻었다. 가수 이소라가 피처링해 음색의 깊이를 더한 이 노래는 지중해 연안을 떠올리게 하는 멜로디와 퍼커션의 경쾌한 드럼이 돋보이는 곡이다. 약 17년의 세월이 흐른 뒤에도 ‘슈가맨’, ‘싱어게인’ 등 예능 프로그램은 물론 에이핑크, 정채연 등 가수들이 리메이크하며 사랑받고 있다.

현대 ‘코나’가 첫선을 보이던 2017년, 국내와 유럽에선 소형 SUV 코나의 실물이 처음으로 나오기 시작하자 시트로엥 C4 칵투스, 지프 체로키, 닛산 쥬크 등이 연상된다며 혹평이 쏟아졌다. 다음 해 세계 올해의 차 도심형 부문에도 올라갔으나 폭스바겐 폴로에 뺏겼다. 그러다 2018년 전기차 ‘코나 일렉트릭’이 출시되며 상황은 역전됐다. 올해까지 누적 판매대수 30만대를 넘어서며 한국의 대표적인 전기차 중 하나로 발돋움하게 된다.

◇ 국산 전기차 판매량 중 가장 많은 30만대 돌파

왜 ‘코나’인가라는 의문이 붙는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현대차 부회장이던 2017년 직접 전략 발표를 맡았을 만큼 현대차가 모든 역량을 집중했던 차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성과가 드러나고 있다는 게 업계 평가다. 기자는 지난달 25일, 시승했다. 서울 강남구 봉은사 앞에서 출발해 경기 양평군 스타벅스DTR 주행하는 등 총133㎞를 달렸다. 연비(전비)는 6.5㎞/㎾h를 기록하며 공인 복합연비를 훌쩍 뛰어넘는 성능을 보여줬다.

실내에는 가로로 넓게 배치된 12.3인치 돌출형 디스플레이가 눈에 들어온다. 전기차로 넘어오면서부터 디스플레이에 배치된 ‘EV 메뉴’가 중요하다. 배터리 잔량과 주변 충전소, 주요 부분의 전력 소비량, 배터리 컨디셔닝 모드, 스마트 회생 제동 등 전기차의 정보를 세세하게 볼 수 있다는 점이 돋보인다. ‘시네마 메뉴’에선 왓차, 웨이브를 볼 수도 있다. 최근 현대차가 유튜브를 탑재하겠다는 계획도 밝힌 만큼 이에 대한 확장성도 기대된다.

‘회생제동’은 핸들 뒤쪽에 달린 패들 시프트를 통해 조작이 가능하다. 다만 회생제동 레벨을 높일수록 내연기관의 주행질감과 멀어지며 가속 페달에 발을 뗐을 때 차가 무겁게 떨어지는 게 느껴져서, 오토로 설정하거나 주행거리가 얼마 남지 않았을 때 쓰는 것을 추천한다. 회생제동은 주행중인 자동차의 운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돌아오게 하여 배터리의 전기를 살리는 것을 뜻한다.

하체는 생각보다 부드럽게 세팅된 느낌이었다. 배터리의 하중 때문에 무겁게 설정하는 경우도 있지만, 세단의 승차감을 선사했다. 노면 소음이나 풍절음도 적당하게 잡혔다. 차급 대비 ‘생각보다 좋다’는 평가가 나올만 했다. 전기차는 초반 토크가 빨리 나오기 때문에 에코 모드에서도 가속력이 풍부했고, 스포츠 모드에서는 민첩한 모습을 보여줬다. 국도에서의 직진성과 고속안정성 역시 매우 뛰어났다.

이런 장점은 판매량으로 입증된다. 현대차 공시 자료에 따르면 코나 일렉트릭 누적 판매량 중 해외가 25만8663대로 내수(3만4275대)의 7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지난해에만 해외에서 5만대 이상 판매됐다.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도 기아 ‘니로EV’(22만8894대), 현대차 ‘아이오닉5’(20만3515대), 기아 ‘EV6’(14만9129대) 순으로 ‘코나EV’가 독보적이다.

◇ 미래차의 역동적인 모습…일본에서 재공략 시동

풀체인지를 거듭한 코나가 2023년형에서 가장 돋보이게 드러낸 건 전면부 ‘심리스 호라이즌 램프’다. 이를 통해 전기차라고 하는 정체성을 명확하게 드러낸다. 측면부에선 C필러를 가로지르는 우상향으로 솟구치는 크롬 몰딩의 디자인으로 소형 SUV의 역동성을 드러낸다.

이제 ‘정의선의 차’ 코나는 일본으로 향한다. 지난 1일부터 공식 판매를 시작했다. 일본 시장 재진출 1년 6개월 만의 현지공략 두 번째 모델이다. 한국에선 4452~5092만원에 형성돼 있지만 3500만원대로 구입가능한 SUV타입의 전기차라는 점에서 판매부진의 수렁에 빠진 일본사업을 건져낼 모멘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과연 코나는 일본 전기차 시장에서 ‘스테디 셀러’로 입지를 굳힐 수 있을 것인가.

socoo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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