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최규리기자] 엔데믹 이후 이커머스 시장이 얼어붙고 있는 가운데 패션 플랫폼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유치와 흑자 전환 등 성과를 내며 유니콘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어 관심이 집중된다.

코로나 특수로 호황을 누렸던 이커머스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었지만 유독 패션 플랫폼 업계만이 흑자를 지속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들은 우선 ‘패션’이라는 트렌디한 키워드로 MZ세대 소비자를 집중적으로 공략하며 디자이너 브랜드 입점, 트렌디한 패션 기획 등으로 소비자들의 시선을 끌었다.

또한 이용 중인 플랫폼을 쉽게 바꾸지 않는 소비자들의 경향도 한몫했다. 일례로 쿠팡 충성 소비자들이 그렇다. 특히 국내 소비자들은 ‘익숙함’과 ‘취향’에 강하기에 타 플랫폼에서 수많은 혜택과 할인율을 제공해도 자신에게 적합하지 않다면 주 거래상을 옮기지 않는다.

무신사, 지그재그, 에이블리, W컨셉 등과 같은 패션 물류업체가 흑자 행진을 이어갈 수 있었던 이유다. 국내 소비자들은 자신과 취향에 맞는 의류를 판매하는 패션 플랫폼을 선택해 이들의 장기적인 고객이 되었다.

이 중 무신사는 이미 유니콘을 뛰어넘어 ‘공룡’이라고 칭할 수 있다. 2001년 포털 사이트 ‘프리챌’에서 시작되었던 패션 공유 커뮤니티에서 ‘무진장 신발 사진이 많은 곳’이었던 무신사는 현재 기업 가치가 3조원대로 훌쩍 뛰었다.

지난 19일, 무신사는 투자 시장에서 유수의 글로벌 펀드로부터 2000억 원 이상의 시리즈 C (Series C)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또 무신사는 2022년에 별도 기준으로 지난해 대비 약 60% 증가한 6452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특히 무신사는 지난 9월에 글로벌 스토어를 오픈하고 일본, 미국, 싱가폴, 태국 등 13개국을 대상으로 웹과 앱 서비스 제공을 시작했으며, 지난 4월에 공식 오픈한 무신사 도쿄 팝업 스토어에는 주말까지 사흘간 총 1만 1400여 명이 방문해 성황을 이뤘다.

이처럼 무신사는 지난해 2021년 대비 50% 이상 매출 신장을 기록하며 급격히 변화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 계속해서 고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여성이 주 고객인 지그재그도 매출 올리기에 한창이다. ‘지그재그’를 운영하는 카카오스타일도 올해 1분기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0%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 등의 트래픽도 약 20%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패션 물류업체 에이블리는 올해 상반기 역대 최고 거래액과 매출을 경신하고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특히 올해 3월 월간 손익분기점(BEP) 달성을 시작으로 매월 영업이익은 2배씩 성장하며 4개월 연속 매출률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에이블리는 K스타일이 해외에서 통하는 것을 집중적으로 공략해 일본 현지에서 ‘아무드’로 개편해 누적 다운로드 300만을 달성하며 일본 현지 이커머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디자이너 브랜드 입점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W컨셉 또한 신세계그룹 내 다양한 관계사와 공동 마케팅 참여, 그룹 자산을 활용해 백화점, 면세점에도 진출하는 등 지속적 협업으로 디자이너 브랜드 판로를 확대하는 등 사업 외연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W컨셉은 2022년 연결 기준 매출액 1368억원(+35%), 영업이익 31억원을 달성했다. 또한 W컨셉은 이미 지난 2016년부터 미국법인을 설립하고, 2017년부터 글로벌 사업을 시작해 현재 44개국에서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 상품 등 판매 중이다.

과거에는 유행하는 패션 아이템을 읽으려면 ‘백화점’으로 가야 했다. 백화점이야말로 제일 트렌디한 소통 창구였지만 현재는 대부분의 소비자가 온라인으로 트렌드를 읽기 때문에 이 패션 물류 업체들은 각 사 플랫폼에 패션 트렌드를 반영하고, 저렴하면서도 최신 유행하는 디자인을 즉시 판매해 빠르게 국내 소비자들을 잠재적 VIP로 만들었다.

국내 소비자들을 엄지족으로 만든 패션 플랫폼이 이커머스 시장 내에서 ‘나홀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이커머스 출혈경쟁이 강화되는 만큼 이들이 현재처럼 거래액, 매출액, 수익성까지 이어가며 장기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요인이다.

gyuri@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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