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주기가 있나 싶다. 시즌 전(3월), 올스타 브레이크 전(7월 중순), 올스타 휴식기 직후(7월 말), 트레이드 마감 직후(8월초), 스토브리그(12~1월) 등 굵직한 변곡점이 타깃이다.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람없는데, 빌런은 어디에나 등장한다.

종류도 다양하다. 이번에는 이른바 ‘내리 폭행’이다. 진원지는 강화도 SSG 퓨처스필드. 등장인물도 많다. 최소 네 명이 3년여 시간을 두고 가혹행위를 당하고, 가했다. 이 과정에 폭언 폭행도 동반했다. 피 끓는 젊은 청춘이 단체생활하는 곳은 어디나 위계가 생기고 계급화하기 마련이다.

사회화 과정으로 보는 시각도 있는데, 지난한 역사를 지닌 군사정권 잔재라는 시각도 있다. 강점기 때부터 군부 독재를 거치는 동안 ‘전 국민의 군인화’ 과정에서 고착화한 선후배 계급 사회가 만든 괴물이라는 것이다.

선배가 후배를 때리면 맞은 후배는 ‘내가 선배가 되면 절대 손찌검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한다. 다른 선배한테 맞은 또 다른 후배는 ‘두고보자’고 벼를 수도 있다. 사람마다 폭행에 대항하는 자세가 다르므로 언제 어디서 폭발하지 예측이 어렵다. 순하디순한 사람이 말 한마디, 표정 하나로 돌변해 야수가 되는 일도 있다. 단체생활하는 곳일수록 시한폭탄 하나씩 안고 있는 셈이다.

피해의식이 강한 선수일수록 폭력성향이 도드라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 1군에 올라가기 위해 죽을힘을 다하는 ‘독종’은 다른 선수의 표정이나 말투에 신경 쓸 여력이 없다. 그러나 자기만족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는 선수들은 핑곗거리가 많다. 감독 코치는 물론 선후배 탓을 하며 1군에 올라가지 못한 당위성을 강조한다. ‘핑계쟁이’라고 손가락질받는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눈빛이나 표정, 행동 등을 꼬투리 잡아 폭력성을 드러낸다. 이런 선수 한두 명만 있어도 팀은 와해한다.

롯데는 툭하면 내부갈등이 표면화한다. 감독 코치간 설전, 사·단장 감독간 월권, 구단주대행과 현장간 반복 등 역사도 오래됐고, 스펙트럼도 넓다. 이럴 때마다 서로 “나는 팀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얘기가 들린다. 나는 옳고 상대는 틀렸다는 식이다.

올해 벌어진 갈등은 구단이 적극적으로 나서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밝혀 외부로 크게 폭발하지는 않았다. 중요한 점은 이 과정을 선수들이 모두 지켜봤다는 사실이다. 반응은 체념, 방관, 외면 등의 형태로 나뉘었다. 다른 때와 다르지 않게 시즌 일정을 소화하니 겉으로는 문제가 봉합된 것처럼 비친다. 하지만 ‘팀 퍼스트’에 관한 각자의 생각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감독, 코치, 선수가 다른 방식의 ‘팀 퍼스트’를 외치는 팀은 강팀이 되기 어렵다.

사실상 퇴출당할 것처럼 떠들썩한 사건을 저지른 한화 하주석은 수순대로 징계를 마친 뒤 복귀해 고개를 숙였다. “뼈저리게 반성했다”는 말로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잘못한 만큼 징계 받았으니 프로선수로 모범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음주운전은 습관이고, 음주 후 폭력성을 드러내는 건 내재한 본능이다. 일단 믿고, 끝까지 의심해야 하는 이유다. 10개구단 모든 관계자가 “한 번도 안속은 사람은 없어도 한 번만 속은 프런트는 없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를 곱씹어봐야 한다.

올해 올스타 브레이크는 장마와 함께 맞이한다. 어떤 기상천외한 사고가 벌어질지 노심초사해야 한다. 트레이드 마감일이 종료되고, 확대 엔트리 도입 전까지 긴장의 끈을 놓으면 안 된다. 리그 흥행이니, 클린베이스볼을 외치지만 답은 언제나 같다. 적은 내부에 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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