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현덕기자] ‘간호학과 남학생’. 넷플릭스와 웨이브를 통해 공개된 웹드라마 ‘청담국제고등학교’에서 재벌 3세 서도언 역을 연기한 신인 배우 이종혁은 연예계에 드문 ‘간호학’ 전공자다.

최근 취업률 때문에 간호학과 진학 남학생 수가 늘고 있다지만 여전히 간호학과는 여성이 절반 이상인 대표적인 ‘여초’학과로 꼽힌다. 간호학 전공자도 드물지만 ‘간호학 전공 남자 연기자’는 이종혁 외에 사례를 찾기 힘들 정도다.

정작 이종혁 자신은 전공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부모님의 권유와 취업률 때문에 택한 간호학과지만 전공보다 막연히 관심을 가졌던 배우의 꿈이 커져갔다. 결국 그가 택한 건 군복무였다.

“군대에서 만난 또래 선·후임들이 부모의 선택이 아닌 본인이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며 깨달음과 용기를 얻었어요. 저도 제가 꿈꾸는 일에 도전해야겠다 마음 먹었죠.”

전역 후 무작정 프로필을 만들고 1년 내내 오디션을 보러 다녔다. 쉽지만은 않았다. 마음처럼 작품을 만나지 못하자 다시 학교로 돌아갔다. 학업에 매진하기 시작하자 운명의 장난처럼 작품이 찾아왔다. 데뷔작 ‘교과서엔 없습니다’의 주인공 한주원 역이었다.

“만약 학업과 겹쳐 일을 못한다면 학교를 미련없이 관둘 생각이었죠. 그런데 쉬는 시간만 없애면 충분히 병행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다행히 지금까지 열심히 수업을 듣고 있습니다. 곧 졸업이 코 앞이네요.”

지난 3년간 총 여섯 작품을 소화했다. 특히 최근 출연작인 ‘청담국제고등학교’에서의 활약은 눈부셨다. 그가 연기한 서도언은 학교 이사장의 아들로 겉으로 보기에는 완벽해 보이지만 10대의 순수함을 간직한 인물이다. 걸그룹 레드벨벳 예리 등과 연기호흡을 맞췄다.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걱정이 컸어요. 워낙 유명한 친구들이다 보니 혹시나 누가 되지 않을까 싶었죠. 하지만 다들 착하고 잘 챙겨줘서 걱정했던 것과 달리 편하게 촬영할 수 있었어요. 도언이의 경우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는 철저해야 하지만, 내면에 혼란이 있는 인물이라 제게는 도전이었죠. 감독님께서 완전히 다른 유약한 내면이 보였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어려운 부분을 여쭤보며 이해하려고 했습니다.”

접근성이 좋은 OTT채널을 통해 공개돼 주변 사람들에게 적지 않은 피드백을 받았다. 이종혁은 “당황스럽고 부끄럽지만, 한편으로는 더 열심히 활동해야겠다 다짐했다”고 말했다.

”주변 사람들이 저보다 더 기뻐했어요. 방송을 챙겨보고 캡처해서 보내주기도 하고, 가족과 친구들의 자랑이 됐어요. ‘청담국제고등학교’가 처음 순위표에 진입 했을 때 수업 시간에 교수님께서 저를 소개해 주셨는데 너무 당황스럽고 부끄러웠어요. 같이 수업을 듣는 친구들도 알아보고 인사를 건네줘서 감사했죠. 혹시 내 연기가 부족해 응원해주시는 분들에게 실망을 끼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때도 있어서 가끔 이런 반응들이 부담스럽기도 해요.”

‘청담국제고등학교’에 앞서 지난 3월 쿠팡플레이를 통해 공개된 BL물 ‘우리 연애 시뮬레이션’(이하 ‘우연시’) 역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우연시’는 고등학교 졸업 후 게임 회사에서 재회하게 된 두 남자, 이완(이종혁 분)과 신기태(이승규 분)가 학창 시절 서툴게 매듭지었던 사랑을 다시금 마주하게 된 이야기를 담았다. 이종혁은 주인공 이완을 맡아 신기태 역의 이승규와 연기호흡을 맞췄다. 동성의 사랑이야기를 다룬 BL물은 신인배우에게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이완은 말랑말랑하고 소년미 넘치는 캐릭터입니다. 그래서 이 색깔을 제대로 내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죠. 작품의 90% 이상 등장하는 것도 부담이었어요. 그래도 이왕 하는 거 최선을 다해보자는 마음가짐으로 도전했어요. 주연으로서 작품 준비과정을 겪는게 제 연기의 자산이 되리라 여겼어요.”

지난 3월 전 세계 주요 OTT 플랫폼을 통해 공개된 ‘우연시’는 공개 후 팬덤과 함께 입소문을 타며 각종 플랫폼 차트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지금도 상암동을 지나가면 ‘우연시’를 촬영했던 게 떠올라요. 주변에서도 좋았다, 대단하다는 말을 많이 했어요. 연기하고 싶은 마음에 촬영을 했고 결과도 좋아서 내심 뿌듯하고 기분이 좋았어요. 시즌2가 만들어지면 무조건 합류하고 싶어요.”

홀로 프로필을 돌렸던 이종혁은 지난해 10월 지금의 소속사 워크하우스컴퍼니와 전속계약을 맺으며 든든한 지원군을 얻었다. 공교롭게도 그의 외가 식구들이 같은 소속사 선배인 하정우의 팬이라고 한다.

“제가 워크하우스컴퍼니와 전속계약을 한다고 했을 때 외가 식구들이 더 기뻐해주셨어요. 하정우 선배님은 소속사에서 한 번 만난 적이 있어요. 먼저 다가와서 챙겨주셨고 격려도 많이 해주셨어요. 나중에 꼭 한번 같은 작품에서 만나고 싶어요”

이제 갓 연기에 눈을 뜨기 시작한 이종혁의 목표는 미련과 후회를 남기지 않는 연기다.

“장르를 특정하고 싶지는 않고, 지금 제 나이대에 할 수 있는 많은 작품을 하고 싶어요. 교복 입고 멜로도 하고 싶고, 너드남 같은 캐릭터도 해보고 싶어요. 아쉬움은 남아도 미련이나 후회는 안 남기고 싶어요. 10년 후 20년 후에도 기회가 주어졌을 때 설레고 최선을 다하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

khd998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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