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용일기자] 울산 현대가 올여름 이적시장에 아랍에미리트(UAE) 알 아인으로 이적한 국가대표 수비형 미드필더 박용우의 대체자를 뽑지 않고 기존 자원으로 잔여 시즌을 치르기로 했다. 지난 15일 수원 삼성과 원정 경기 이후 코치진과 스카우트팀 등 사무국과 협의를 거쳐 박용우 이적 공백에 따른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알 아인으로부터 기존 연봉의 두 배 수준 제안을 받은 박용우는 최근 메디컬 테스트를 통과하고 지난 17일 홍명보 감독을 비롯해 코치진, 동료, 사무국 직원에게 작별 인사했다. 그날 밤 알 아인 전지훈련 캠프인 스페인으로 출국했다. 양측이 구체적인 계약 조건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본지 취재 결과 이적료는 20억 원 수준이다.

박용우는 3선의 대체 불가 자원으로 꼽힌다. 홍 감독 체제에서 급성장했다. 안정적인 수비력은 물론 정확한 전진 패스, 경기 조율로 올 시즌 울산의 독보적인 선두 수성에 힘을 보탰다. 지난달엔 커리어 첫 A대표팀 태극마크를 달고 페루, 엘살바도르와 A매치 2연전을 뛰기도 했다.

알 아인을 비롯해 중동 일부 클럽은 지난해부터 박용우에게 관심을 보였다. 특히 올여름엔 ‘거절하기 어려운 조건’을 내민 터라 울산이 무작정 붙잡을 수 없었다. 홍 감독도 그간 박용우가 팀에 공헌한 점을 높게 여겼고 해외 진출에 대한 뜻을 받아들여 이적을 허락했다.

울산은 애초 박용우의 대체자를 두고 자유계약(FA) 신분이 된 또다른 국가대표 미드필더 정우영과 접촉했다. 카타르 알 사드에서 5년간 활약한 그는 새 팀을 알아보고 있었는데, 울산으로는 즉시전력감이 될 수 있는 만큼 좋은 카드다. 정우영은 울산 출신이기도 하다. 다만 중동에서 장기간 활약한 만큼 높은 수준의 연봉을 감당할 구단은 그리 많지 않다. 울산도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정우영 역시 인지하고 있는데, 스스로 일본이나 중동 등 해외 리그에서 현역 생활을 이어갈 뜻을 품었다. 그는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한 클럽으로부터도 제안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차선책으로 여긴 건 셀틱으로 이적한 권혁규다. 박용우의 즉시 대체자라기보다 미래를 염두에 둔 선택이었다. 홍 감독이 직접 전화를 걸 정도로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구단끼리 협상하는 사이 셀틱이 등장했다. 셀틱은 오래전부터 권혁규를 원했는데 이전보다 높은 수준의 이적료(100만 유로)를 부산에 제시했다. 개인 연봉은 셀틱과 울산 모두 큰 차이는 없었다. 권혁규가 유럽행을 더 원하면서 이 역시 무산됐다.

이후 울산 내부에서는 여러 인재풀을 두고 고심했다. 하지만 기존 이규성, 보야니치, 김민혁, 김성준 등 남아 있는 3선 자원과 비교했을 때 당장 전력 증강을 일으킬 만한 카드로는 애매했다. 실제 국가대표팀도 현재 3선 자원이 부족한 실정이다. 울산은 후방 빌드업을 중시하는 데, 현재 팀 문화와 전술색을 잘 아는 기존 자원이 더 분발하고 동기부여를 품고 임하는 게 낫다고 여겼다.

물론 당장 박용우가 해준 부분을 메우진 못할 수 있다. 그럼에도 홍 감독은 기회를 덜 받은 3선 자원의 역량을 극대화하고, 다른 포지션에서 해당 공백을 커버하는 ‘원 팀’ 의식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품고 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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