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문학=장강훈기자] “유쾌하고 밝은 선수로 남고 싶다.”

마지막날까지 미소를 잃지 않았다. “월급쟁이보다 사장님이 되고 싶다”며 제2의 인생을 예고한 김태훈(33·SSG)이 선수로서는 마지막으로 17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를 찾았다.

김태훈은 이날 열린 두산과 정규시즌 최종전이 끝난 뒤 은퇴식을 거행했다. 구리 인창고 시절인 2008년 미추홀기에서 퍼펙트게임을 완성한 뒤 SK 1차지명으로 인천에 입성했다. 선발과 구원, 마무리를 오가며 302차례 마운드에 올랐고 372이닝을 던지며 214자책점 평균자책점 5.18을 기록했다. 18승22패64홀드9세이브 등 선발보다는 불펜으로 선수생활 대부분을 보냈다.

그는 “2군에 오래 머물다보니 생각이 많았다. 후배들을 위해 길을 내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팔이 아픈 것은 크게 문제되지 않았지만, 풀타임을 소화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자신감이 떨어졌고, 은퇴 뒤의 삶을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인천에 아카데미를 개설해 후배들을 키우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는 그는 “선수로서는 해볼 것 다 해봤다. 훈련도 열심히했고, 한국시리즈 우승도 했다. 미련이 없다면 거짓말이지만, 더 늦기 전에 내 인생을 살겠다고 다짐했다”고 돌아봤다. 2011년과 2018년, 지난해 등 팀이 세 차례 한국시리즈 우승(SK시절 포함) 팡파르를 울릴 때 크고 작게 힘을 보탰다.

그는 “고등학교 때 퍼펙트게임을 달성한 것과 한국시리즈 우승한 것은 영원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꾸준한 모습을 보이지 못한 아쉬움을 안고 그라운드를 떠난다”고 말했다. 퓨처스리그에서 치른 은퇴경기 때는 시속 145㎞까지 구속이 나왔다. “(은퇴를) 번복할까 잠깐 고민했다”고 너스레를 떤 김태훈은 “후배들이 맥주도 뿌리는 등 (보낼) 준비를 다 해놨더라. 시원하게 물러간다”며 미소를 잃지 않았다.

동고동락한 선후배들은 당연히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다시 생각해보라는 말 정말 많이 들었다”면서도 “불혹까지 마운드를 지키고 있는 고효준 노경은 선배님, 여전히 에이스 위치를 지키고 있는 (김)광현이 형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이런 선수가 될 자신이 없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은퇴 뒤에도 야구를 떠나지 않지만 랜더스필드에 선수로 다시 설 수는 없다. 그는 “소주 한 잔 마시고 새벽감성으로 은퇴 소감을 적었다”며 “유쾌하고 밝은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는 말로 은퇴의 변을 대신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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