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항저우=김민규기자]실력도, 실격도 아니었다. 찰나의 기쁨에 취해 섣부른 세리머니가 금메달에서 은메달로 메달색깔을 바꿨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한국 롤러스케이트 남자대표팀이 너무 빨리 축포를 터뜨리며 어이없이 금메달을 놓치고 말았다.

최인호(논산시청), 최광호(대구시청), 정철원(안동시청)으로 구성된 대표팀은 2일 중국 항저우 첸탕 롤러스포츠센터에서 열린 대회 3000m 계주에 출전해 4분5초702를 기록, 2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우승을 차지한 대만(4분5초692)과는 불과 0.01초차. 게다가 한국은 결승선 바로 앞에서 역전을 허용하고 말았다.

다만, 실력으로 역전패한 것이 아닌 것이 문제다. 마지막 바퀴를 돌때까지 1위를 지키던 한국은 마지막 주자 정철원이 우승이라 판단한 나머지, 결승선 바로 앞에서 허리를 펴고, 두 팔을 들어 올리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그런데 이때 찰나의 틈을 놓치지 않고 대만 선수가 달려와 왼발을 내밀어 한국보다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여기서 더 황당한 것은 우리 대표팀은 우승했다는 착각에 빠져 급기야 태극기를 펼쳐 보이며 세리머니를 이어갔다. 그러다 공식기록을 확인한 순간, 선수들은 당혹감에 얼어붙고 말았다. 이후 경기 영상을 확인한 후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0.01초에 취한 기쁨이 메달 색깔을 뒤집은 참사로 이어졌다는 사실을.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최선을 다해도 모자랄 판에 태극마크를 품은 국가대표로서 해선 안 될 일이다. 이 같은 무책임한 행동에 한국 남자 롤러스케이트는 전 종목 ‘금메달’ 석권도 눈앞에서 날렸다.

더군다나 롤러스케이트 종목은 그동안 아시안게임에서 우여곡절도 많았다. 사실 다음 대회인 2026 아시안게임 정식종목 채택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천금 같은 기회를 제 발로 걷어찬 셈이다. 실제로 롤러스케이트 종목은 세부종목 축소 등 불확실한 상황의 연속이었다. 2010 광저우 대회 정식종목이었지만 2014 인천 대회에선 채택되지 못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땐 남녀 로드 20000m 두 경기로 축소됐다. 그리고 이번 대회에서 스프린트 1000m, ‘제외+포인트(EP) 10000m’, 계주 3000m 등 3개 경기로 확대됐다.

물론, 한국 남자대표팀은 스프린트 1000m, ‘제외+포인트(EP) 10000m’에서 모두 금메달을 땄지만 마지막 장면이 좋지 않았다. 금빛 퍼레이드는 이렇게 미완성으로 끝났다. 경기를 마친 정철원은 “내가 큰 실수를 했다. 너무 일찍 방심해 결승선까지 전속력으로 오지 못했다. 정말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값진 경험이라고 하기엔 대가가 너무나도 크다. 그 누구도 아닌 스스로가 메달 색깔을 바꿔버렸으니 말이다. 수년간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며 흘린 땀과 노력에 부끄럽지 않으려면 반성해야 한다. 그리고 두 번 다시 실수가 반복돼선 안 된다. km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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