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용일기자] ‘대전의 수호신’으로 불리는 이창근(30.대전하나시티즌)이 ‘클린스만호의 수호신’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최상위인 A대표팀 골키퍼 자리를 두고 또다시 무한 경쟁 시대로 접어들 조짐이다. 그 중심엔 이창근이 있다.

A대표팀은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때 조현우, 2022년 카타르 월드컵 때 김승규가 각각 주전으로 활약했다. 최근까지도 둘을 중심으로 골키퍼 주전 경쟁이 이뤄지고 있다. 송범근(쇼난 벨마레)과 김동준(제주 유나이티드) 등이 세 번째 옵션 정도로 A대표팀에 오갔다. 올해 A대표팀에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부임한 뒤에도 현재까지 치른 4경기 중 김승규가 3회, 조현우가 1회 골문을 지켰다.

클린스만 감독은 ‘1차 미션’인 내년 1월 카타르 아시안컵을 기점으로 대표팀 내 부분 세대교체 또는 무한경쟁 시스템을 그리고 있다. 특히 핵심 전력인 유럽파가 확고히 자리 잡은 공격진보다 지난해 월드컵서부터 변화의 필요성이 제기된 수비 지역이 우선이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클린스만 감독은 골키퍼 경쟁 구도에도 새바람을 불어넣을 뜻을 품고 있다.

클린스만호의 안드레아스 쾨프케 골키퍼 코치는 현재 국내에서 수준급 골키퍼를 유심히 살피고 있다. 클린스만 감독과 소통하며 가장 눈여겨보는 자원이 이창근이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틀레티코 마드리드(ATM)와 친선전을 치른 팀K리그(K리그 올스타) 일원으로 선발 출격해 전반 45분을 소화했다. 그는 앙투안 그리즈만 등 내로라하는 상대 특급 스타의 소나기 슛을 동물적인 감각으로 저지해 강한 인상을 남겼다.

2012년 부산 아이파크에서 프로로 데뷔한 이창근은 수원FC, 제주 유나이티를 거쳐 지난해 대전에 입단해 주전 골리앗으로 32경기를 뛰며 팀의 1부 승격을 이끌었다. 올 시즌엔 군계일학의 활약이다. 대전은 공격과 비교해서 수비가 약하다는 평가가 받은 데 현재까지 K리그1 세이브 1위(96회)를 비롯해 펀칭 1위(55회), 공중볼 처리 1위(30개) 등 주요 골키퍼 데이터 부문에서 최상위에 랭크돼 있다.

국가대표로는 크게 빛을 보지 못했다. 지난 2013년 튀르키예 U-20 월드컵 당시 주전으로 한국(이광종호)의 8강 진출에 공헌했지만 이후 주춤했다. 특히 2016년 리우올림픽을 앞두고 대표팀에 부름을 받았지만 김동준, 구성윤(교토)과 주전 경쟁에서 밀렸다. 절치부심한 그는 프로 무대에서 뼈를 깎는 노력으로 정상급 수문장으로 다시 발돋움했다. 그럼에도 A대표팀 경력은 지난 2020년 11월17일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카타르와 친선 경기 당시 후반 구성윤 대신 투입돼 뛴 게 유일하다.

대한축구협회(KFA)에 따르면 쾨프케 코치는 오는 13일 이창근이 뛰는 대전과 FC서울전을 현장에서 관전한다. 이밖에 클린스만 감독과 쾨프케 코치는 지난 6월 U-20 월드컵 4강에 이바지한 신예 수문장 김준홍(김천 상무) 역시 높은 평가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골키퍼 포지션이 클린스만호로 갈아탄 A대표팀 개혁의 시작점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 kyi0486@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